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사전투표가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실시됐다.
전남과 광주는 각각 51.4%, 48.3%라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해 전국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투표 열기를 보였다. 무등일보는 사전투표 현장 곳곳의 분위기와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봤다.
◆건물 밖까지 긴 줄이…투표열기 '후끈'
"아침이라 사람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줄이 길어 당황했네요"
지난 4일 광주지역 사전투표소는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광주 광산구 우산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우산동 사전투표소에는 시민들의 줄이 건물 입구를 빠져나와 주차장까지 늘어섰다. 북구 매곡동과 남구 효천동의 사전투표소에도 건물 외부까지 선거를 위한 줄이 이어졌다.
광산구 우산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구모(19)씨는 "이번이 의미 있는 첫 투표라 전날부터 기대하다가 아침 일찍 투표하러 나왔다"며 "'너무 빨리나왔나' 걱정하던 것이 무색하게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시민들의 투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구 효덕동 사전투표소에서 선거를 함께 선거를 마쳤다는 부부 강대원(65)씨와 윤현순(65)씨는 "사람이 없을 때 사전투표를 마치자는 생각으로 투표소를 찾았는데 사람이 많아 잠시 당황했다"며 "이번 대선은 사람들의 관심도 참여율도 높은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 "내 몸은 불편해도 투표는 꼭"
거동이 불편한 시민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힘든 발걸음을 마다하지 않았다.
4일 오전 광산구 우산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우산동 사전투표소에서는 강고례(90)씨가 교통약자전용차량의 도움을 받아 방문했다. 강씨는 "한표라도 보태려고 왔다"며 밝게 웃음 지었다.
비슷한 시각 남구 효덕동 사전투표소에서는 한손으로는 지팡이를, 한손으로는 서로의 손을 붙잡은 노인들이 나란히 투표소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투표를 마친 신모(88)씨는 "거동은 불편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러 왔다"고 말했다.
병원 치료 중이거나 환자복을 입은 상태로 투표소를 방문한 시민들도 많았다. 북구 매곡동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이광철(58)씨는 "무릎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줬으면 좋겠다. 추진력 있는 후보에 힘을 보태고자 투표소를 찾았다"며 차기 대통령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인증샷은 필수…온라인 투표 독려도 활발
투표를 마친 이들은 '투표 인증샷'(투표 인증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인증샷 행렬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저마다의 포즈와 방법으로 '한 표'를 행사한 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날 북구 매곡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만난 오예슬(26)씨는 노란 포스트잇에 직접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인증'이라고 적어 사전투표소에 들고왔다. 투표소를 퇴장하는 오씨의 포스트잇에는 빨간 선거도장이 남아있었다. 다수의 시민들은 손등에 선거도장을 남겨 사전투표소 안내 표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다.
사전투표 열기는 온라인에서도 뜨거웠다. 이날 대한민국의 카카오톡 대화방과 SNS는 하루종일 '인증샷'과 투표를 독려하는 글로 가득했다. 대표적인 SNS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투표인증'이라는 태그가 쉴새없이 올라오는가 하면 사전투표소 장소와 후보별 공약 등을 공유하는 '적극적 독려' 게시글도 많았다.
◆ '사전투표 못할라'…한복 상태로 한달음
투표가 마감되는 오후 6시가 다가오면서 가까스로 투표소에 도착한 이들이 눈에 띄었다. 회사 유니폼 등 근무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는 시민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보였다.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고 투표소를 찾은 최모(72)씨는 고전무용 수업을 마치고 왔다고 했다. 최씨는 "혹시나 늦진 않을까 수업이 끝나고 서둘러서 오느라 수업 때 입은 한복을 그대로 입고 왔다"며 "이번 투표를 통해 위기를 헤쳐나가고 다양한 경험을 갖춘 사람이 우리나라 행정을 이끌어나갔으면 해서 오늘 사전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광산구에 거주한다고 밝힌 20대 여성은 "사전투표가 6시까지인데 학원수업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 서둘러서 왔다"며 "못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투표를 할수 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투표소 마지막 투표자들이 바라는 대통령은?
이날 북구 매곡동 사전투표소 마지막 투표자로 기록된 조승구(66)씨는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밀어주고 싶어 나왔다.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구 효덕동 사전투표소에서는 채규탁(34)씨가 이날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채씨는 "정당보다는 후보자의 사람됨을 보고 투표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지만 2030세대를 위한 집값 안정 정책을 우선적으로 잘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광산구 우산동 사전투표소에서는 대전 거주민인 송선화씨가 마침표를 찍었다. 송씨는 "후보의 실행력과 경험을 가장 중시했다. 다음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구 동명동에서는 인생 첫 투표를 치른 김예은(20)씨가 '마침표 유권자'였다. 김씨는 "가족 중에 공무원이 많다보니 공무원 관련 정책을 중점적으로 살폈다"며 "누가 당선될지는 모르지만, 공정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초박빙 선거에 '투표용지' 해프닝도
초박빙의 살얼음판 선거는 현장에서 '해프닝'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해남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사퇴 후보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기표란에 '사퇴' 문구가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두 후보가 사전투표 전 후보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사전투표 현장에서 출력되는 투표용지에는 안 후보와 김 후보 이름 옆 기표란에 '사퇴'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 만약 이 유권자 주장대로 투표용지가 잘못 출력됐다면 사전투표 첫날부터 대형 사고가 터진 셈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체가 없는 '해프닝'에 그쳤다.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해당 투표소에 연락을 취해 당시 상황을 확인했지만 유권자가 주장한 '사퇴' 문구 삭제는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기존 틀 깬 '시민 중심 광주시 정책' 대한민국 표준이 된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시청 1층 당직실에서 '당직 송별행사'에 참석해 마지막 당직 근무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민선 8기 들어 광주시가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관행적으로 시행해 온 업무를 전격 폐지하고, 기존 틀을 깬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으로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이어지는 등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극찬했던 '초등학생 학부모 10시 출근제'를 비롯해 전국 특·광역시 첫 '직원 당직제' 폐지, 민관 협치모델인 탄소중립포인트제도, 광주다움 통합돌봄에서 출발한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 등 광주시만의 혁신사례들이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높은 관심으로 대한민국 표준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특·광역시 최초 직원 당직제 폐지광주시는 전국 특·광역시 중 최초로 '직원 당직제'를 전격 폐지했다.대신 당직 전담인력을 확보해 24시간 운영하는 재난안전상황실과 통합 운영하고 AI(인공지능)시대에 맞춰 'AI 당지기'를 특별채용했다.광주시가 당직 근무제를 폐지한 이유는 야간·휴일에 접수되는 당직 민원 대부분이 긴급 처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민원 또는 타 기관 소관인 이첩민원인 데다, 당직근무 다음날 휴무에 따른 불가피한 업무 공백의 발생으로 행정능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실제로 지난해 당직 민원 접수 현황을 보면 전체 1천592건으로 일평균 4건에 그쳤다. 특히 이 중86%인 1천376건이 교통 및 주취자 불만 사항 등 단순민원이거나 이첩민원이었다.이번 직원 당직제 폐지와 통합운영으로 긴급·비상상황 시 재난·안전 대응 인력과 당직 인력이 유기적으로 대응해 시민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장점도 기대된다.광주시 '탄소중립포인트 제도'가입 캠페인특히 AI 보이스봇인 '당지기'는 단순·이첩 민원을 효율적으로 처리한다.'AI 당지기'는 실시간으로 민원을 자동접수(음성·보이는 ARS)한 뒤 5개 자치구, 종합건설본부 등 해당 민원 처리기관을 연결하거나, 담당 부서에 전달해 응대할 수 있도록 한다. AI 보이스봇을 통해 접수된 민원의 통화내용, 통계 등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어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번 당직제 변화는 지난 2년여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도출한 결과물이다. 그동안 고생해 준 전 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불요불급한 업무개선은 조직의 작은 변화이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이러한 변화는 공직자의 존재 이유인 시민 행복과 광주의 더 큰 변화를 위한 혁신의 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광주시 '탄소중립포인트 제도'가입 캠페인◆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포인트제' 호응광주시는 지난 2008년 4월 환경부와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 협약을 맺은 뒤 그해 5월 전국 최초로 탄소포인트제의 전신인 '탄소은행' 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이 제도는 개인과 상업, 아파트 단지 등을 대상으로 전기와 도시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 절감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률에 따라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이후 정부는 자동차 분야를 추가하는 등 탄소포인트 제도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광주시민들은 전국 최고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광주시 탄소중립포인트제(에너지 부문) 가입률은 58.01%로 압도적인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총가구 63만4천113가구 중 36만7천824가구가 가입한 것이다.이는 2위인 제주 39.10%보다 무려 18.91% 포인트 높은 수치이다.현금과 기부(사회복지공동모금회), 그린카드 포인트(BC카드) 등 각종 인센티브(연 최대 40만원) 제공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초등생 부모 10시 출근제 '호평'광주시가 지난해 6월 전국 최초로 초등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도입한 '10시 출근제'가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최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저출생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라고 극찬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초등학생 학부모 10시 출근제'는 광주지역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초등학생 학부모 근로자가 최대 2개월 동안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 1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일·가정 양립 지원 사업이다. 출근 시간을 오전 9시에서 10시로 늦추거나 퇴근 시간을 오후 6시에서 5시로 앞당기는 방식으로, 근로시간 1시간 단축에 따른 급여는 광주시가 장려금으로 사업장에 지원한다.학부모와 중소기업 모두 반기고 있다. 중소기업은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과 아이들의 돌봄 해소로 가족친화적인 직장이 되고 있다는 반응이고, 학부모들은 방학 기간에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챙길 수 있어 육아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강기정 시장은 지난 7월 25일 열린 제7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초등생 학부모 오전 10시 출근제의 전국 확산을 건의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중앙과 지방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정책으로 광주시의 초등생 학부모 10시 출근제를 사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광주시는 전국 특·광역시 중 최초로 '직원 당직제'를 전격 폐지한 대신 AI(인공지능)시대에 맞춰 'AI 당지기'를 특별채용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새로운 복지 패러다임 제시지난해 4월 정식 서비스에 들어간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한 해 3만여 건의 가정 방문과 1만3천871명에 대한 맞춤 돌봄 지원 등을 통해 복지시스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지난해에는 제6회 광저우 국제도시혁신상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돌봄 표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광주다움 통합돌봄을 배우기 위해 광주를 찾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광주의 돌봄정책을 벤치마킹한 지자체는 부산·대전 등 20곳에 달하며, 제주와 수원은 광주를 모형으로 한 통합돌봄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도 강릉시, 진주시의회, 충북도 등의 현장 방문이 이어졌고, 한국사회복지학회와 한국정치사상학회 등 전국의 석학들도 국가 돌봄정책으로 확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공공심야어린이병원도 선진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전국 최초로 365일 24시까지 소아청소년 외래 진료를 제공하는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은 지난해 9월 운영을 시작한 이후 10개월간 총 1만7천407명의 아이들이 이용했다. 행정안전부 정부포상 훈장, 보건복지부 응급의료 유공 장관상 등을 휩쓸며 지역 소아청소년 의료 인프라 개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강기정 시장은 "전 공직자가 '이제는 된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시민의 행복을 목표로 적극적으로 추진한 정책이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시민이 원하는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다양한 정책을 꼼꼼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박석호기자 haitai200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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