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지리, '세계도시 바로 알기', 스위스, 新지역발전

@박양호 전 국토연구원장 입력 2022.10.16. 16:26
박양호(전 국토연구원장)
박양호 전 국토연구원장.

미국 하버드대 국제정치학교수와 국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미국과 중국의 역사적 교류 물꼬를 트고, 노벨평화상을 받은 헨리 키신저는 세계화 시대에 잘 대처하기위해서는 '세계지리'를 알아야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제프리 삭스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에서, 인류역사에서 발생한 7번의 세계화 물결은 '지리, 기술, 제도'라는 세 가지 요소가 상호작용해 전개되어왔음을 밝히고 있다.

최근 '지리의 힘', '지정학의 힘', '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지리학이 중요하다'등 국가의 성쇠가 지리에 달려있음을 설명하는 서적이 국내외에서 계속 출간되어 비상한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화, 세계경제 사이클, 국익우선,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팬데믹,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 등의 글로벌 변화 속에서 지리학과 세계지리에 대한 지식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헨리 키신저가 강조했듯이 세계지리를 알면 변화하는 세계화에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때에 전문학자들의 영역에 아직 머물고 있는 지리학의 '대중화'가 한국사회에서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때마침 지리학과 세계지리가 국민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대중화'의 계기가 작년 초부터 만들어 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작년 3월부터 성신여자대학교 지리학과 권용우 명예교수는 저서, '세계도시 바로 알기'시리즈를 제1권 서부유럽·중부유럽 편을 시작으로 연속 출간하고 있다. 금년 8월에 출간된 제5권 중동 편에 이어 내년까지 아메리카, 아시아 등 7권 이상이 발간될 계획이라고 한다. 34년간 세계 60여개 나라의 수백개 도시를 현장답사한 내용에 기초해 '말(언어), 먹거리(산업), 종교'로 구성되는 총체적 생활양식론을 토대로 세계주요도시들의 실체를 쉽게 알려주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듯이, 바로 아는 만큼 바로 보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新지역발전 관련 주제에 관심을 갖고 스위스의 발전모델 자료를 찾던 중, 권교수의 '세계도시 바로 알기'에서 스위스 내용을 살펴보았다. 스위스에서는 인구 10만∼40만 명의 주요 강소도시가 세계도시의 위상을 지닌다. 스위스 주요 세계도시는 우리에게 익숙한 관광에서 더 나아가, 첨단산업의 세계적 중심지임을 알려주고 있다.

인구 43만 명의 취리히는 로봇·에너지, 자동화 기술 등 하이테크산업과 세계 금융업의 중심지이다. 취리히의 첨단산업 발전을 뒷받침하는 취리히연방공과대학에서는 물리, 화학, 의학 분야에서 24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인구 20만 명의 제네바는 롤렉스, 오메가, 스와치 등 시계와 귀금속산업의 메카이며 국제적십자 등 수많은 국제기구본부 중심지다. 인구 18만 명의 바젤은 항바이러스 타미플루를 생산하는 다국적기업 로슈, 항암제를 생산하는 노바티스의 본사가 입지한 제약, 화학, 바이오산업의 세계적 중심지다. 바젤대학은 생명공학의 최고급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연구의 세계적 대학이다.

스위스의 강소도시와 인근 농촌권역을 중심으로 시계산업 클러스터, 바이오산업 클러스터, 로봇·IT산업 클러스터, 정밀기계산업 클러스터 등 20여개의 첨단산업 클러스터가 곳곳에 발달해 있다. 우리가 패키지여행 등에서 즐겨보던 국제관광도시의 광경 저 넘어 스위스 세계도시에서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첨단신산업이 잘 발달되어 스위스의 부강한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첨단산업 발달이 이뤄지기까지 권교수의 '세계도시 바로 알기'에서 설명하듯이 '언어, 먹거리(산업), 종교'의 3요소가 스위스에서 역사적, 지리적으로 복합되어왔다.

오늘날 중요시되고 있는 지리의 영향력을 이해하고 잘 응용하면 지속가능하고 부강한 국가발전과 전 세계로의 맞춤형 진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지리학과 세계지리의 대중화가 국민 속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대중화를 통해 지리학과 세계도시 등이 지니는 통섭적 지식을 이해·공유·응용해보자. 이를 통해 차세대 新지역발전의 패러다임도 정부와 주민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박양호(전 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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