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건희 기증관 서울건립, 문화분권 무시한 횡포

@무등일보 입력 2021.07.08. 17:35

이른바 이건희 미술관 후보지가 결국 서울 도심으로 확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건희 기증관'(가칭) 건립 장소 최종 후보지를 서울 송현동 옛 주한미국대사관 직원숙소 터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옆 부지로 확정 발표했다.

문화분권 차원에서 지방건립을 기대했던 지역문화계로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문화부문에서도 절대적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된 상황에서 또 다시 민간 기부컬렉션까지 국민세금으로 서울에 전시하겠다는 발상은 반문화적, 반 문화분권 행태에 다름 아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 방안'에 대한 회견을 열어 올해 안에 둘 중 한곳을 건립 터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연구·보존, 접근성 측면에서 두 곳이 최적 후보지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기증관 장소와 컬렉션 활용 방안을 찾기 위해 김영나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등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위원회'(이하 위원회)와 전담팀을 꾸려 단계별 활용안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이름은 '(가칭)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으로 들어설 전망이다. 미술관 성격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통합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한다.

문광부의 기증관 추진과정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반문화적일 뿐만 아니라 과거 군사정권시절에나 봄직한 일방통행식이다. 기증관 유치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고 새로운 지역경쟁력을 기대한 지역민들로서는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우선 2만3181점에 달하는 방대한 기증품에 대한 면밀한 선행 연구·조사도 없이 공간부터 건립하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점이다. 건축물에 콘텐츠를 맞추겠다는 전근대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공공성 문제는 심각하다. 국민세금으로 짓는 문화기관에 굳이 기증자의 이름을 명시하는 것은 합리적인가. 미술계를 중심으로 문화계의 심도 깊은 논의와 이론적 심정적 합의를 거쳐 추진했어야 마땅하다. 불과 몇 달만에 건축물 부지 선정부터 하는 절차주의는 과거 무도한 군사정권시절에나 있음직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지방분권,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전국토의 활성화가 당면과제로 등장한 시점에서 가장 핵심 사안 중 하나인 문화분권의 관점이 전혀 반영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이제라도 문화분권이라는, 지극히 문화적인, 부처 정체성에 맞는 관점에서 논의에 나서야한다. 문화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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