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일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역사 바로세우기 감동

@무등일보 입력 2022.05.23. 18:26

일본정치가 극우로 치달으며 과거 제국주의 시절 과오를 부정하는 행태를 보이는 가운데 광주와 일본의 시민사회가 제국주의 피해자들과 함께하며 역사 바로세우기 노력으로 양국 정부와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에 따르면 일본의 시민단체인 신일본부인회 야마나시지부의 60~80대 회원들이 일본 전범기업에 강제동원됐던 할머니들의 삶을 다룬 자서전 '빼앗긴 청춘, 빼앗긴 인생'을 읽고 시와 감상문을 보내왔다. 회원들은 감상문에서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의 실상에 대해 전혀 몰랐다. 충격이 컸다"며 "국가도 기업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인정하고 사죄하고, 그런 다음 대화하고 보상해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는 것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빼앗긴 청춘, 빼앗긴 인생' 일본 출간도 광주 시민모임과 일본 시민단체가 함께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당시 일본 책 출판에는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 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후지코시 강제 연행 강제 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 연락회' 등 일본 시민단체가 참여해 1천500권을 인쇄, 일본 각지에 배포했다. 신일본부인회 회원들도 나고야소송지원모임 대표 다카하시 마코토씨, 그 친구 모테기 마사히로씨를 통해 책을 전달 받았다. 책은 구순이 넘은 양금덕·김성주·김정주 할머니 세분의 인생여정을 담았다. 일본에 끌려가게 된 경위와 현지 강제노역, 해방 후 자식한테도 차마 말 못하고 살아온 모진 세월, 일본과 한국에서의 법정 싸움 등이 담겼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과 함께 또 하나의 역사를 써가는 한·일 양국의 시민사회단체의 발걸음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그간 일본 제국주의 범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과정은 한국사회 내부에서조차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간차원 활동의 무게와 위대함을 절감한다. 위안부 문제만해도 해방 46년이 지난 1991년에야 공론장에서 거론됐고, 일본의 배상은 박근혜정부 시절 밀약으로 만신창이가 돼 피해 할머니들의 존엄을 짓밟는데 국가가 앞장섰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도 30여년의 법정 싸움 끝에 지난 2018년에야 대법원으로부터 전범기업의 위자료 지급 판결을 받았다. 허나 지금껏 변화도 없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한·일 양국 시민들의 위대한 발걸음에서 배우길 바란다. 정의의 역사의 장에 들어서길 권한다. 언제까지 현실론을 빌미로 야합 행태에 함몰될 것인가. 윤석열 정부의 달라진 행보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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