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시공사·하도급 업체 9개월째 끊임 없는 ‘네 탓 공방’
유족 “우리와 같은 고통겪지 않았으면”…추모공간 조성해야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구역에서 철거중인 건물이 붕괴되면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학동 참사'가 오는 9일로 1주년을 맞는다. 참사 발생 1년여가 지났지만 참사 후유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유족들은 떠나간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있으며, 재개발 사업은 그 이후 단 한 발자국도 진척이 되지 않았다. 참사 책임이 있는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 등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그 누구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 건설업계 관행이 불러온 전형적 '인재'
지난해 6월 9일 붕괴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1천592.36㎡(481.68평), 건물 면적 327.84㎡(99.17평) 규모로, 93년에 준공돼 줄곧 병원으로 이용됐다. 이후 재개발지역으로 승인되며 지난해 5월 25일 철거가 시작됐다.
당초 관할 지자체인 광주 동구에 제출된 철거 계획서에는 '압쇄 철거' 공법으로 콘크리트 부재를 끼워놓은 상태에서 위에서부터 커터 형식으로 자르듯 압쇄해 파쇄하는 방식이다. 또 건축물 외벽강도가 가장 낮은 건축물 좌측부터 후면, 정면, 우측 순서로 철거하고, 성토물을 3층까지 쌓은 뒤 지붕부터 철거한 뒤 성토물을 건물 외부로 빼고 하층부를 철거하는 것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물 외벽 강도와 무관한 철거 작업이 진행됐고, 하층부 일부를 철거한 뒤 건물 내부에 성토를 조성, 수평 하중에 취약한 'ㄷ'자 형태로 철거가 진행됐다. 때문에 1층 바닥 하중이 증가했고, 자하층 보강조치도 없는 상태에서 계속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건축물이 붕괴된 당일 오전부터 소음과 분진 민원을 우려해 과도한 살수 지시가 있었다.
국과수는 직접적인 붕괴 원인으로 수평에 하중 취약한 상황에서 지하층 보강 없이 과도한 살수가 이뤄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붕괴됐다고 결론 내렸다.
이와 함께 경찰은 공사수주 업체들의 이른바 '지분 따먹기'가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분 따먹기'란 공사를 공동으로 수주한 뒤 실제 공사에 참여하지 않은 채 수익 지분만 챙기는 수법이다.
최초 22억원짜리 석면 철거 공사가 불법 재하도급으로 내려오면서 철거를 도맡은 백솔은 단 4억원에 공사를 진행했다. 최초 공사 대금의 18%로 공사를 진행하다보니 부실공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전형적인 인재로 인한 참사라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네 탓 공방' 법정은 여전히 공전 중…13일 '구형'
지난해 10월 18일 첫 병합재판이 열린 이후 지금까지 20여차례 열린 공판에서 피의자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만 있다.
재판을 받는 이들은 시공업체인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7)씨·공무부장 노모(57)씨·안전부장 김모(56)씨, 하도급 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재하도급 업체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재하도급 업체 ㈜백솔 대표 겸 굴착기 기사 조모(47)씨, 감리자 차모(59·여)씨 등 7명이다. 이와 함께 현산과 한솔, 백솔 등 업체 3곳도 재판을 받고 있다.

현산은 시공사는 철거 현장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으며, 하도급 업체들끼리 공사를 진행해 책임질 부분이 없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을 하고 있다. 또 붕괴 참사의 원인을 밝힌 국토부 사조위 등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가 없다며 재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최근 현산의 이같은 주장을 기각했으나 붕괴원인 분석결과를 제출하면 다음 재판에서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하도급 업체와 재하도급 업체 관계자는 현산이 주도적으로 철거 현장을 관할해왔다는 취지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공사와 하도급업체가 함께 있는 SNS 단체방에 보고를 했고, 지시를 받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떠넘기면서 형량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노력에만 급급해하고 있어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의 분개를 사고 있다.
이와 함께 불법 재하도급 계약 비위와 관련된 재판에서는 선고가 나오고 있다.
부정처사 후 수뢰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브로커 이모(62)씨는 지난 4월 7일 열린 1심 재판에서 징역 3년 6개월과 추징금 2억1천만원을 선고 받았다. 이씨와 공모한 브로커 문흥식(62)씨 등은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기우식 현산참사대책위원회 사무처장은 "참사 이후 말뿐인 사과만 할 뿐 진심어린 사죄는 하지 않았는데 그 모습이 재판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 아쉽다"며 "유족들을 보상금으로 압박한 것도 모자라 재판 참관 등을 막는 부수 조항을 넣는 것은 재판에 유족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밖에 안보인다"고 일침했다.
이어 "최근까지 일부 유족이 보상금에 대한 합의를 하지 않았는데 화정동 참사 이후 현산 측에서 압박을 넣으면서 어쩔 수 없이 합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재판부는 이러한 점까지 참고해서 유족들이 납득할만한 선고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한편 현재 예정된 학동 붕괴 참사 병합재판과 관련 공판 일정은 오는 13일 오후 2시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사의 구형이 이뤄질 예정이다.
◆'떠나간 가족'그리워하는 유족
광주 동구는 지난해 학동 붕괴 참사가 발생했던 시간인 9일 오후 4시 22분께 1주기 추모식을 개최한다.
동구는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로 인해 희생된 분들을 기억하고 유사사고 재발방지와 안전문화 함양을 위해 추모식을 계획했다.
추모식은 ▲식전 공연 ▲추모 묵념 ▲추모기도 ▲추모사 ▲추모시 낭송 순으로 진행되며 이 자리에는 광주시장과 동구청장, 유족 등 1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진의 학동참사 유가족 대표는 "추모제는 유족들이 요청해서 한 것으로 유족들의 아픔과 떠나간 영령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유족은 아직까지도 심각한 트라우마로 식음을 전폐한 채 돌아가신 가족의 방에서 하루종일 울기도 하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참사 지역에 추모공간을 조성했으면 좋겠지만 아직 회의만 거듭하면서 예산과 부지 선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큰 공간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다시는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는 가족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추모공간 조성을 요청하는 만큼 시와 재개발조합 측에서 전향적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3월 공사 중지 명령이 해제된 학동4구역 재개발 사업 진행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시공사인 현산이 해체계획과 안전대책, 철거 업체 변경계획 등과 관련된 공문 등을 관할 지자체에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할 지자체인 동구는 시공사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재개발 공사 진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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