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민선 8기, 가사수당제도 도입이 기대되는 이유

@김경례 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입력 2023.03.05. 16:12

광주광역시가 전국 최초로 가사수당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가사수당제도는 농민수당, 시민참여수당과 함께 3대 공익가치수당제도 중 하나이다. 공익가치 수당제도는 적자생존,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공동체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를 발생시키는 시민의 활동을 독려하고 그에 대한 참여소득을 보장하겠다는 민선 8기의 정치철학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가사수당제도는 가정 내에서 수행하는 요리, 청소, 세탁, 돌봄 등의 활동을 개인적이고 하찮은 일이 아니라 공동체와 사회를 유지, 재생산하는 공익적 활동으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혁신적이다. 오랫동안 가정 내 가사노동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무급' 노동 영역에 있었고 노동으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근대적 공/사 구분과 핵가족 제도의 확립, 가부장제 하에서 남성은 공적 영역으로 진출한 반면, 여성은 가정에 머물며 가사와 양육노동을 담당하게 되었고 여성의 가정 내 노동은 가족에 대한 사랑, 또는 여성의 본성에서 발휘되는 사소하고 가치 없는 활동,'부불'노동, '보이지 않는','비생산적'노동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것이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서구사회에서는 가사노동의 '생산적'가치를 주장하며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 지급을 주장하는 요구가 나타났다. 누군가의 가사노동이 없다면, 일상의 불편함을 넘어 가정과 사회의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사노동의 '사회적'가치를 주장한 것이다. 당시, 가사노동 임금투쟁은 가사노동뿐만 아니라 모든 부불 노동에 대한 임금 지불과 사회적 가치를 주장한 것이었다. 주목할만한 것은 가정 내 가사노동에 대한 저가치화, 또는 무가치화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에 따라 형성된 공적 가사노동시장에 종사하는 가사노동자들의 저임금및 열악한 처우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또한 가정 내 가사노동의 가치를 임금으로 환산, 경제적 가치를 주장하는 논의도 시작되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통계청에서 발표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490조원에 이르며, 이는 GDP 비중 25.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금액은 공적 가사노동시장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환산한 것이므로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보다 클 것이다. 한편, 1인당 가사노동의 가치는 여성 1천380만원, 남성 521만원인 것으로 나타나 가사 및 돌봄 노동의 남성 참여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여성의 노동에 대한 의존과 가사노동시간이 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 19이후, 가정 내 가사 및 돌봄노동의 부담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가사노동의 범위도 세탁, 요리, 청소 등 전통적 형태에서 가족 구성원의 돌봄, 가전제품 관리, 공과금 납부, 재테크, 인테리어 등 가정 관리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사노동의 중요한 영역이 된 가족구성원의 정서적 안정과 일상적 케어를 위한 감정노동, 관계노동은 높은 자살율, 세대 및 성별 간 사회적 갈등 해소,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가사노동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갖는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돌봄과 가사노동의 대가로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고, 서울 성동구에서도 전업주부의 가사와 돌봄 노동에 대한 경력 인정제를 도입하는 등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광주광역시의 가사수당제도는 가사노동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임금을 지급하는 전국 최초의 시도가 될 것이다. 이제, 가사노동에 대한 정당한 이름과 가치를 부여해야 할 때이다. 김경례(광주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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