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투쟁·인생역정 오롯이
수배 투옥 과정 다양한 사연 담아
시민군 이춘기씨 등 인연 일화도
1980년 5월 광주는 누군가에게는 슬픔과 고통으로, 어떤 이에게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와 교훈으로 각인된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광주의 5월을 기억하는 이들은 바로 그날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이들이다.
계엄군에 의해 한쪽 눈을 잃은 이지현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온몸으로 맞서 저항했고 이후의 삶은 그때 그 시간에 멈춰져 있다.
이지현 전 5·18 부상자동지회 초대 회장이 삶의 역정과 80년 5월의 경험을 기록한 '어느 봄날의 약속'(시와사람刊)을 펴냈다.
이 책은 5·18 광주민중항쟁과 민주화운동 투쟁과정, 저자와 함께 한 동지들의 투쟁이 담겨 있다.
여기에는 최근 연극으로 만들어 광주시민 등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문용동 전도사가 전남도청에서 산화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고아 출신 구두닦이 시민군 정병균, 송암동 양민학살과 김군, 5·18묘지 음모사건과 이로 인한 갈등으로 죽은 누이동생, 안기부에 끌려가 겪은 고초 등이 생생히 기록돼 있다.
또 서울대 증언사건, 광주교도소와 춘천교도소에서의 이야기, 무명시민군 이춘기씨, 고 김인곤 국회의원 차의 견인과 체포, 수배시절의 추억, 투쟁자금 마련과 명동성당 농성, 전두환 화형식, 7공수 출신 최영신의 양심선언 등 그가 겪은 5월에 얽힌 사건과 일화들이 수록됐다.
그는 이와함께 상경투쟁과 최기식 신부와의 만남, 고 노무현·김근태와의 인연 그리고 애꾸눈 광대가 되어 5·18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200회 이상 공연해 온 이야기 등 수많은 민주화운동과 활동과 관련한 사연들을 담단한 심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의 일생은 구속과 투옥, 저항과 헌신으로 이어졌다.
이씨는 42년 동안 죄인 아닌 죄인으로 살았고 우울증과 트라우마로 자살까지 기도했으나 마음을 잡고 굳은 의지로 제2의 삶을 일구며 시민들에게 진 빚을 갚는 심정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공연 '애꾸눈 광대'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의 5·18이후 투쟁사이자 반성문이다.
책을 읽는 이들은 혼돈의 역사가 빚은 국가폭력으로 한 사람이 일생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울림이 크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은 "이지현 선생처럼 묵묵히 자신의 으의지와 지조를 지캬며 한 발자국씩 내딛는 분들을 보며 침울한 마음을 이겨본다"며 "그가 쓴 글들을 보면서 선생의 굳건한 삶의 편린들을 다시 상기해 본다"고 밝혔다.
이지현씨는 화순 청풍 출생으로 광주동성고와 광주대를 나왔고 5·18 공동대책위 대변인과 (주)나라사랑예술단 대표 등을 지냈다.
지난 2010년 '문예시대' 시부문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당신의 눈물도 행복입니다' 등을 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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