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리프트카·오리보트···멈춰버린 광주 액티비티

입력 2021.10.14. 23:51 이삼섭 기자
[스페셜 기획ㅣ노광탈 프로젝트 ⑤액티비티 갈증]
루지·케이블카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자 노릇
통영 루지 매출 100억원에 60여명 넘게 고용
광주권역 콘텐츠 부족 지적···"연계도 부족해"
스카이라인루지 통영은 남녀노소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액티비티로 통영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스카이라인루지통영 측 제공

[스페셜 기획ㅣ노광탈 프로젝트 ⑤ 액티비티 갈증]

여행의 트렌드는 보는 것에서 오감으로 느끼는 '체험형'으로 바뀌고 있다. 단순히 유명 명소를 가고 멋진 풍광을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그 공간을 직접 피부로 느끼며 온몸의 감각을 통해 느끼는 경험을 선호하는 것이다. 체험형 콘텐츠인 '액티비티'(Activity)가 주목받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줄어드는 노동시간과 워라밸(일·삶 균형) 중시 문화 등으로 단순히 살고 있는 지역을 떠나 먼 여행지를 가서 액티비티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도심, 도심 근교에서 액티비티를 누리고 싶어 하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광주는 액티비티 콘텐츠가 부족하거나 있어도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무등산과 영산·황룡강 등 자연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액티비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액티비티, 여행 핵심 요소로

흔히 액티비티라고 하면 서핑이나 카약과 같은 수상스포츠부터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익스트림 스포츠 등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집라인이나, 루지(소형 썰매의 일종), 모노레일, 케이블카 등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쿠킹클래스와 같은 취미·예술 분야 교육 활동도 액티비티 영역에 포함된다.

특히 야외에서 주로 이뤄지는 액티비티는 자연환경을 이용한 콘텐츠가 많아 자연 자원을 풍부하게 가진 중소형 도시에서 집중적으로 투자·유치하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국내 액티비티 산업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최소 3조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액티비티 영역이 광범위하다 보니 정확한 규모는 파악할 순 없지만 이미 국내 관광 시장에서 액티비티는 중요한 여행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로 관광업이 위축되긴 했지만 현재 위드코로나로 전환하고 있고 또 포스트코로나 상황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어비앤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5월 기준 으로 스포츠 관련 액티비티 이용 증가율이 전년 대비 741% 증가하기도 했다.

대구·경북의 명산 팔공산에 설치된 케이블카 팔공산케이블카 측 제공

◆지역 먹거리 된다…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

지역에서도 관광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액티비티 투자·유치에 적극적이다. 특히 익스트림 스포츠와 같이 매니아 층을 겨냥한 액티비티보다는 루지(무동력의 카트로 트랙을 달리는 스포츠), 케이블카 같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중이 이용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선호하고 있다.

지난 여름 휴가에 통영을 다녀왔다는 20대 여성 노모씨는 "루지가 타고 싶어 알아보다가 통영에 있는 스카이 라인 루지가 규모가 크고 재밌다고 해서 다녀왔는데 만족도가 컸다"면서 "특별히 배우지 않고 스릴 있는 체험을 할 수 있어서 가까이 있으면 자주 가고 싶지만 광주 근처에는 없다"고 말했다.

통영시는 지난 2017년 2월 루지 분야 세계적 브랜드인 스카이라인 루지를 유치했는데 정식 개장 이후 4개월 만에 100만 탑승을 기록할 정도로 통영의 대표 브랜드가 됐다. 특히 자연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통영의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3년 만에 550만회 탑승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공에 부산도 스카이라인 루지를 유치하기도 했다. 스카이라인루지통영은 매출액 100억원을 넘고 60여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내륙에 위치한 탓에 관광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대구시도 적극적으로 액티비티 산업 활성화에 뛰어든 상황이다. 무등산처럼 대구·경북에 걸쳐 있는 대표적인 산인 팔공산에는 케이블카가 운영 중이다. 이에 더해 대구시 동구는 최근 2030년까지 팔공산권역을 중심으로 민간투자 포함 1조억원을 투입해 48개 신규 관광산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팔공산 케이블카를 연장하고 전자식 미니트램, 스카이큐브, 집라인, 레일바이크 등의 도입 계획도 있다.


◆광주권역 액티비티 관심 無

그런 가운데 여전히 대도시 광주를 비롯해 광주권역은 액티비티 산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자 천혜의 풍광을 갖춘 무등산을 비롯해 영산강과 황룡강 등 수상 액티비티에 최적화한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관련 콘텐츠는 거의 없는 상태다. 있다 해도 홍보가 부족하고 관광 콘텐츠 간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핑 등 수상스포츠를 즐겨한다는 허모씨는 "광주나 근교권에 액티비티 콘텐츠가 정말 부족하다. 또 찾아보면 있긴 한데 홍보가 부족하다"며 "다른 지역은 관광상품이랑 연계해서 같이 하던데 이쪽은 그런 게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 근교인 담양 등으로 가면 패러글라이딩과 경비행기 등의 액티비티가 있지만 다중을 상대로 한 액티비티가 아닌 탓에 관광산업과 지역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지는 않다.

그렇다고 지역에 다중을 상대로 한 액티비티 콘텐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78년 무등산 자락에 자리잡은 지산유원지는 리프트카와 모노레일 등을 운영하고 있고 광주 내 유일한 익스트림(?) 액티비티로 손꼽힌다. 그러나 광주시의 무관심과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소송 등으로 시설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액티비티 시설들은 "낡아서 오히려 스릴 있다"는 오명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황룡강 한 가운데 위치한 섬 전체가 유원지인 '송산유원지'의 경우도 액티비티라고는 수십년 전 유행하던 수동 오리보트가 전부다. 또 인근 식당과 매점, 카페 등도 이용객이 없어 대부분 폐점해 흉물로 남아 있다.

최근 무등산 케이블카 설치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무등산을 '이동권 약자'를 포함해 모든 시민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가 크지만 광주 내 부족한 액티비티에 대한 갈증이 터져나오고 있는 셈이다.

조정관 전남대 교수는 "무등산 케이블카의 경우도 등산이라는 개념보다는 모든 시민을 위한 접근을 보장한다는 복지 관점, 산책과 트레킹 및 관광 활성화 등의 요소를 고려해본다면 어떤 장단점이 있을지 진지한 토론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김익주 시의원은 최근 시정질의를 통해 송산유원지에 액티비티를 포함한 레저타운을 조성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광주가 가장 빈약한 게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레저 콘텐츠"라며 "그러나 송산유원지를 보면 오히려 2000년대 초반보다 더 침체되고 있는 것도 없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광주가 적극 레저산업을 육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민의 여가 욕구도 만족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안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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