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전시 종료 후 회수·철거 전제”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를 앞둔 상황에서 상무관에 전시 중인 추모작품 '검은 비(碑)' 존치 여부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토론회가 열렸다.
1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오후 동구 전일빌딩245 시민마루에서 '검은碑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시민토론회를 열고 작품 존치와 철거를 두고 대립하는 시민사회 의견을 들었다.
이기훈 지역문화교류 호남재단 상임이사가 좌장을 맡은 이번 토론회는 검은 비 존치를 강조하는 주홍 작가와 이전을 주장하는 홍성칠 옛 전남도청복원범시도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의 발제를 시작으로 하성흡 한국화작가, 조경옥 영상작가,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 허달용 전 민예총 회장이 발표자로 나섰다.
주 작가는 "광주에는 통곡의 장소가 필요하다. 상무관은 시민들이 통곡할 수 있는 씻김의 장소라고 생각한다"며 "검은 비를 직접 보지 않은 시민들은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없다. 시민들이 직접 두 눈으로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관리자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은 상무관 개방부터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이유로 후대에 남길 명작을 파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규모가 크다 보니 옮기는 순간 훼손될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 위원장은 "검은 비의 작품성을 논하기 전에 상무관 복원이 우선이다"며 "작품이 처음 설치된 계기였던 상무관 프로젝트도 광주시와 5·18 행사위원회, ACC 등 3곳의 공적 기관이 협의해 진행됐다. 규정에 의한 약속 이행을 담보로 성사된 만큼 전시 종료 후 회수 또는 철거가 전제된 것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애초 작품 존치가 목적이었다면 처음부터 정영창 작가 측에서 존치 의사를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며 "작품 전시를 4차례 연장하는 동안 침묵해오다 갑자기 존치 의사를 밝히는 것은 기관은 물론 유족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5·18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가 담긴 정 작가의 추모작품 검은 비는 가로 8.5m·세로 2.5m 크기 대형 나무 패널에 검은색 유화 물감을 칠한 쌀을 붙인 작품으로 지난 2018년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당시 상무관에서 최초 전시됐다. 현재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를 앞두고 폐쇄된 상무관에 그대로 남아있다.
광주시는 복원 공사 착공이 임박한 만큼 철거·이전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예술계는 검은 비의 의미를 강조하며 존치를 요구하고 있어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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