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의 문장으로 살아난 80년 5월의 함성

입력 2022.05.26. 18:45 최민석 기자
조진태 시인 '오월의 감정학' 출간
문학작품이 '오월 광주' 대변자
관련 구술·사료적 기록도 활용
현장감정 반영은 '詩'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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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버린 역사의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문학의 몫이다.

그래서 문학의 책임과 작가의 역할은 크다.

조진태 시인(5·18기념재단 상임이사)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문학작품을 통해 성찰한 '오월의 감정학'(문학들刊)을 펴냈다. 그는 '오월 광주'가 인간의 모든 감정이 촉발된 시공간이었고,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것이 바로 문학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현장 경험을 감각화하는 기억 매체가 바로 문학작품이라는견해에서 비롯됐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 평론집이나 비평서인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시와 소설 등 문학작품 외에도 사건 관련 구술이나 사료적 기록이 적잖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 기록들에서 분노와 공포, 슬픔과 기쁨 등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촉발되며, 그 감정의 무늬가 어떻게 언어로 표현되어 읽는 이들과 공감을 이루는지를 살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우리의 대표적 민요 아리랑이 갖는 그토록 피 끓는 전율을 광주에서 처음 느꼈다. 단전단수로 광주 전역이 암흑천지로 변하고 방송국, 파출소 등이 불타 도청 앞 광장으로 손에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모여드는 군중들이 부르는 아리랑 가락을 깜깜한 도청 옥상에서 혼자 들으며 바라보는 순간, 나는 내 피 속에 무엇인가 격렬히 움직이는 전율을 느끼며 얼마나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김충근, '금남로 아리랑' 부분, 5·18특파원리포트)

"어느 순간 나는 쫓아오는 공수부대원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잡힌 즉시 머리, 어깨, 몸통, 다리 할 것 없이 온몸에 진압봉과 군홧발이 쏟아졌다. 이빨 하나가 부러져 나가고 머리가 터지고 피가 흘렀다. 그러다가 잔뜩 짓밟혀 한풀 꺾인 우리를 놔두고 공수부대원이 시위대를 잡으러 달려갔다. 잡혀서 맞는 사람, 쫓기는 사람, 쫓아가는 공수부대원들이 뒤섞여 주위가 아수라장이었다. 그 틈을 타서 나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감이 들면서 공수대들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큰길에서는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죄 없이 두들겨 맞고 끌려가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공수부대 놈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광주5월민중항쟁사료전집'(풀빛·1990) 중에서)

저자는 당시의 현장 감정을 가장 감각적이고 집약적으로 보여 주는 것으로 시를 꼽았다. "시문학(문학)은 영상기록, 구술기록과 함께 오월의 현장 경험을 감각화하는 주요 기억 매체이다. (…) 반성과 성찰을 위한 기억 투쟁이 지속적인 상징화를 통해 사건의 의미를 현재화하는 일이라면 기억을 위한 문화적 서사로서 시문학은 기억매체의 감각화를 통해 잊지 말아야 할 고통과 더불어 단번에 절대공동체의 신기루를 경험하는 상상력의 길과 접속하는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저자가 '오월의 감정'에 주목한 이유는 거시적 성찰과는 별개로 미시적 성찰 또한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로 '5·18'은 42주년을 맞았다. 새로운 세대들에게 그것은 먼 옛날의 이야기다. 오월을 당파적 이해를 초월해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회상하고 상상하도록 하려면 기억 매체를 통해 현재의 것으로 재구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감정에 문장이 새겨진다"고 시작하는 구절의 울림이 절절하다.

저자는 오월 항쟁 당시 조선대 국문과 1학년이었다. 항쟁 이후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었던 그는 '조지형'이라는 필명으로 오월을 형상화한 시 '일어서라 꽃들아'를 인쇄, 학교와 광주시내에 살포했다가 구속됐다. '광주 젊은 벗들'을 결성해 시 낭송 운동과 시화전을 열기도 했으며,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설립에도 땀을 흘렸다.

지난 1984년 시 무크지 '민중시'1집에 '어머니' 등을 발표하며 등단해 시집으로 '다시 새벽길', '희망은 왔다'를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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