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재로 수십명 다친 모텔은 법령의 사각지대

@김영태 입력 2019.12.22. 18:02

모텔 투숙객이 지른 불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이 나면서 나온 유독가스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 해당 모텔은 소방시설 설치 의무 등을 규정한 관련 법령이나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22일 새벽 광주시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에서 불이 나 투숙객 2명이 숨지고 31명이 다쳤다. 이날 불은 투숙객 A(39)씨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으며 관할 북부경찰서는 A씨를 현주건조물 방화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상 5층의 이 모텔 3층에 투숙했던 A씨의 방화로 발생한 유독가스가 4층~5층으로 확산되면서 사상자가 늘어났다. 유독가스를 들이 마시거나 불길을 피해 아래층으로 뛰어내리다가 피해를 입었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피해자 가운데 2명은 숨을 거뒀으며 나머지 피해자들도 중경상을 입어 치료 중이다.

짧은 시간에 이처럼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해당 모텔이 응당 갖춰야 할 소방시설 설치 대상 업소에서 예외로 분류된 때문이었다. 지난 1997년 5월 숙박업소 승인을 받아 영업을 시작한 모텔은 층수나 연면적 기준으로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되지 않았다. 또한 현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른 스프링클러나 옥내 소화전 등의 의무 설치 대상도 아니었다.

피난 기구인 완강기는 법령대로 1층과 2층을 제외한 3·4·5층에 각 1대씩 설치돼 있었지만 화재로 연기가 가득차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또한 객실마다 완강기를 설치해야 하는 법령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투숙객들이 객실 완강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지어진지 오래된 모텔에 스프링쿨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데다 완강기 마저 제 구실을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이야기다.

광주시내에는 노후 모텔들이 적지 않다. 특히 소규모 모텔들은 건물 구조상 소방시설 관련 법령 규정의 예외여서 화재 등 긴급 사고로 인한 피해가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 관계 당국의 철저한 다중이용시설 점검과 필요할 경우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령 개정을 통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원시적인 사고가 계속될 것인지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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