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단체, 릴레이 집회도 진행…“현명한 판결 기대”
1980년 5월 국가로부터 폭력을 당한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지법 제14민사부는 23일 5·18 유공자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 재판을 열었다. 재판은 소송 인원이 1천600여명으로 많고 각각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이 달라 분할돼 진행됐다. 이날은 113명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피해자들은 ▲현실에 맞는 위자료 책정 ▲연좌제로 피해받은 가족을 포함한 손해배상 ▲소송비 국가 부담 ▲당시 보상금에 이자율 적용 등을 요구했다.
이날 피고 측 변호인은 피해자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기존에 보상금을 수령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상은 불가하다는 취지로 국가의 입장을 대변했다.
재판부는 일부 유공자와 피해자들의 경우 제출 자료가 미흡하다며 오는 8월9일 두 번째 재판을 열기로 했다.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42년 전 피해자들이 정신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의 피해배상 청구 소송에 관련된 법률은 지난 1990년 8월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이 처음이었다.
피해자들은 2002년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국가 유공자'로 지정돼 대통령 명의의 유공자 증서와 사망 시 예우, 국립묘지 안장 등을 약속받았다. 해당 법안은 2006년 '5·18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로 변경됐고 이후 수차례 개정돼 7차까지 위로금과 생활지원금 등이 이뤄졌다.
그러나 당시 정신적 손해배상은 논의되지 않았다. 최초 법률 제정 당시 '희생'에 대한 '금전적 보상'에 중심을 뒀기 때문이다. 게다가 5·18보상법은 보상금을 받으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생기는 것으로 간주하도록 해 국가를 상대로 추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낼 수 없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27일 헌법재판소가 기존 5·18보상법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고, 같은해 11월 5월 단체는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구체적 피해사실 입증 서류를 제출받고 소송을 제기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이번을 시작으로 오는 8월까지 피해자들의 재판이 이어진다"며 "이번 재판은 42년 전 당시 국가로부터 정신적인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재판으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판 결과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피해 가족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이 이뤄질 것이냐 하는 부분"이라며 "당시 가족을 잃었거나 부상당한 피해자들로 인해 많은 가정들이 붕괴됐다.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현명한 판결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5월 단체들은 재판에 앞서 지난달 26일부터 법원 앞에서 릴레이 집회를 진행했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 갈수록 걱정되는 5·18 조사위 종합보고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등이 지난 25일 오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5·18조사위 보고서 평가 간담회를 열고 5·18조사위가 내놓은 직권조사 과제별 조사결과 보고서를 평가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작성 중인 종합보고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잘못 알려진 5·18 역사를 바로잡아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는 수단이 돼야 할 보고서에 5·18의 역사적 배경이나 성격 등이 일절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27일 5·18조사위에 따르면 5·18조사위는 오는 6월26일까지 대정부 권고안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한다.5·18 진상규명 특별법 제34조에 '활동이 종료될 경우 6개월 이내에 위원회의 활동 전체를 내용으로 하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5·18조사위는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를 마친 뒤 종합보고서와 함께 진상규명 의결서, 백서를 공개할 예정이다.또 지난 4년간의 공식 조사 활동 기간 확보한 진술과 수집한 사진·영상 등 모든 자료는 국회 동의를 얻어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계획이다.그러나 작성 완료 기간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종합보고서의 구성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전체 1천400쪽 분량의 종합보고서는 제1장 총론(200쪽), 제2장 계엄군의 진압작전(200쪽), 제3장 민간인 희생(350쪽), 제4장 인권탄압사건(300쪽), 제5장 북한개입설(100쪽), 제6장 진상규명 불능 과제(250쪽) 순으로 구성됐다.하지만 보고서 어디에도 5·18이 일어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성격, 진상규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진상규명이 갖는 의의에 대한 서술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반면 국내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중 하나인 부마민주항쟁의 진상조사보고서에는 '유신체제에 대항해 발생한 민주화운동',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의식 확산' 등 항쟁의 역사적 배경과 '유신체제의 종말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의가 자세히 담겨있다.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8·15 광복 전후 제주도의 상황이나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 4·3사건의 도화선이 된 3·1사건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서술돼 있다.이와 관련 정다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제1장 총론에 위원회의 설립과정, 조직·예산·연도별 조사 활동, 대정부 권고안이 담기는 데 사실 설립과정이나 조사 활동은 백서에나 들어갈 내용이다"며 "5·18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5·18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성격, 5·18이 갖는 의의를 종합보고서에 싣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이어 "5·18조사위의 종합보고서가 새로운 왜곡·폄훼의 근거가 될 것 같아 심각하게 걱정된다"며 "지금이라도 종합보고서를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초안을 신속하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승환기자 psh0904@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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