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의 비극 '하나의 전쟁 두 개의 무덤'

입력 2022.09.22. 16:01 김종찬 기자
진도 주민, 일본 수군 무덤 조성…일본 코무덤과 대조
23일 진도서 한국·일본 참여하는 심포에스타 개최
지난 2010년 왜덕산을 찾은 구루시마 현창 회원들은 왜덕산에서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진도군 제공

진도군에서 한·일 주요 인사가 참여하는 학술대회와 위령제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왜덕산의 조성 배경에 전국적인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일본 전 총리로는 최초로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학술대회에 이어 위령제도 방문할 예정이어서 향후 양 국의 과거사 해결의 단초가 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2일 진도군 등에 따르면 진도문화원은 23일과 24일 양일간 학술대회인 '제1회 진도 왜덕산 심포에스타'와 위령제를 개최한다.

진도군 고군면 내동마을 해발 150m 왜덕산에는 1597년 울돌목에서 벌어진 명량해전 때 목숨을 잃은 왜군 수군들의 무덤이 있다. 병사뿐만 아니라 장수의 묘도 조성돼 있다.

왜덕산은 '조선이 왜구에 덕을 베풀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1957년 명량대첩 당시 이순신 장군에게 크게 패하고 물에 빠져 죽은 일본 수군 시체 100여 구가 마을까지 떠내려오자 주민들이 시신을 거둬서 이 산에 묻어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다. 당시 주민들은 햇볕이 잘 들면서도 일본 쪽을 바라볼 수 있는 왜덕산에 왜군을 묻었다. 철천지 원수였지만 타국에서 죽은 왜군에 대한 진도 주민들의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진도 왜덕산 사례와는 반대로 일본에는 전리품 삼아 왜군들이 베어 간 조선인들의 코를 모아 만든 '코무덤'이 존재하고 있다.

코무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1537∼1598)가 조선을 침략하며 왜군들이 적극적으로 싸우도록 내몰기 위해 "조선인 코와 귀를 베어 바치라"고 명령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일본인은 조선인들을 죽이고 코를 잘라 소금에 절여 일본으로 가져갔다. 당시 왜군은 조선인의 코를 전쟁에서 얻은 '전리품' 정도로 여겼다.

이렇게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의 코는 일본 곳곳에 묻혔다. 현재 12만6천여개로 추정되고 있지만 그 실체와 정확한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임진왜란 당시 조성된 다른 의미의 두 개의 무덤을 주제로 한 학술대회와 위령제가 진도에서 열린다.

23일 열릴 제1회 진도 왜덕산 심포에스타에는 한국과 일본의 저명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국내 주요 참석자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와 박진 외교부장관, 이백만 전 로마교황청대사이며, 일본에서는 2009년 총리를 지냈던 하토야마 유키오와 아마키 나오토 교토평화회대표가 참석할 예정이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전 총리로써는 최초로 24일 진도 왜덕산에서 열릴 위령제 현장도 방문, 축사를 할 예정이다.

박주언 진도문화원장은 "왜덕산 위령제에 한일 외교관계에 힘써온 전직 일본 총리가 참석해 더욱 의미있다"라며 "이번 행사가 인류애를 보여줄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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