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가 사는 곳 직접 가꾸는 것이 진정한 자치

@무등일보 입력 2022.04.03. 20:56

보성군이 지난 2020년 시작한 '보성600'사업이 3년간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무관심하게 방치돼 잡초만 무성하던 마을 입구나 쓰레기만 쌓여가던 공터, 폐가 주변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치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 이 사업은 그동안 많은 곳에서 여러 차례 진행했던 마을가꾸기와 별반 다를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성600'은 결이 너무도 달랐다. '보성600'은 행정기관이 주도해서 추진하던 정화 사업과 달리, 어디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러기 위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군에 요구할 부분은 어떤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고 추진했다.

머리를 맞대고 짠 계획이니 참여율이 높고, 흥이 나서 즐겁게 일하다 보니 협동도 잘됐다. 뿌듯한 마음에 자랑하게 되면서 긍정의 소문은 퍼졌다. 600개 마을을 모두 하려면 3년의 사업기간 동안 한 번만 가능했지만, '한 번으로 끝내기에는 아쉽다'며 2년 차, 3년 차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마을도 200여 곳에 이를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보성600'은 벤치마킹돼 전남 전역으로 확산됐고, 국무총리상 등 좋은 상도 많이 받았다. 많은 주민들은 "억지로 참여했던 새마을 운동 이후 5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들과 흥겹게 일했다"고 할 만큼 사라졌던 마을 공동체 정신도 부활했다. 이런 성과도 값지지만, '보성600'이 보성군민에게 남은 유산은 따로 있다. 자신들도 모르게 주민자치를 깨달은 것이다.

주민자치가 출발부터 진행 과정, 도착점이 모두 주민으로 이어지는, 주민 자신의 삶과 관련된 문제를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이다. 그런 점에서 보성군민들은 '보성600'을 통해 자치 실현을 몸으로 익혔다.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하고 진행한 보성구민 모두가 자치를 완성한 주인공이다.

이제 마을의 복지도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마을 문화·예술 사업도 주민들이 앞장서서 요구하고, 환경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

마을의 문제를 개선하면서 자신이 사는 곳에 애정을 갖게 된 주민들은 목소리를 키워 마을을 위한 예산을 요구할 수 있고, 자신들에게 맞는 조례를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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