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탈진실 시대의 산물, 딥페이크

@김기태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이사 입력 2021.01.24. 13:10

도대체 무엇이 진실인지를 알 수가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 혼란스럽다. 오랫동안 의심없이 믿어왔던 수많은 사실들이 하루 아침에 거짓으로 드러나거나 반대로 그동안 상상도 하지못했던 허위 정보가 버젓이 사실로 밝혀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참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탈진실 시대가 실감나는 세상이다.

가짜뉴스의 범람으로 세상이 어지러워지는 것도 탈진실 시대의 징후 중 하나이다. 사실을 생명으로 삼는 저널리즘의 위기도 탈진실 시대의 도래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명백한 허위와 조작으로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주장을 가짜뉴스로 몰아가는 잘못된 확증편향 현상도 탈진실 사회를 조장하는 주범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각종 첨단 기술을 이용한 조작 영상물로 사람들을 속이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렇게 최첨단 AI기술을 활용해서 조작한 영상을 딥페이크(deep fake)라 부른다.

딥페이크는 2017년 포르노 배우의 얼굴을 유명 연예인으로 바꿔치기한 충격적인 사건에서 처음 등장했다.딥페이크는 AI기술의 핵심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인데, 딥러닝을 이용해 영상 속 원본 이미지를 다른 이미지로 교묘하게 바꾸는 기술이다. 딥페이크는 탈진실 시대의 산물이다. 절대 진리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고, 참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적 상황 아래에서 탄생한 괴물이다. 최근에는 음란물 제작의 한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등장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유명 연예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얼굴이나 다른 영상을 바꿔치기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던데 비해 최근에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로 까지 진화하고 있다. 예컨대 발명왕 에디슨 사진 몇 장만 있으면 그가 실제로 강연하는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이런 기술은 역사 속 인물을 실제 영상으로 재현하거나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젊은 시절과 노년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딥페이크의 가장 큰 위험은 진실의 위기이다. 딥페이크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부작용은 영상물을 유포하는 다양한 종류의 소셜미디어를 불신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뉴스나 정보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모든 언론 자체에 대한 무시나 배척으로 까지 확산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으로 불리우는 진영 대립으로 인한 극단적 갈등이나 대결을 증폭시킬 수도 있다. 이렇듯 AI 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문명의 이기로도, 흉기로도 쓰여질 수 있다. 초고속으로 달려가는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술의 고도화가 초래할 사회적 변화나 개인들의 심리적 충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줄이고 참된 진실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딥페이크가 만들어내는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는 곧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정보 리터러시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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