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AI 시대 원년, 해법은 혁신 인재 강국"

@임기철 GIST 총장 입력 2024.02.04. 15:24

매년 1월이 되면 글로벌 세계의 눈은 두 곳의 행사에 쏠린다. 올해도 변함없이 초순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 2024)가, 중순엔 스위스에서 다보스 포럼이 열렸다. CES에서 산업과 과학기술의 진보상을 전망할 수 있다면, 다보스 포럼에서는 글로벌 정치와 사회 변화의 동인에 따른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시대정신의 골간을 읽어 미래를 준비하는 계기가 된다. 이 두 행사의 올해 화두는 AI로 시작하여 AI로 마무리되었다.하지만 AI는 낙관적 전망과 함께 어두운 측면이 숨겨져 있는 야누스의 얼굴과 같다. AI는 인류의 희망으로 추앙을 받는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AI가 생성한 가짜 콘텐츠인 '딥페이크(deepfake)'의 규제가 그 핵심이다. 최근 세계적인 인기 팝가수 스위프트의 얼굴과 음란물을 합성한 조작 이미지의 무차별적 확산은 AI가 가져올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므로 지속 가능한 연구와 함께 AI를 인간의 통제 아래 두기위한 규범을 마련하고 이를 규제할 정책수단 개발의 두 축이 필요해지는 까닭이다.

이 시대를 움직이는 기술적 동인을 AI라 한다면 그 경제 사회적 결과는 '대전환'이라는 패러다임이다. 세계질서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원인을 기술의 영향력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아날로그 시대에는 그 나라의 지리적 위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지정학(地政學)'이 지배했다. 냉전 시대 이후 '지경학(地經學)'이 그 과도기에 주목을 받다가 디지털 시대에 와서는 기술이 국제정치를 좌우한다는 '기정학(技政學, Techno-Politics)'이 대세를 이룬다. 최근에 익숙해진 경제 안보라는 개념이 이를 축약하여 담고 있다. 다시 풀어서 이해하자면 과학기술과 혁신이 세계질서 재편의 핵심 변수로 등장했다는 의미다. 이렇듯 대전환의 시대에 위기 대응과 미래 준비의 열쇠는 오로지 혁신뿐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는 기억하되 과거에 발목을 잡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앞으로 10년 안에 미국·중국·인도가 중심이 되는 '삼극 시대(Tripolar Era)'가 도래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다면 대륙형 국가이고 인구 대국들로 이루어진 이 체제에서 대한민국이 설 수 있는 위상은 어디이며, 이를 주도할 게임 체인저는 무엇이고 과연 준비는 되어 있는가? 우리는 좁은 국토에 인구 소멸 위기에 있는 나라이다. 그렇기에 지향점은 지식으로 무장된 인재 대국일 수밖에 없다. 지식 강국으로 나아가는 길이 유일한 해법일 따름이다.

'도약이냐, 추락이냐'의 갈림길에 선 우리에게 작년 연말, 글로벌 컨설팅사인 맥킨지 코리아가 『2040년을 향한 한국의 새로운 경제성장 모델』을 제시하여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10년 전인 2013년에 그들은 한국 경제를 '서서히 가열되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면서 결기에 찬 개혁만이 살길이라고 역설했었다. 10년이 흘렀지만 우리의 개혁이 여전히 미진한 상황임을 경고한다. 그럼에도 위기에 더욱 담대하게 맞서 8대 과제를 토대로 '개구리가 더 큰 무대에서 맘껏 뛸 수 있는 틀'을 성공적으로 짠다면, 2040년에는 1인당 GDP 7만 달러,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메시지를 던진다.

이렇듯 낙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다시 한번 신발끈을 동여매 보자. 15세기 전후 유럽에서 촉발된 대항해 시대와 비견될 수는 없겠지만 한국발 대항해 시대를 열지 않으면 한반도의 지정학 논리에 다시 묶일 수밖에 없다. 이슬람 세력에게 지중해 패권을 잃었기에 서유럽은 유일한 돌파구였던 대서양 항로 개척이라는 험난한 도전에 나섰던 역사를 되새겨 보자. 해양세력과의 연대로 혁신형 미래세대가 뛸 무대인 인도와 아프리카 개척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2024년은 AI 시대 원년, 이른바 기술이 정치를 흔드는 시대가 왔다. 세상은 정치 중심에서 경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경제와 안보가 복합적으로 얽혀 작동하는 냉엄한 국제질서의 변화, 그 속에서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아내기란 너무도 어려운 과업이다. 과학기술과 산업이 대전환의 동인이 되는 기업의 시대에 돌파구는 과연 무엇인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도전과 혁신 역량이다. 임기철(GIST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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