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은 수단일뿐···'녹지 확보'에 올인한 '이곳'

입력 2024.02.13. 18:56 이삼섭 기자
광주 복합개발, 일본서 찾다 (중) 밀도와 공공성, 두마리 토끼 잡는 법
日 최대 고밀도 개발 '아자부다이 힐스'
'인간 중심의 발상'의 콤팩트 시티 개발 방향
전체 부지 30% '녹색 공간'…개발 전보다 5배
옥상까지 공원화하고 입체적 보행 환경 구성
세계적 건축가·디자이너 협업 통해 명작 탄
일본 도쿄 최대 복합개발 사업인 '아자부다이 힐스'는 전체 부지 중 30%를 중앙 광장과 옥상정원 등의 녹지로 채웠고, 특히 개발 전 당시 녹지의 5배가 넘는 2만4천㎡의 녹지를 조성하면서 고밀도 개발과 공공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광주 복합개발, 일본서 찾다 (중) 밀도와 공공성, 두마리 토끼 잡는 법


광주는 옛 전남·일신방직 공장부지를 비롯해 현 광주종합버스터미널 복합화, 금호타이어 공장 이전 부지 등 많은 복합개발을 앞두고 있다. 고밀도 개발은 도시 활력을 높이고 경쟁력 있는 공간을 만들어 도시와 시민에게 기여하지만 자칫 도시경관 훼손이나 주거환경 악화, 교통체증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무등일보는 대중교통 간 연결과 보행 네트워크, 풍부한 공공공간 등을 입체적으로 녹여내며 다수의 선진 복합개발을 성공해낸 도쿄 사례를 분석해 광주 복합개발에서 자본과 공적 가치의 균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도시의 본질은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있기 때문에 인간을 중심으로 발상하고, 모두가 풍부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목표로 합니다."

일본 도쿄 최대 복합개발이자 이상적인 콤팩트 개발로 평가받는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가 내걸은 개발 방향이다. 세계적으로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인 도쿄에서도 손꼽히는 고밀도 개발의 방향이 '인간 중심'을 표방한 셈이다.

국내에서는 흔히 수직적 개발을 자본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수평적 개발을 인간 중심이라고 인식한다는 측면에서 새삼 다른 접근이다. 단지 브랜딩을 위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아자부다이 힐스는 실제 고밀도 개발과 공공성 간 균형을 구현해내면서 큰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도시에 최대한의 '녹지'(공원)을 자산으로 남기기 위해 최대한의 고밀도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도심 고밀도 복합개발의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일본 도쿄 복합개발인 '아자부다이 힐스'는 저층부 상가의 옥상까지 녹지로 채우고 보행이 가능토록 설계하면서 주목받는다. 사업자인 모리빌딩은 단기적으로 상가면적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그룹사의 장기적인 브랜딩과 차별적 공간 경험을 제공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도쿄 최대 고밀도 개발, 시민에 '공원 선물'

아자부다이 힐스는 일본 최대 부동산 디벨로퍼인 모리빌딩그룹이 만들어 지난해 11월 개장한 8만1천㎡에 이르는 복합단지다. 도쿄 한복판에 있는 이 부지는 본래 좁은 도로와 소규모의 목조 주택과 낡은 빌딩이 밀집한 낙후지역이었다. 모리빌딩은 1989년부터 30년에 걸쳐 권리자(토지주 등)와 함께 논의를 거듭해 지금의 아자부다이 힐스를 완성했다.

아자부다이 힐스는 도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랜드마크타워를 비롯해 1천400가구의 주거용 타워 등 세 동의 초고층 빌딩으로 이뤄져 있다. 이 복합단지에는 오피스, 레지던스, 상업 시설, 마켓, 호텔, 디지털 아트 뮤지엄, 갤러리, 인터내셔널 스쿨, 의료 시설 등 다양한 도시 기능이 집적돼 있다. 다양한 도시 기능이 도보 권내에 집약된 도시 안의 도시(콤팩트 시티)다.

지난달 19일 찾은 아자부다이 힐스에서 개발사가 추구했던 '인간 중심의 발상'과 풍부한 환경에 대한 근거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시선을 한번에 잡아 끄는 높은 초고층 빌딩 세 동을 바라보며 내부로 진입하자 중앙에 넓게 펼쳐진 녹색 정원(광장)이 드러났다.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중저층의 입체적 건축물의 옥상까지 녹지로 뒤덮고 보행으로 연결하면서 단지 전체가 '수직 정원'의 모습을 갖췄다.

아자부다이 힐스는 전체 부지 중 30%를 중앙 광장과 옥상정원 등의 녹지로 채웠다. 특히 개발 전 당시 녹지의 5배가 넘는 2만4천000㎡의 녹지를 조성했다. 콘크리트 도심 속에서 시민들은 쾌적한 정원 휴식처를 가지면서도 도심 열섬 현상 완화 효과까지도 거둔 셈이다.

실제 계획단계에서부터 아자부다이 힐스는 건물을 먼저 배치하고 빈 공간을 녹화하는 기존의 방식과 완전히 반대로 접근했다. 사람의 이동 흐름,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생각해 단지 중심에 정원 광장을 두고 교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초고층 타워 배치는 다음 순서였다. '인간 중심의 발상'이라는 가치가 가장 크게 드러난 부분이다. 초고층은 시민이 누릴 수 있는 녹지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 된 것이다.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저층부 상가와 주요 거리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토마스 헤더윅'(헤더윅 스튜디오)이 참여해 입체적이고 독창적이 설계로 도쿄의 명물로 떠올랐다. 자동차 이동을 최소화하고 보행로를 넓게 설계해 쾌적하고 안전하면서도 건물과 사람 간 접점을 극대화해 '사람 중심의 지향'을 보여줬다. 사진은 개발지 동서를 관통하는 사쿠라마 거리의 모습.


◆차별적 건축, 보행 네트워크, 풍부한 문화시설 '키 포인트'

아자부다이 힐스가 주목 받는 이유는 단지 시설의 기능적 측면을 집적화한 것에서 끝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차별적 공간 경험이나 풍부한 문화시설, 편리한 보행 환경을 제공하며 머물고 싶고, 살고 싶고, 일하고 싶은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단순히 고밀 개발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해 공간의 지속성과 도시의 품격을 높이는 데 공을 들였다.

우선적으로 타워 외관디자인, 저층부 디자인, 레지던스(주거) 인테리어 디자인 등에 세계적 명성을 갖춘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했다. 저층부(상가) 건축에는 '영국의 다빈치'로 불리며 건축계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한 '토마스 헤더윅'(헤더윅 스튜디오)이 참여했는데 입체적 설계와 독특한 건축물로 주목 받으면서 벌써부터 유명세를 떨치며 도쿄의 명물로 떠올랐다.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 조감도. 모리빌딩 제공

부지 내 보행로는 건물 옥상에 이르는 수직 정원을 입체적으로 연결해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이벤트' 구현과 '보행 경험'을 극대화했다. 특히 부지를 관통하는 핵심도로조차도 편도 1차선으로 보행로가 훨씬 더 넓어 쾌적한 보행이 가능토록했다. 실제 아자부다이 힐스를 시찰하는 동안 건축물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길을 따라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특히 아자부다이 힐스는 거리 전체를 미술관으로 만들어 일상 속에서 풍부한 예술을 즐기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미 다양한 갤러리 시설과 공공 미술을 곳곳에 배치했다. 모리 빌딩 디지털 아트 뮤지엄과 FACE 갤러리는 올해 개관을 앞두고 있다. 풍부한 문화 요소는 '콤팩트 시티'의 핵심으로 여겨진다.

모리빌딩은 아자부다이 힐스에 대해 "사무실, 주택, 호텔 등의 시설이 있는 도시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시설의 울타리를 제거하고, 사람의 활동으로 만들어지는 도시라는 점에서 접근했다"면서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면서 자극적이고 창조적인 생활을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양한 시설이 함께 연계해 거리 전체가 주거와 일터, 배움과 놀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도쿄=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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