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동·서·남해안 해양치유벨트와 '해양치유수도(首都)'

@박양호 전 국토연구원장 입력 2022.08.21. 13:54
박양호(전 국토연구원장)

남해안관광벨트 정책개발에 역점을 두고 연구를 추진할 당시에 필자는 프랑스의 남부 지중해연안 지역개발사업을 중점 연구한 바 있다. 프랑스의 드골대통령은 파리와 그 외 지역 간의 불균형 극복을 위해 남불연안 지역개발전략을 추진했다. 수도인 파리에서 남쪽으로 멀리 떨어진 남불해안지역을 따라 항만 등 교통망을 확충하고, 연안 늪지대를 이용해 '랑그독 루시옹' 같은 세계적 해양휴양도시 등을 개발하는 전략을 성공시켰다.

남불연안 지역개발을 연구하면서 주목한 것 중의 한 가지는, "남불의 휴양지를 방문하는 휴양객에 가장 좋은 선물은 요트타기이며,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면 바닷바람으로 천식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바다는 치유를 위한 다양한 자원을 보유한 특수공간이다. 해양기후, 해풍, 해양경관, 해조류 등 해양생물, 해수, 갯벌, 바다모레, 소금, 머드, 염지하수 등 해양자원은 질병예방과 치유에 아주 유용함이 의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나아가 바다에서 사시사철 체험하게 되는 '바다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뇌를 활성화해 치유의 힘을 더해준다.

해양이 치유의 효능이 있음을 과학적으로 일찍 인지한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는 연안지역을 따라 해양치유벨트가 잘 발달되어 있다. 프랑스는 현대 해양치유의 발상지이다. 그리스어로 바다를 뜻하는 '탈라사'와 치유를 뜻하는 '테라페이아'를 합친 용어인 '탈라소테라피'는 해양치유를 의미한다. 이 용어를 프랑스가 처음 사용했으며 프랑스의 해안을 따라 100여개의 해양치유센터가 분포되어 있다. 독일은 치유휴양지인 '쿠르오르트'(치유를 뜻하는 kur와 장소를 뜻하는 ort)가 전국에 발달되어있다. 그 중 북해 등 연안지역에만 35개소의 해양치유휴양단지가 분포되어있다. 의사가 이곳에 상주하고 의료보험이 적용되며 매년 약 1천100만 명이 방문한다. 일본도 연안역에 해양심층수 등을 활용하는 30여개소의 해양치유시설이 분포되어 있다.

코로나19를 피해 자연친화적 레포츠활동과 청정관광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해양치유에 활용될 수 있는 해양치유자원이 풍부하다. 작년 2월부터는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12월에는 관련 기본계획(2022-2026)이 발표되었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형 해양치유 모델 창출을 목표로 4곳의 시범 해양치유거점이 선정되었다. 남해안의 경우 전남 완도와 경남 고성, 서해안은 충남 태안, 동해안은 경북 울진이다. 앞으로 1-3년 내에 이들 4곳에 해양치유센터가 본격 운영될 것이다.

남해안의 완도는 전복, 다시마·미역 등 해조류, 바다모래를 이용해 주로 해변 노르딕 워킹, 해수 보행과 해산물을 이용한 식이요법 등을 통한 재활 치료 및 대사증후군 치유에 특화되는 스포츠재활형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고성의 경우는 굴 등 어패류, 해양경관과 기후 등을 활용해 기업체 종사자의 스트레스와 피로 회복 및 치유를 위한 기업연계형으로 특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해안의 태안은 머드, 천일염, 퇴적물 등을 이용해, 피부미용 및 근골격계 질환 치유에 특화되는 레저복합형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동해안의 울진은 염지하수, 해양기후, 해송 등을 활용하고, 해양-온천-산림치유와 연계해 아토피 등 피부알러지 및 호흡기 질환 치유를 위한 중장기 체류형으로 특화·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치유거점은 점차 증가되어 동·서·남해안을 따라 'U자형' 국민해양치유벨트가 가시화될 것이다. 향후 해양치유거점 간에는 해양치유서비스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 이용객 수, 치유만족도, 시설 및 지역효과 등을 종합평가해 어느 곳이 성과가 가장 우수한 지 판가름 날 것이다. 그 경쟁에서 금메달을 따는 곳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제적 '해양치유수도(首都)'가 될 것이다. 해양치유국제박람회도 열릴 것이다. 장소가 치유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면역증강·심신치유·휴양레저가 융복합된 해양치유벨트와 해양치유수도가 4계절 명품장소로 각광을 받을 것이다.박양호 전 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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