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넓게 대화, 화합 이뤄 현안 문제부터 해결"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신임 회장으로 소쇄원을 만든 양산보의 종손인 양재혁(55)씨를 선출했다.
30일 유족회에 따르면 회장에 단독 입후보한 양씨는 지난 28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투표에서 선거인단 47명 중 32명이 참가한 가운데 찬성 24표, 반대 7표, 무효 1표를 받아 신임 회장이 됐다.
담양 출신인 양 회장은 사단법인 전남도종가회 상임이사, 한국종가유네스코 등재 추진협의회 상임위원, 한국고택협회 이사, 담양신문 발행인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특히 양 회장은 조선 중기 대표적 정원이자 선비문화의 산실로 꼽히는 소쇄원을 만든 양산보의 15대 종손이다.
그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네 살 위 형을 잃었다. 형 재영씨는 5·18 당시 고3 학생이었다. 광주에서 민주화 투쟁을 벌이다가 머리 등을 크게 다친 재영씨는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10년 넘게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던 재영씨는 2009년 끝내 숨을 거뒀다.
양 회장은 "형은 계엄군과 시민군의 치열한 도심 총격전 속에서 개머리판으로 얼굴과 온몸을 구타당했다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그로 인해 여생에 고통 받았다"고 회상했다.
10여 년간 형의 병시중을 해온 양 회장은 불행한 삶을 이어가다가 저세상으로 떠난 형의 완전한 명예회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양 회장은 "그동안 유족회는 많은 슬픔과 한을 가슴에 앉고 피와 땀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지켜왔다"며 "유족회가 5월 정신 계승의 구심점이 되고 유족회원이라는 사실이 자부심이 되도록 노록하겠다"고 밝혔다.
또 "회원들과 폭넓게 대화하고 화합을 이뤄 유족회가 안고 있는 현안 문제들부터 해결해 나가겠다"며 ▲5·18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5·18단체 등과의 협력강화 ▲5·18 정신계승과 선양사업 전담조직 운영 ▲5·18의 전국화 세계화를 위한 홍보와 문화콘텐츠 발굴 추진 ▲유족회 활동 40년사 발간 추진▲회원 및 자녀 창·취업 지원으로 생활안정 도모 ▲회원 복지를 위한 프로그램 운영 ▲유족회 규정과 제도 개선 등 10대 공약 이행을 강조했다.
양 회장은 이어 "민족·민주·평화 운동의 주체로 5·18의 국제화와 정신계승 연대를 위해 학술지 발간 및 학술대회 개최로 세계 민주화와 흐름을 같이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공법단체로 출범한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5·18의 위대한 민주정신과 숭고한 대동정신을 기념하고 계승·선양하기 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유족회 회원 규모는 300여명이다.
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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