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전투표 이모저모 종합] 전국서 가장 뜨거운 열기 고스란히···

입력 2022.03.06. 16:01 이삼섭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사전투표가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실시됐다.

전남과 광주는 각각 51.4%, 48.3%라는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해 전국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투표 열기를 보였다. 무등일보는 사전투표 현장 곳곳의 분위기와 투표에 참여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봤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4일 광주 북구 용봉동 사전투표소에서 대학생 유권자들과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길게 줄지어 투표를 기다리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건물 밖까지 긴 줄이…투표열기 '후끈'

"아침이라 사람이 별로 없는 줄 알았는데 줄이 길어 당황했네요"

지난 4일 광주지역 사전투표소는 이른 시간부터 시민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광주 광산구 우산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우산동 사전투표소에는 시민들의 줄이 건물 입구를 빠져나와 주차장까지 늘어섰다. 북구 매곡동과 남구 효천동의 사전투표소에도 건물 외부까지 선거를 위한 줄이 이어졌다.

광산구 우산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구모(19)씨는 "이번이 의미 있는 첫 투표라 전날부터 기대하다가 아침 일찍 투표하러 나왔다"며 "'너무 빨리나왔나' 걱정하던 것이 무색하게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시민들의 투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구 효덕동 사전투표소에서 선거를 함께 선거를 마쳤다는 부부 강대원(65)씨와 윤현순(65)씨는 "사람이 없을 때 사전투표를 마치자는 생각으로 투표소를 찾았는데 사람이 많아 잠시 당황했다"며 "이번 대선은 사람들의 관심도 참여율도 높은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20대 대통령 후보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4일 오전 광산구 우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투표를 마친 강고례(90)씨 모습.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내 몸은 불편해도 투표는 꼭"

거동이 불편한 시민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힘든 발걸음을 마다하지 않았다.

4일 오전 광산구 우산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우산동 사전투표소에서는 강고례(90)씨가 교통약자전용차량의 도움을 받아 방문했다. 강씨는 "한표라도 보태려고 왔다"며 밝게 웃음 지었다.

비슷한 시각 남구 효덕동 사전투표소에서는 한손으로는 지팡이를, 한손으로는 서로의 손을 붙잡은 노인들이 나란히 투표소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투표를 마친 신모(88)씨는 "거동은 불편하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투표권을 행사하러 왔다"고 말했다.

병원 치료 중이거나 환자복을 입은 상태로 투표소를 방문한 시민들도 많았다. 북구 매곡동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이광철(58)씨는 "무릎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서민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줬으면 좋겠다. 추진력 있는 후보에 힘을 보태고자 투표소를 찾았다"며 차기 대통령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지난 4일 매곡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오예슬(26)씨가 '선거인증'이라고 자필로 적은 메모지를 활용해 '인증샷'을 남겼다.

◆인증샷은 필수…온라인 투표 독려도 활발

투표를 마친 이들은 '투표 인증샷'(투표 인증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의 인증샷 행렬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저마다의 포즈와 방법으로 '한 표'를 행사한 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날 북구 매곡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만난 오예슬(26)씨는 노란 포스트잇에 직접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인증'이라고 적어 사전투표소에 들고왔다. 투표소를 퇴장하는 오씨의 포스트잇에는 빨간 선거도장이 남아있었다. 다수의 시민들은 손등에 선거도장을 남겨 사전투표소 안내 표지와 함께 찍은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다.

사전투표 열기는 온라인에서도 뜨거웠다. 이날 대한민국의 카카오톡 대화방과 SNS는 하루종일 '인증샷'과 투표를 독려하는 글로 가득했다. 대표적인 SNS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투표인증'이라는 태그가 쉴새없이 올라오는가 하면 사전투표소 장소와 후보별 공약 등을 공유하는 '적극적 독려' 게시글도 많았다.

지난 4일 북구 매곡동 사전투표소에 최모(72)씨가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고 찾았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사전투표 못할라'…한복 상태로 한달음

투표가 마감되는 오후 6시가 다가오면서 가까스로 투표소에 도착한 이들이 눈에 띄었다. 회사 유니폼 등 근무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는 시민들과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보였다.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고 투표소를 찾은 최모(72)씨는 고전무용 수업을 마치고 왔다고 했다. 최씨는 "혹시나 늦진 않을까 수업이 끝나고 서둘러서 오느라 수업 때 입은 한복을 그대로 입고 왔다"며 "이번 투표를 통해 위기를 헤쳐나가고 다양한 경험을 갖춘 사람이 우리나라 행정을 이끌어나갔으면 해서 오늘 사전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광산구에 거주한다고 밝힌 20대 여성은 "사전투표가 6시까지인데 학원수업이 생각보다 늦게 끝나 서둘러서 왔다"며 "못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했는데 다행히 투표를 할수 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투표소 마지막 투표자들이 바라는 대통령은?

이날 북구 매곡동 사전투표소 마지막 투표자로 기록된 조승구(66)씨는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밀어주고 싶어 나왔다.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잘 사는 나라'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남구 효덕동 사전투표소에서는 채규탁(34)씨가 이날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채씨는 "정당보다는 후보자의 사람됨을 보고 투표했다"며 "누가 대통령이 될지는 모르지만 2030세대를 위한 집값 안정 정책을 우선적으로 잘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광산구 우산동 사전투표소에서는 대전 거주민인 송선화씨가 마침표를 찍었다. 송씨는 "후보의 실행력과 경험을 가장 중시했다. 다음 대통령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구 동명동에서는 인생 첫 투표를 치른 김예은(20)씨가 '마침표 유권자'였다. 김씨는 "가족 중에 공무원이 많다보니 공무원 관련 정책을 중점적으로 살폈다"며 "누가 당선될지는 모르지만, 공정한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초박빙 선거에 '투표용지' 해프닝도

초박빙의 살얼음판 선거는 현장에서 '해프닝'으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해남의 한 사전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사퇴 후보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기표란에 '사퇴' 문구가 없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두 후보가 사전투표 전 후보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사전투표 현장에서 출력되는 투표용지에는 안 후보와 김 후보 이름 옆 기표란에 '사퇴' 문구가 들어가야 한다. 만약 이 유권자 주장대로 투표용지가 잘못 출력됐다면 사전투표 첫날부터 대형 사고가 터진 셈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체가 없는 '해프닝'에 그쳤다. 전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해당 투표소에 연락을 취해 당시 상황을 확인했지만 유권자가 주장한 '사퇴' 문구 삭제는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이관우기자 redkcow@mdilbo.com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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