⑪광주국제자유민주인권도시 조성
[대선 1년…윤 대통령 ‘광주·전남 공약’ 점검] ⑪광주국제자유민주인권도시 조성
尹,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 설립 약속
국가기관 위상·네트워크 거점 기대했지만
기념재단 산하 '운영비 13억원' 조직 설립
市·유관 단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속전속결'
"위상·사업 뺏기지 않으려는 시도" 해석도
재단 "현실적 운영 방안 공감대…시범사업"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광주 국제자유민주인권도시 조성'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 설립이다. 5·18민주화운동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인권 정신을 세계로 확산하기 위한 '전세계적' 네트워크 거점 기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국가기관이 설립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비영리재단인 5·18기념재단 산하 조직으로 출범하면서 사실상 공약이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적은 돈으로 대선공약 하나를 털어 내려는 정부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5·18기념재단,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한 광주시의 '3박자'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공약 사업비 받았는데…기념재단 '쉬쉬'
대통령직인수위가 공약으로 발표했던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은 올해 행정안전부 운영비(13억원)를 받아 5·18기념재단 내 이사회 직속 5·18국제연구원이라는 조직으로 설치됐다. 그야말로 소리소문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되면서, 5·18기념재단 관계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업이 진행된다는 사실 조차 모를 정도였다.
무등일보가 단독보도(2023년 2월 6일자 윤 대통령 공약 '5·18국제연구원' 추진한다)하기 전까지 보도된 바 없다. 이유는 5·18기념재단이 이에 대해 '쉬쉬'했기 때문.
대통령 공약사업인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이 비영리재단법인인 5·18기념재단 조직으로, 심지어 명칭조차 자유, 민주, 인권이 사라지고 5·18국제연구원으로 축소된 것에 대한 논란이 강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5·18국제연구원 운영을 위한 국비 확보 사실이 뒤늦게 5·18 관련 단체들과 5·18 관련 연구기관 등에게 알려지면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5·18기념재단이 광주시는 물론, 관련 단체나 연구소 등과 충분한 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관련 사업비를 올해 정부 예산에 끼워 넣었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5·18기념재단이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의 별도 설립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재단 '기득권 지키기'가 작용했나
5·18기념재단이 지위상 더 높은 기관 출현을 막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광주시의회 A 의원은 "5·18기념재단이 결국 더 지위가 높은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으로 인력이나, 국비가 몰리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설립한 5·18기념재단은 5·18과 관련한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 사업이 늘어나고, 사업 상당수를 수행하면서 규모로나 위상으로나 독보적인 존재가 됐다. 올해 예산만 무려 약 7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5·18기념재단이 하는 각종 사업들이 교육, 홍보,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으로 윤 대통령이 공약한 연구원과 기능이 상당수 겹친다는 것이다. 국가기관 연구원이 생긴다면 5·18기념재단의 독점적 지위가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A 의원은 "정부로서는 공약 이행률을 놓고 봤을 때 돈 조금 빼주는 게 어렵진 않았을 것이니, 별 고민 없이 대충 넘겨버렸을 수 있다"면서 "정부의 니즈(필요)와 5·18기념재단이 독점적 지위를 지키려고 하는 게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A 의원 말처럼 대통령 공약 사항을 이행해야 하는 정부 부처로서는 5·18기념재단의 이해와 맞아 떨어지면서, '손 안 대고 코 풀기'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제자유민주인권도시 조성'이라는 공약에서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연구원 설립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약을 이행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재단 측 "현실적으로 운영 가능한 방식"
5·18기념재단은 정부가 공약사업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재단이 노력해 5·18국제연구원을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 설립만 공약했지,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면서 "처음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획을 크게 잡지 말고 현실적으로 운영 가능한 방식으로 시작하자는 의견이 모여 재단 이사회 산하에 5·18국제연구원을 시범운영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국제연구원 기본운영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했다.
다만, 5·18기념재단 산하 조직으로 출범한 터라, 운영비는 늘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역정치권 한 관계자는 "광주시 또한 공약 사업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5·18단체들과 협업했어야 했는데, 지금에 와서 사업비 받은 걸 어떻게 하겠냐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자유민주인권도시 '불분명' 문제
윤 대통령이 공약한 '국제자유민주인권도시'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연구원 설립 외에 명확하게 적시된 사업들이 없다. 공약 사업에 대해 중앙정부에 적극 건의해야 하는 광주시 또한 난감한 상황에 명확한 그림조차 그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광주시는 연구원 설립과 함께 옛 국군광주병원을 리모델링해 5·18기록물 보존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특히 대통령 공약과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 조성하는 민주인권기념파크와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광주시는 지난 2019년 정부 소유인 옛 광주교도소 부지를 위탁개발해 인권교류복합시설과 혁신성장공간, 체험전시관, 근린생활시설을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상복합 건립 수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계획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 결국 좌초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민주인권기념파크 조성사업이 기재부 선도사업으로 선정돼 있는데, 온전한 원형 보존을 위해서는 우선 이를 해제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정부의 국가사업으로 여론이 원하는 원형 보존 방식의 사업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광주 주거복합 비주거 시설 '15%' 규제 완화되나 광주 북구 용봉동 의류매장특화거리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가득 붙어 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광주시 주거복합건물(주상복합)의 비주거 시설 의무 면적 비율이 완화될지 관심이다. 특히 최근 광주지역 상가가 공급 과잉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치닫고 있는 반면에 다른 광역시에 비해 규제 정도가 높아 조속히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9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부터 주거복합건물의 비주거 시설 의무 비율을 현행 15%에서 10%로 낮추기 위해 각계 의견을 수렴해 왔다. 최근에는 조례 개정을 위한 막바지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의회에서도 조례 개정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광주지역 상가 공실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규제가 다른 광역시에 비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가 강한 탓에 낙후 지역의 재개발 속도가 늦춰지면 향후 '슬럼가'로 전락할 우려가 높아 조속한 개정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광주시 도시계획조례는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건물을 지을 경우 '상가 등 비주거용 시설의 면적'이 전체 연면적의 15% 이상이 되도록 규정했다. 이는 수도권인 서울과 인천을 제외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부산, 대구, 대전, 울산 모두 10%다.광주 또한 지난 2019년까지만 하더라도 비주거 시설 의무 면적이 10%였지만, 상업지역 내 무분별하게 주택이 들어선다는 비판에 15%로 규제를 강화했다. 당시까지 사실상 주거인 오피스텔을 비주거 시설로 인정하면서 도심 내 '닭장 아파트'가 무분별하게 지어지는 부작용도 규제 강화에 한몫했다.그러나 해마다 광주 공실률이 크게 증가하면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도심지역의 공실률 문제가 심각하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광주지역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2%,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6%다. 전국 평균이 각각 8.0%, 13.8%라는 점에서 광주지역 공실률이 두드러진다.광주 시민들이 2024년 7월1일 충장로 일대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는 건물을 지나가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특히 대표적인 구도심 상권인 충장로·금남로 공실률은 중대형 상가 25.3%, 소규모 상가 16.1%다. 전남대 상권의 경우 중대형 상가 38.7%, 소규모 상가 19.7%다. 중대형 상가는 3층 이상·연면적 330㎡ 초과, 소규모 상가는 2층 이하·연면적 330㎡ 이하 일반건축물이다.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의류를 비롯한 도소매 오프라인 상가가 크게 위축된 데다 코로나19 이후 배달 문화 확산, 외식 감소, 밤 문화 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상가 수요가 줄고 있다.그에 반해 외곽 개발과 더불어 도심 내 주거복합건물은 꾸준히 들어서면서 상가 공급은 급증하고 있다. 실제 충장로·금남로와 상무지구 등에 공급된 주거복합건물 상가 시설 상당수가 '임대료' 현수막으로 도배된 상태다.강기정 광주시장 또한 이런 문제를 인식해 관련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강 시장의 공약이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계림3구역 재개발 조합원과 만나서도 공약을 추진하겠다고 재차 밝힌 바 있다. 다만, 찬반 의견의 큰 만큼 조례 개정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언급했다.광주시 관계자는 "공실률이 워낙 심각해 (비주거 시설 의무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전문가를 비롯해 각계각층과 시의회 의견을 충분히 청취해 왔고, 현재 내부에서 실무적 작업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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