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참배객 5만여명…나이·국적 제각각
"다른 나라·다음 세대까지 5·18 전할 것"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서 분열과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를 찾아, '광주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을 앞두고 전국 각지와 전세계에서 광주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를 방문하는 이들은 제각기 나이와 종교, 국적이 달랐지만 하나같이 '광주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14일 오전 10시께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20여명의 외국인들이 붉은 캄보디아 국기를 들고 민주의 문 앞에 섰다. 방명록 한켠에 '평화를 위해 싸워준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라고 적은 후 묘역에 입장해 오월 열사들을 추모했다.
이들은 캄보디아 촛불당·캄보디아 광주민주공동체·캄보디아 평화포럼 등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이다. 군부독재에 맞서 싸웠던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배우고, 38년째 군부독재가 이어지고 있는 자국의 민주화를 염원하기 위해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쿤타라(Kunthara·76)씨는 "1980년 광주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에 감동받았다"며 "민주적인 역사를 배우고 계승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젊은이들과 함께 민주묘지에 왔다"고 말했다.
5.18추모 열기가 점차 달아오르는 가운데 주말인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민주묘지에는 오월 영령을 기리기 위한 수만 명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고려대학교·경북대학교·제주대학교·충남 서산풀뿌리시민연대·부산청소년겨레하나 등 전국 각지에서 참배행렬이 이어진 가운데 미국·인도·미얀마·캄보디아 국적의 외국인들도 오월 영령을 추모했다. 민주의문 앞 방명록에서는 빼곡한 한글 사이로 알파벳과 한자로 새겨진 글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민주묘지 구묘역에서 만난 미국인 베스(Beth·26)씨는 "43년이 지났음에도 이렇게나 많은 추모객들이 묘지를 찾았다는 것이 매우 인상깊다"며 "오는 18일에는 주위의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민주묘지와 금남로를 방문할 계획이다"고 했다.
오월봄광주순례단 경남지부장을 맡고 있다는 경남대학생 이설(24)씨는 "올해는 공법단체끼리의 다툼도 있고, 5·18을 역사교과서에서 삭제한다는 논란도 있어서 오월정신이 흐려지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며 "오월정신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경남지역 70명의 대학생들이 함께 묘지를 참배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민주묘지 방문객 수는 6만4천656명을 기록했다. 특히 13일 하루에만 4만8천856명이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 오월지키기대책위, 오월 문제 해결 위한 공개토론회 제안 21일 오전 광주·전남 19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가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월 문제 해결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고 있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광주·전남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5·18 공법단체와 특전사 동지회의 대국민 공동선언식 이후 촉발된 오월단체와의 갈등 해결을 위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했다.광주·전남 19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책위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시민 참여를 전제로 오월이 현재 직면한 문제와 5·18 50주년을 비롯한 중·장기적 과제에 대한 광주공동체의 책임과 노력, 해법을 찾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이어 "지금까지는 5·18 공법단체와 특전사 동지회의 활동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능동적으로 오월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자 한다"고 설명했다.대책위가 제안한 공개토론회의 원칙은 광주·전남 시·도민의 눈높이에서 현안을 바라보고 해결하는 것으로 구성은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5·18기념재단, 대책위 등 4자 토론회다.5·18 공법단체와 특전사 동지회는 지난달 12일 5·18기념재단이 제안해 열렸던 비공개 간담회 때처럼 갈등의 양상만 부각되면서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다가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 구성에서 배제했다.다만 대책위는 공개토론회 진행에 앞서 5·18 공법단체와 특전사 동지회에 '진정한 사죄의 조건'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 공개토론회를 별도로 제안했다.유봉식 대책위 상임대표는 "올해 불거진 오월 갈등은 크게는 대국민 공동선언식으로 촉발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동안 광주와 오월이 안고 있던 수많은 문제들이 터진 것이다"며 "당사자들끼리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광주·전남 시·도민 전체가 '그만하면 됐다'라고 할때까지 5·18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고백과 같은 실질적인 노력이 있었어야 진정한 사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광주·전남 시·도민의 눈높이에서 공개토론회를 열어 오월이 직면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 5·18 행사위, 제43주년 5·18기념행사 평가 설문 실시
- · "그날 진실 그림 통해 알리고 싶어 배웠죠"
- · 공연 통해 5·18사적지 활용 방안 찾는다
- · 특전사회 세 번째 오월영령 참배···"진정한 사죄부터" 일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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