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적이었던 집안의 장남, 가족들 힘든 나날 보내"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발굴된 유해 중 한 구의 유전자 정보가 5·18 당시 행방불명자와 일치하면서 행불자 가족들의 반세기 한이 풀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에 신원이 잠정적으로 확인된 행불자는 1980년 당시 화순군에 살던 23세 청년 염경선씨다.
무등일보는 염경선씨가 과거에 거주했던 마을로 찾아가 그의 흔적을 찾던 중 당숙 염규성(83)씨를 만났다.
"객지로 일하러 간다고 할머니한테 큰절을 하고 나섰지. 그게 마지막일지는 몰랐어…."
염경선씨 부친의 사촌형제인 염규성씨는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앞집에 살던 조카의 마지막 모습을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는 염경선씨가 8남매 중 장남으로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전했다.
군인 출신이던 아버지가 전역하게 되면서 대가족의 형편은 점점 힘들어 졌다고 회상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논 400평을 일구면서 나오는 쌀이 가족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다.
장남의 기질을 타고난 조카는 "언젠가는 이 가난에서 벗어나 내손으로 가족들을 호강시켜주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그때는 그런 삶의 무게와 책임감이 화를 부를 줄 까맣게 몰랐다.

1980년 5월8일 꿈을 이루기 위해 광주로 향하던 조카가 할머니께 큰절을 올린 뒤 눈물을 훔치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렸다. 초파일(부처님 오신 날)에 광주로 떠난 조카가 광주시내의 한 메밀국수집에 취업했다는 소식은 며칠 뒤에 접했다.
조카의 소식은 딱 거기까지였다. 5·18민주화운동이 시작되면서 광주로 가는 길목은 봉쇄됐다.
염경선씨의 가족은 장남이 어디로 갔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 길이 없어서 무척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기억했다.
집안 어른이자 같은 마을에 살던 교사 출신 큰아버지가 염경선씨의 행적을 수소문하면서 찾아다녔으나 결국 찾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장남의 실종 이후 집안도 풍비박산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들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염규성씨는 "42년 만에 경선이가 왜 그곳(옛 교도소 부지)에서 발견됐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며 "다른 행방불명자들도 조속히 찾아내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염경선씨의 시신은 대퇴부 유골 하나만 발견된 상황이다. 5·18진상규명조사위는 나머지 유골도 온전히 찾아내 가족들에게 건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염경선씨가 살던 집은 현재 다른 사람이 거주하고 있다. 염규성씨는 "이 집을 볼 때마다 가족들과 웃고 떠들던 경선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그때 당시 경선이가 계속 살아있었다면 절대 가족들이 흩어지지 않았을 것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나호정기자 hojeong9983@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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