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장 예비후보 난립에 유권자들 "누가 누군지 몰라"

입력 2022.03.27. 18:02 이관우 기자
예비후보 후우죽순 쏟아져…27일 12명 등록
선거운동 본격 돌입했지만 유권자 '혼란' 가중
"후보 난립에 정보 부족…적임자 찾기 어려워"
6·1 지방선거 나주시장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각종 홍보물. 이관우 기자

"죄다 파란 점퍼 걸치고 '나주시장 예비후보 ○○○'이라며 명함을 돌리는데 솔직히 누가 누군지조차 모르겠어요."

지난 주말 나주 빛가람동에서 만난 윤모(51·용산동)씨는 시장 후보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이같이 표현했다.

나주에서는 현재 17명의 시장 후보가 출마를 저울질하면서 물밑 선거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윤씨는 "시장 하겠다는 양반들이 이렇게 많을지는 상상도 못했다. 후보 난립은 유권자가 올바른 후보를 선정하는데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다"며 "이러다가 누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투표를 하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명함만 몇 장을 받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역대 나주시장들은 말로가 좋았던 적이 거의 없었다. 수사기관 조사를 받았던 시장이 허다하고, 자리 물림도 아니고 부인이 선거에 나오는 등 상식 밖의 일이 횡횡했다"며 "쌓여왔던 실망·배신감이 커서 새로운 시장 선거에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게 지역 정서다. 또 속는 셈 치고 투표는 하겠지만, 부디 제대로 된 지도자가 선출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젊은 유권자들도 냉소적인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혁신도시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2·빛가람동)씨는 17명의 후보가 나왔다는 기자의 설명에 "나주가 무슨 대도시도 아니고 후보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올바른 투표를 위해 나주를 위한 비전과 각 후보들의 세부 공약을 살펴봐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모르면 차라리 뽑지 말자'는 분위기가 맴돌고 있다. 투표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투포자'가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 나주시장 선거의 예비후보 등록자 수가 줄을 잇고 있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나주시장 예비후보는 12명(더불어민주당 11·무소속 1).

앞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군이 전국 최다인 17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추가 등록자가 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 개소, 선거운동용 명함 배부, 어깨띠·표지물 착용 등 선거운동이 가능하다.

이날 선거사무실이 몰려있는 빛가람동 곳곳에는 후보 얼굴과 슬로건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하지만 인근을 지나는 행인들은 이러한 홍보물에 눈길 조차 주지 않으며 냉랭한 선거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후보들의 인지도 차이가 크지 않은 데다, 지방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대선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이번 선거가 인물·정책 대결이 아닌 정당·인지도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나주시장 선거가 예비 후보 등록 단계부터 과열·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선거 피로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선거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게다가 지역에서는 학연·지연, 인맥 등을 통해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예비후보를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분열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소문도 하루에 수차례 돌면서 시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이미 특정 후보가 공천을 확정 지었다는 말까지 돈다"고 말했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 연관뉴스
슬퍼요
5
후속기사 원해요
8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1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