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마을공동체

[광주 우리동네 마을공동체①] 낡은 아파트에서 행복공간으로 변신한 '백조아파트'

입력 2021.02.16. 17:45 안혜림 기자
동구 소태동 빌딩숲 사이 알록달록 존재감
주민간 만남·소통 기회 늘리니 친근감 '쑥'
김형수 대표 "알아야 통하고, 통하니 즐겁고"
김형수 백조아파트 공동체 대표.

비만 오면 잠기는 길, 불법주정차가 많은 골목, 주민 사이의 잦은 다툼 등.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의 문제는 수백수천번씩 마을을 오갔던 동네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우리 주위에는 이런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 모인 마을공동체가 많다. 이들은 사라져가는 동네풍경을 함께 기록하기도, 혼자 사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을 가르치기도 한다.

주민자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지금, 무등일보는 마을공동체와 활동가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이번 '우리 동네 마을공동체' 연재가 우리 가장 가까운 곳의 자치를 조명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편집자주>


"표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주민들이 이젠 서로 먼저 웃어요. 주민간 만남 기회 늘리니 친근감이 올라간 덕분이죠. 알아야 통하고, 통하니 즐겁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15일 오후 광주 동구 소태동 백조아파트에서 만난 김형수 공동체 대표는 생기없던 노후 아파트가 행복발전소로 변모한 가장 주요한 배경에 '소통'을 꼽았다.

김 대표에 따르면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아파트는 오래되고 더러운 아파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지어진 지 40년이 돼 가는 노후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무기력하게 살아갈 뿐이었다. 노인이 대부분인 아파트에 종종 젊은 주민들이 이사오기도 했지만, 아파트에 애착을 갖지 못하고 자존심 상해하는 일도 많았다.

더욱이 아파트단지 곳곳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돌봄을, 다른 한쪽에서는 쫓아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며 주민간 다툼으로 번지는 일도 예사였다.

김 대표는 "어느날 생각해보니 주민들이 아파트를 부끄러워하게 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주민끼리 즐겁게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 생각하다 '그럼 내가 먼저 무엇이든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관리사무소를 청소하는 것이었다. 덕지덕지핀 곰팡이를 긁어내고 산뜻한 벽지로 새단장을 마쳤다. 그렇게 조성된 공간은 주민들에게 돌려줬다. 오며가며 잠시 앉아 쉬기도,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나눠먹기도 하는 공간이 생기자 주민들 사이에 소통이 시작됐다.

김형수 대표는 이어 '함께 청소하기' 캠페인을 전개했다. 매주 정해진 날 주민들이 함께 아파트를 청소하는 활동을 정례화 한 것. 쉼터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을 쌓는 것과 더불어 함께 사는 공간을 정비하는 일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귀찮다는 생각이었는지 호응이 적었지만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자 동참하는 주민들이 늘었다. 덕분에 아파트 주변 환경도 눈에띄게 깨끗해 졌다"고 전했다.

백조아파트에는 이곳만의 특이한 별명이 있다. '운동 마니아', '여수양반' 등 주민들이 서로를 스스럼없이 부르는 택호가 생긴 것이다.

김형수 대표는 "택호가 생활 속으로 스며들면서 정감을 느끼는 주민들이 많아졌고 아파트에 대한 관심도도 함께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소통하고 알아가자 고양이 문제 등 주민 사이 불만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며 "환경이 변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이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srb.co.kr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