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선과 악의 공존, 인간의 이중성

@김정호 법무법인 이우스 변호사 입력 2022.12.04. 13:11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만나는 피의자와 피고인을 보면, 선한 모습의 인간이 왜 범죄자로 전락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지킬앤하이드는 1886년 영국에서 발간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인'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이다. 작품 전반에 걸쳐 관객들에게 인간의 내면에 담긴 선과 악에 대해 근원적으로 통찰하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 인상 깊었다. 선량하고 존경받는 인품의 지킬박사와 냉혹하고 미친 범죄자 모습의 하이드씨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이라는 철학적 메시지에 스릴러 로맨스를 더해 흡인력을 높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중성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의 품성과 평가는 고정적이지 않고 상대적이고 순환적이라는 성찰이다. 인간은 선하고 고귀하면서도 동시에 악하고 천박한 존재이다. 또한 한 사람의 내면의 마음 속에서도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이 혼재할 수 있어서 우리들은 자신도 모르게 선한 모습과 악한 모습의 이중성을 동시에 갖고 있을 수 있다. 사람에게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선함과 악함을 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이라는 작품을 통해 삶을 인위적으로 절반으로 나눈 다음 공식적으로 허용된 절반만 존중할 것이 아니라, 세계 전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선악의 이분법으로 분열된 세계가 아니라, 전체로서의 세계를 직시하고 자기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데미안의 메시지는 1차 세계대전 직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에 상당한 파동을 일으켰다. 선량하고 허용된 세계와 금지되고 어두운 세계는 서로 나뉘어 있으면서도 동시에 서로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페르소나(persona)는 진정한 자신과는 달리 다른 사람에게 투사된 성격(사회적 인격, 가면을 쓴 인격)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카를 구스타프 융이 가면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차용하여 만들었다. 융에 따르면 페르소나가 있기 때문에 개인은 생활 속에서의 자신의 역할을 반영할 수 있으며, 따라서 자기 주변 세계와 상호관계를 맺을 수 있다. 자신의 고유한 심리구조와 사회적 요구 사이의 타협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패르소나는 개인이 사회적 요구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페르소나는 자신의 본성이나 본 모습과는 차이가 있으므로 개인들은 페르소나와 자신의 본래의 모습과의 거리에서 갈등을 느끼게 된다. 페르소나가 본래의 모습 이상으로 강조되거나 팽창할 경우 개인은 페르소나 안에서 열등감과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배트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영웅 캐릭터는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이들이 자신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 낸 사회적 페르소나에 가깝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과 크리스찬 베일 주연의 배트맨 시리즈에서 주인공 브루스 웨인과 배트맨의 모습은 선과 악의 공존을 상징한다. 관객들은 악당을 소탕하는 영웅 배트맨의 모습과 부모님의 복수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브루스 웨인의 모습 사이에서 번뇌하게 되기 때문이다. 팽창한 페르소나에서 자기 자신의 본성을 향해 가는 과정이 페르소나 속에 감춰진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진정한 자기 실현의 과정일 수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내 자신이 스스로 평가하는 나(주관적 자아)와 타인의 나에 대한 평가(객관적 자아)와의 차이와 간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끊임없는 성찰과 소통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성찰과 소통을 게을리하다 보면 누구나 부지불식간에 선량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되어있을 수 있다. 구두를 아무리 깨끗하게 닦고 광을 내어도 하루 이틀만 지나면 먼지가 내려앉기 마련인 것처럼 말이다. 꾸준히 매일 매일 구두를 닦고 관리하지 않으면 어느새 금방 먼지가 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한자인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속적으로 자신을 수양하고 다듬지 않으면 변질되기 쉬운 것이 인간의 한계이고 숙명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처럼 때로는 선하고 때로는 악한 평범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의 마음이 선과 악의 어느 쪽으로 가까이 향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과 소통을 통해 노력하는 것이다.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자기실현을 위한 노력으로 본래의 나와 페르소나의 간격을 줄이고 양자 사이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지혜와 선함을 지향하면서 날마다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김정호 변호사(법무법인 이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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