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노력하고 임원 자격 강화하겠다”
“문씨 해임으로 공법단체 앞당겨질 것”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 사업과 관련해 이권에 개입한 의혹이 불거진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이 해외로 도피하면서 5·18의 이미지가 훼손됐다고 판단한 오월 3단체(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반면, 그동안 공법단체 설립에 지지부진했던 구속부상자회는 문씨의 해외 도피와 맞물려 추진이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학동재개발 4구역 사업의 이권 개입 의혹을 받은 문씨가 지난 13일 경찰 수사를 피해 미국으로 도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씨는 자신의 이권개입설과 조폭연루설을 해명하지 않고 도피하면서 5·18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평가다. 학동 붕괴 참사와 자신과의 연관성이 해소되지 않은 시점에서 도피하듯 해외로 나간 사실이 5·18 단체장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영훈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은 "41주년 기념식에 앞서 오월 단체들은 보수 정치인을 광주로 초청하는 등 화합의 메시지를 줄곧 전해왔지만 이번 사태로 쌓아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까봐 염려스럽다"며 "부적절한 처사들이 반복되고 있는 현재 상황들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씨의 도피와 관련해 오월 3단체도 일제히 사과의 뜻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5·18유공자라는 명예는 무한한 도덕적 면책 특권이 아니다"며 "(유공자들이) 아무리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었더라도 그것이 부도덕과 탈법, 부정과 부조리를 정당화시키는 사면장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단체의 이름으로 자정 운동을 벌이겠다.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임원에 선임되지 못하도록 임원 자격을 강화하겠다"며 "그 일환으로 시민이 참여하는 자정위원회를 만들어 시민의 눈과 기준으로 도덕적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겠다"고 강조했다.
공법단체 설립 과정에서 문씨와 의견이 갈린 구속부상자회원들은 이번 사태가 공법단체 설립의 새로운 국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속부상자회는 문씨가 그동안 독단적으로 조직을 운영한데다 운영비도 개인적으로 사용한 점, 조폭과 연관된 점 등을 해명하지 않자 최근 문씨와 임원 등 9명을 임원에서 해임시켰다.
구속부상자회 회원 이강갑씨는 "그간 구속부상자회의 공법단체 설립이 가로막혔던 이유는 문씨가 설립준비위원들을 독단적으로 선출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며 "문씨의 해임으로 공법단체 설립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구속부상자회는 조규연 이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중이다. 구속부상자회는 조 이사 권한대행 체제에서 공법단체 설립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주기자 lyj2578@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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