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 단절 허물다, 커뮤니티센터의 작은 기적

입력 2021.09.30. 16:48 이영주 기자
광주 두암주공4단지 '공동체 복원'
먹고살기 바빠 모르고 살았던 이웃
함께 모여 교육받고 박장대소 담소
주택관리공단 '마이홈센터' 협력도
"끊어졌던 정 다시 이어준 사랑방"
30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두암주공4단지 내 커뮤니티 센터에서 입주민들이 스마트폰 교육을 듣고있다.

"아파트 옆집에 사는 이웃이 어느 순간부터 안보이면 걱정이 되지만, 요즘 세상에는 괜한 오지랖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씁쓸했어요. 그런데 때마침 커뮤니티 센터가 생겨 이웃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웃 간 끈끈한 정이 다시 연결되는 기분입니다."

30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두암주공4단지 상가 내 커뮤니티 센터. 4단지에 살고 있는 60대 주민 5명과 사회복지사 1명이 커뮤니티 센터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커뮤니티 센터의 프로그램인 '스마트폰 활용 교육'을 받기 위해 모인 주민들은 지난 추석 연휴동안 가족들과 겪은 스마트폰과 관련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주민들은 "올 추석도 코로나19 때문에 가족들과 모이지 못했지만 새로 태어난 손자를 영상통화로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유튜브로 노래를 듣고싶어 아들에게 방법을 알려달라니 도리어 핀잔만 들어 아쉬웠다" 등의 스마트폰을 주제로 담소를 나눴다. 대화 도중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주제가 나올 때면 박장대소하면서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1주일에 한 번씩 교육을 위해 만나는 주민들은 십수년째 이곳 단지에서 살고 있는 터줏대감들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변하는 단지 내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두암주공4단지는 1천133세대 규모의 영구임대아파트로, 대부분의 주민들이 고령·저소득층이다. 과거 단지내 주민들은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이웃과 김치·떡 등을 나누면서 정을 쌓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인화로 인한 이웃간의 단절이 심해지고 있어 옆집의 안부조차 묻기 어려워졌다.

이렇듯 점점 어두워지는 단지 내 분위기가 고착화될 무렵 커뮤니티 센터가 생겼다. 센터 개소는 광주 북구와 주택관리공단이 진행 중인 '찾아가는 마이홈센터' 사업의 일환이다.

9월 초 아파트 상가 건물에 둥지를 튼 커뮤니티 센터는 매주 주민 공동체 함양을 위한 '어울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마트폰 교육'과 '이웃 돌봄 활동가 양성 및 교육' 등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이웃 돌봄 활동가 교육은 반찬 나눔 활동 등을 통해 단지 내 소외된 이웃들을 현관 밖으로 이끌어 자연스럽게 공동체로 합류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난 추석 명절에는 활동가들이 직접 만든 반찬을 단지 내 수십가구에 나눠드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참여 주민들은 커뮤니티 센터가 새로운 '사랑방'이 됐다며 많은 이웃들이 이 곳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센터에서 만난 안모(62·여)씨는 "요새는 현관 밖으로 나오지 않는 주민들이 많다. 고독사나 비슷한 좋지 않은 일들이 있을 수 있어 걱정이 크다. 그런데도 함부로 이웃에 관심을 가져선 안되는 세상이 돼버렸다"며 "엊그제 커뮤니티 센터가 생겨 주민들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볼 수 있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부터 살아가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건강한 주민 공동체, 옛 이야기 아닙니다"

주택관리공단 정태인 과장 

"코로나 시대 이웃 교류 절실"

정태인 주택관리공단 과장

"칩거중인 사람들을 현관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 이들이 현관 밖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는 걸 돕는 것, 나아가 이들과 함께 건강한 주민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커뮤니티 센터의 목표입니다."

정태인 주택관리공단 광주전남지사 과장은 두암주공4단지를 기점으로 벌써 세 번째 영구임대아파트 중심 주민 공동체 부흥 현장을 이끌고 있다.

3년 전 광주 북구 우산동 우산주공3단지내 커뮤니티 센터장을 시작으로 올해 초 광산구 하남주공1단지 센터 개소 등 주민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디딤돌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정 과장은 '네트워크'를 중시 여긴다. 개인화 등으로 희미해져버린 주민 공동체를 뚜렷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형성된 네트워크가 주민들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굳게 믿는다.

이렇게 형성된 네크워크는 개인화가 고착된 아파트 생활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1인 가구의 급증 및 임대아파트 특성에 따른 저소득·고령세대 거주는 고독사와 같은 비극을 맞닥뜨리기 일쑤인데, 최소한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민들 사이의 교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과장은 "대체로 임대아파트에는 주민들이 모여 소통하는 중심이나 장소가 경로당 외에는 없다. 장소나 중심이 없는 탓에 공동체 활성화는 커녕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향후 커뮤니티 센터가 만남의 장 역할은 물론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장소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주기자 lyj257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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