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명문장수 향토기업을 찾아서

@박성수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입력 2023.05.21. 13:10

얼마 전 대전 출장길에 꼭 가보고 싶었던 향토기업을 찾아가 보았다. 이름하여 그 유명한 성심당. 이제는 당당히 명문장수기업의 반열에 올랐기에 이곳은 전국에서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이날도 그 유명한 튀김 소보로빵을 사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었고, 줄을 선 사람들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듯 기쁜 얼굴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처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빵도 감칠맛이 나지만, 대전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향토기업이 된 이유가 알고 싶었던 터다.그런데 이런 궁금증을 의외로 한 번에 해소할 수 있었다. 이 기업의 역사를 담고 있는 성심문화원이 바로 인근에 아담한 5층 빌딩으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성심당의 오늘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스토리 텔링이 되어 있었다. 특히 연필로 정성스럽게 그린 면면을 보니 훨씬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오늘의 성심당은 대한민국의 힘겨웠던 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업자 임길순 선생은 함경도 흥남부두에서 마지막 피난선을 타고 거제도에 내린 뒤 진해에서 냉면 장사를 하며 어려운 생계를 이어갔다고 한다. 그러다가 보다 나은 삶의 터전을 찾아 서울로 가던 중, 고장으로 기차가 멈춰 서버리는 바람에 대전에서 할 수 없이 정착하게 된 것이다. 임씨 부부는 인근 성당 신부로부터 생계를 위해 받은 밀가루 두 포대로 찐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불우한 이웃들의 배고픔을 빵으로 달래 주는 등,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 "모든 이가 다 좋게 여기는 일을 하도록 하십시오"라는 성심당 사훈이 말해 주듯이 그 바탕에는 EoC (Economy of Communion), 즉 '모두를 위한 경제'라는 비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1990년대 말 성심당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거치면서 경영이념으로 정착된 EoC는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큰 나침반이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2005년의 대형화재 복구 때에는 모든 직원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본 시민들 또한 재건에 기꺼이 동참함으로써 도시공동체 속의 향토기업으로 자리매김이 되었다. 창립 6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전시회의 타이틀은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이었는데, 이는 대전속의 성심당을 부각시켰다고 할 수 있겠다. 대전의 발전단계마다 성심당의 존재감을 드러냈고, 서울의 백화점 입점요청도 고사하면서 대전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였으며, 지금도 분점을 내더라도 대전을 벗어나지 않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과제빵에 필요한 식재료들은 가능하면 대전과 인근 충남에서 구매할 뿐만 아니라 거래에서도 어음 아닌 현금결제를 고집하면서 갑을관계의 종속성을 탈피, 수평적인 협력의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우리 남도는 어떤가. 이처럼 사랑받는 향토기업을 찾아볼 수 있을까? 우선 역사가 오래되어야 하고 시도민들로부터 존경받는 기업, 명문 장수 향토기업 말이다. 그리고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있는 기업이면 더 좋다. 그런데 아시는 것처럼 우리 지역에서 회갑을 넘긴 기업 수는 두 손으로 꼽을 수밖에 없고, 성심당처럼 도시공동체 속의 기업이라고 한다면 더욱 범위는 좁아 들게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빛고을에 오면 줄 서서 기다리는 곳이 없다, 군산의 이성당, 대전의 성심당처럼 전국에서 모여드는 핫 플레이스 말이다. 맛으로 말하는 미향인데 아무리 궁리해도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 고장을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해야 한다. 다른 도시에는 없는, 우리 도시만의 자랑거리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라도 광주전남의 명물, 남도가 내놓을 수 있는 기업을 키우자. 요즈음 막대한 자본력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대기업들로 인해 날로 지역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최근 경남도의회는 향토기업의 육성과 지원을 강화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묵묵히 고향을 지키며, 고용 창출과 고향 발전에 노력해 온 향토기업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자.

그러자면 사랑받는 향토기업을 위해서 지역민들은 우선 먼저 앞다퉈 제품을 사 주는 일부터 시작하자. 더 나아가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시민들로부터 아낌을 받도록 최선을 다해야 함은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

오늘도 우리 남도의 명문 장수 향토기업이 계속해서 생겨나길 기대해 마지않으면서. 박성수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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