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에 묻힌 지역발전··· "우롱하냐" 지역민들 허탈

입력 2022.03.03. 16:52 주현정 기자
호남서 완주·사죄하던 安, 결국 尹지지
지역발전·일자리 등 정책 기대 컸는데
지속 정쟁에 신의 나락··· 반발 기류 뚜렷
20대 대선이 6일 앞으로 다가온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서울 영등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이날 유세에는 후보 사퇴를 선언하고 지지를 표명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가 함께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단일화에 합의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3.03. 뉴시스?

"엊그제 광주를 찾아 과거 자신의 정치 행보를 참회하고 대선 완주를 약속했던 안철수는 어디 갔는가. 그간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여러 차례의 단일화 과오 탓에 광주에 올 때마다 죄송하다던 철수는 거짓인가. 뒤통수 정치에 신물이 난다."

"새 시대를 열 적임자로서 안철수에게 지지를 보냈던 것이 후회스럽다. '결과적으로 이번 단일화는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앞으로 호남에 사과도, 구애도 하지 말라. 새로운 시대를 개막하기 위한 결합이라는 말로 자리 나눠먹기식 정치적 야합을 포장하지 말라."

불과 며칠 전 광주를 비롯해 호남을 훑으며 막판 텃밭 지지세 결집에 나섰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전격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호남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아무리 큰 실리가 보장되고 따뜻한 길일지라도 옳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며 셀프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던 안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단 며칠만의 번복에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안철수 후보의 페이스북과 팬카페 등에는 '오늘부로 평생 지지 철수', '끝내 돌아오는 건 배신'이라는 등의 내용이 연달이 게시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후보가 조직한 신생 정당의 '3당 구도'를 안착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광주와 전남 지역민들의 당혹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더욱이 안 후보는 지난달 27일 광주를 찾아 과거 바른정당과의 합당으로 바른미래당을 창단한 것을 사죄하며 "제 생각이 짧았다. 급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 광주에 올 때마다 죄송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번 대선은 반드시 완주하겠다는 의지까지 분명히 밝혔던 안철수 후보의 사흘만의 입장 번복에 지역의 미래 100년 대계 설계를 기대했던 지역에서는 쓴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이번 대선이 지역의 발전 모델을 확립해 질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해 9월 무등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광주와 전남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천600명을 대상(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2.5%p, 응답률 9.0%)으로 실시한 인식조사 결과 가장 관심 있는 대선 정책으로 '지역발전', '일자리 확대', '청년 지원 정책' 등이 꼽혔다.

유권자들은 개헌이나 남북교류 확대와 같은 거대 담론 형태의 정책보다는 내 삶과 밀접한 정책에 보다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대선 주자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메시지가 지지율 향상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지표도 제시하는 유의미한 조사였다.

그러나 지역민 기대와 달리 이번 대선이 '정책'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으면서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 김승주(38)씨는 "지난 10여년 안철수를 지지했다. 비록 여러 차례 중도 하차가 있기는 했었지만 '새정치', '기득권 양당체제 종식', '제3지대', '다당제' 등 그의 메시지를 신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역시 잇속에 눈 먼 정치인이었다. 더 이상의 신뢰는 없다"고 꼬집어 말했다.

주현정기자 doit8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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