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진 민원에 현장 방문했지만 "인지 못했다"
감리 문제 제기 한달이 넘어서야 '뒷북행정'
광주 북구 운암주공 3단지 재건축 현장에서 허가 내용과 다르게 건물 해체공사를 벌이는 등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현장과 같은 방식으로 철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본보 보도(14일자 3면 참조)에 따라 북구가 즉각 해당 재건축 시공사들을 형사고발했다.
북구는 14일 운암주공 3단지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해체계획서와 다르게 '밑동 파기' 방식으로 철거작업이 진행된 것을 확인,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한화건설을 건축물관리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했다. 해체작업을 관리·감독하는 감리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100만원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운암3단지 재건축 철거현장도 맨 위층부터 아래층 순서로 해체를 진행하고 필요시 상부 하중을 분산하는 지지대를 설치해 작업하도록 허가 받았다.
또 일부 해체되고 남은 건축물의 기둥·내력벽 등의 구조적 안전성 확보를 위해 보강·보완 조처를 내렸다. 남은 해체 대상 건축물에 대해서도 현장대리인, 감리자 등을 통해 수시로 점검하고 향후 해체개선 계획에 따라 공사 재개를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감리자는 지난 5월15일 재건축 현장에서 해체계획서상 방식대로 철거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지, 시공사에게 시정조치를 요청했으나 시공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감리자는 즉시 관할 구청에 알려야 하지만 10여일이나 늦은 27일에 보고했기 때문에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됐다.
문제는 관리·감독기관인 북구에게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들이 제기한 분진 민원만 신경쓴 채 정작 안전과 직결된 철거작업에 대해선 등한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구는 운암3단지 재건축 현장 철거작업에 따른 분진 민원으로 현장을 5월과 이달 초 두 차례나 방문했지만 철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지적하지 못했다. 대신 분진 민원이 발생한 남양휴튼 아파트 방향 등 도로변에 근접한 건축물에 대해서만 행정개선명령과 함께 22일 해체공사를 중지시켰다.
북구가 '밑동'이 패인 채 위태롭게 서있던 철거 대상 건물을 별 문제의식 없이 지나치면서, 현장감리가 문제점을 인식한 5월 초부터 최소 한 달 이상 아무런 조치가 되지 않았던 셈이다.
북구는 학동 붕괴 참사가 발생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이들 시공사들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와 함께 구조물 안전성 확보를 위한 보강·보완 조치를 하도록 지시, '뒷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북구 관계자는 "5월21일 운암3단지 철거현장 분진이 발생한다는 민원에 따라 현장을 방문했지만 철거 방식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향후 보강·보완조치가 이뤄졌는지 지속적으로 현장에 방문해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문인 구청장은 "전문가 등과 함께 더욱 세밀하게 점검하고 위험 소지가 있거나 불법사항 적발 때는 엄정 조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운암3단지 재건축 현장 내 아파트 철거 대상 건물은 63개동이다. 이준 39개동은 이미 철거됐다.
임장현기자 locco@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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