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함께 사는 길

@박성수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입력 2023.03.12. 14:43

광주와 전남에는 크고 작은 40개의 대학이 있다. 이를 보고 시도민들은 "우리 지역에 웬 대학이 그렇게 많지?" 하면서 깜짝 놀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이름을 보면 생소한 대학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비록 큰 대학교의 단과대학에도 미치지 않은 소규모대학교들은 작지만 강한 대학을 표방하면서 본연의 사명을 다하느라 애쓰고 있다.

그런데 말이다. 지역발전의 견인차로서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들의 현실을 보면 나날이 힘들어져 가고 있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성을 다해 애써 키운 인재들이 지역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자꾸 올라가는 바람에 안타깝고, 이들의 역외 유출이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기에 더더욱 고민스럽다.

얼마 전 보도를 보고 아셨겠지만 올 해 우리 고장의 대학들은 무려 3천 명 가까운 정원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문제는 올 해로 끝나지 않고 내년은 더욱 사태가 심각해진다는 데 있다. 대학가의 정원미달이 쓰나미처럼 밀려 올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지난 2월초, 윤대통령은 경북 구미 금오공대에서 '지역을 살리는 인재, 인재로 성장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인재양성전략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회의에서 특기할 만한 사실은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지역대학에 투자할 수 있도록 대학지원권한을 확대하고 교육부의 대학재정 지원 사업을 통합, 2025년부터서는 예산의 50% 이상을 지역주도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화제의 라이즈(RISE) 사업이다.이는 중앙정부가 대학에 직접 지원하던 2조원 이상의 대학 지원 사업을 광역시도가 계획을 수립해 중앙부처와 협약을 맺고, 이에 근거하여 지역대학을 지원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에서 지방으로 지원 사업을 대폭 이양함으로써 지역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보겠다는 큰 프로젝트인 셈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처럼 중요한 사업이 사전 공론화과정 없이 느닷없이 발표되는 바람에 지자체나 대학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교육부는 시범지자체를 공모하면서 한 달도 채 주지 않고 공모에 응하라니 지자체들은 허둥지둥하며 서둘러 지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특히 광주와 전남은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 (RIS:Regional Innovation System)을 이미 수행해오고 있던 터라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왜냐 하면 이번 라이즈 사업은 복수형 아닌 단수형으로서 지자체별 대학지원 사업으로 신청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힘들었지만 서로가 상생하면서 시너지효과를 내느라 애써 온 광주와 전남은 다시 개별로 나누어 사업신청서를 내면서 각자도생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2020년부터 RIS 사업을 펼쳐 오면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고 확대 발전되어 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던 터라 이번 라이즈 사업도 복수형으로 운영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며칠 전 교육부는 마침내 응모했던 지자체 가운데 7개 지역을 시범지역으로 선정,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하였다. 우리 고장은 전남만 뽑히면서 한발 먼저 준비에 들어가게 되었고, 광주는 아쉽게도 선정되지 못하여 사업추진에 엇박자가 났다.

이제 지자체들과 대학들은 충분한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라이즈 사업을 떠 맡게 되니 사정이 결코 녹록치만은 않다. 시정도 도정도 한 짐인데 대학업무까지 안고 가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역의 여러 대학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대학은 오래 동안 교육부에 길들여진 탓에 지자체와의 협업이 쉽지만은 않다. 게다가 4년마다 치러지는 지자체장 선거바람에 자칫 지역대학들까지 흔들리면서 본연의 대학기능을 잃어버릴 수 있어 걱정된다. 앞으로 이처럼 어려운 여건에서 함께 살아가려면 이제부터서라도 지자체와 대학은 보다 부지런히 머리를 맞대며 해법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그 어느 때 보다 광주전남지자체와 지역대학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 바로 지금 아니겠는가. 박성수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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