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처벌 '지지부진', 상처는 '선명'
"아픔 치유 위해 진실된 반성·노력 필요"

"시간은 흘러갔지만 피해자들의 아픔과 울분은 오히려 커지고 있습니다."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건물 붕괴 참사가 9일 1주년을 맞았지만 그날의 아픔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날의 아픔이 생생한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악몽 속에 살고 있지만 정작 책임을 져야 할 공사 관계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급급해 현재까지 제대로 된 처벌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학동4구역 재개발 현장. 1년전 소방대원들이 바삐 오가며 잔해 속에서 피흘리는 사람들을 구조해내던 도로는 말끔하게 보수를 마친 채 언제 사고가 있었냐는 듯이 수많은 차량들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붕괴사고가 일어났던 건물은 여전히 그날의 참상을 그대로 간직한 채 흉측스러운 몰골로 남아 있다. 가림막 안쪽에는 사고 이후 시간이 멈춘 것처럼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멈춰서 있는가 하면 곳곳에 철거되다 만 건물과 잔해가 그대로 남아있다. 콘크리트 부스러기 위로 무성히 자라난 잡초만이 1년의 시간이 흘렀음을 짐작게 한다.
참사 이후 사고현장이 그대로 남아있는 건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이 올스톱되면서다.
참사 직후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던 광주 동구가 지난 3월 중지 명령을 해제했지만, 재개발조합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철거업체 변경과 안전대책 제출 등 공사 재개를 위한 준비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학동4구역 재개발조합은 오는 17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열고 시공사 변경과 철거업체 계약 해지 등을 논의하고 그 이후 행정기관에 공문을 제출하는 등 재개발사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그날의 아픔이 생생한 참사현장은 피해자와 유가족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도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황모(62)씨는 "붕괴 당시 '콰광'하고 건물이 무너지는 굉음을 들었는데, 도무지 그 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며 "아직까지도 비행기 소리 등 큰 소리가 날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린다"고 토로했다.
이진의 학동참사 유가족 대표는 "시간이 지났지만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고 오히려 커져만 간다"며 "고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아직도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더욱 유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한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지부지한 책임자 처벌도 그날의 아픔을 치유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현산과 하청·재하청 업체, 감리 등 현장 관계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법정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1심 선고도 빨라야 다음달이나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 결론까진 앞으로 몇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시민대책위원회는 "참사책임자들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도 없이 책임을 회피하고만 있다"면서 "이들의 진심 어린 반성과 개선 노력이 없다면 광주는 참사의 충격과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진정 어린 사과가 우선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주시와 동구는 이날 오후 참사 현장에서 1주기 추모식을 열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안전대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추모식은 유가족 20여 명과 이용섭 광주시장, 임택 동구청장, 일반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령의 넋을 위로하고 한을 풀어주는 위혼의 무대(고이 잠드소서)를 시작으로 추모묵념과 추모기도, 추모사, 추모시 낭송 순으로 진행됐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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