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면적 4만5천928㏊···전국 56% 수준
'화학성분 전혀 없는' 유기 인증 과반 넘어
벼 포함 식량 작물 집중···전체 75% 차지
[전남농촌 2021 리포트 ⑦친환경농업 미래]
#사례1
"40년전부터 생태계 파괴를 막고 환경을 살리자는 마음으로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관행농법에 비해 인건비도 많이 들고 수확량도 적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자식들도 함께 참여해 대를 이어 안전한 식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40년간 유기농법의 한길만을 걸어온 보성 벌교읍 우리원농장 전양순 대표(64)는 어린 시절 선배들을 따라 풀무원공동체에서 유기농법을 시작해오다 정농회(바른 농사를 하는 모임)에서 작고한 남편 강대인씨를 만나 고향인 전주를 떠나 벌교에 정착했다.
유기농법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벼농사가 지금처럼 기계화가 이뤄지지 않은 시절이었던 탓에 관행농법을 하는 농가에 비해 일손이 더 많이 필요해 시쳇말로 '풀 맨 인건비도 안나올 정도'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흑미와 같은 색깔쌀 재배를 34년전부터 시작하면서 당시 시세로 1㎏당 1만원을 받을 정도로 미질에 대한 인정을 받은데 이어 단순생산이 아닌 가공까지 함께 하면서 소득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 대표의 성공에 주변 농가들까지 함께 참여해 30여년째 작목반을 함께 해오고 있으며 연간 300여톤 이상의 유기농쌀을 생산하는, 친환경공동체를 통해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일찍부터 친환경농업을 시작해오면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이들에게 농작견학을 시켜주는 것부터 시작해 지금은 친환경 농업을 전수하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관을 운영하는 등 단순 생산을 넘어, 2차 가공, 3차 체험 등 농촌의 새로운 미래로 떠오른 6차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전남을 대표하는 유기농 명인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전 대표는 "오래전부터 유기농법을 실천해오면서 겪었던 어려움과 실패를 다른 이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유기농법 교육도 함께 하고 있다"며 "친환경 농업이 한발짝 더 나가기 위해서는 들쑥날쑥한 가격이 아닌 안정적인 가격이 보장될 수 있는 여건이 먼저 만들어지고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도 지금보다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례2
영암 시종면에서 유기농 배를 재배하고 있는 허정철 새생명농원 대표(65)도 유기농업으로 한길을 걸어왔다.
경남 김해에서 벼농사를 짓다가 집사람이 영암으로 발령나면서 터전을 영암으로 옮긴 허 대표는 2004년부터 유기농법으로 배농사를 지어왔다.
허 대표 역시 안전한 농산물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배를 재배해왔지만 초창기에 판로가 없어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6년전까지만 해도 직접 판로를 개척해야만 했지만 안전한 먹거리로 인정받으면서 온라인 판매도 꾸준히 늘어난데다 지금은 학교급식을 비롯한 여러 판로가 갖춰지면서 안정적으로 배를 재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관행농법으로 재배한 배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역시 안전한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형성되면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냉해 피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지만 올해는 예년수준과 엇비슷한 규모로 배를 재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한숨을 돌렸다.
허 대표는 "친환경을 하게 되면 우선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나는데다 관행농법에 비해 생산량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판로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지난해부터 시작한 산모 친환경꾸러미 등 여러사업들처럼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점은 친환경 농가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최근 5년 유기농 인증 급증…타 시도 비해 압도적
전남의 친환경농업은 우리 나라의 친환경농업의 선도하는 위치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무농약과 유기농 인증을 합한 전국 친환경인증 면적은 8만1천826㏊(유기농 3만8천540㏊·무농약 4만3천286㏊)로 이중 전남의 인증면적은 56%수준인 4만5천928㏊에 달한다.
그 뒤를 잇는 전북 5천633㏊, 경기 5천481㏊, 충남 5천169㏊ 등 2~4위권의 지자체가 5천여㏊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감안했을때 전남의 친환경농업은 타시도에 비해 압도적이다.
특히 무농약과 유기농 단계로 나눠져 있는 친환경 인증에서 전남은 유기농이 무농약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5년간 친환경농산물 인증면적을 살펴보면 지난 2016년에는 유기농이 6천32㏊로 무농약(3만1천380㏊)의 19.2%수준에 그쳤지만 2017년 7천938㏊, 2018년 1만1천446㏊, 2019년 1만5천722㏊, 2020년 2만3천770㏊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무농약은 같은 기간 3만 1천380㏊→3만4천695㏊→3만1천 810㏊→3만738㏊→2만2천158㏊로 2017년을 제외하고는 갈수록 감소, 지난해 처음으로 유기농보다 면적이 줄었다.
이는 무농약 단계에서 3년의 전환기를 거쳐 유기농으로 넘어간 농가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2019년 유기농 인증 농가가 8천686가구였지만 지난해에는 1만 3천543가구로 늘어났다.
품목별로 보면 벼가 전체 인증 면적의 66.6%로 가장 비중이 높다.
유기 1만7천671㏊, 무농약 1만2천938ha 등 3만609㏊로 전국 (4만8천591㏊)대비 62.9%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임산물(5천831㏊), 콩, 보리, 고구마 등 식량(4천42㏊), 기타(1천858㏊),채소(1천298㏊), 특작(1천259㏊),과수(1천31㏊) 등이다.
◆소비자 신뢰 담보할 품질관리는 필수
'친환경농업 1번지'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전남은 올해 인증면적을 4만 6천500㏊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친환경인증단계가 무농약으로 시작하는만큼 새롭게 진입하는 무농약 인증 면적이 572㏊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남의 친환경농업이 벼와 식량 작물에 집중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대적으로 벼와 식량 작물에 대한 유기농 인증이 수월한데다 전남의 농업 구조가 여전히 벼 농사에 집중돼 있어 보다 고부가치를 가진 과일, 특작물 등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낮다.
지난해 품목별 인증면적 현황에서 보듯이 과수 2.2%, 채소 2.82%, 특작 2.74% 등 미비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남도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농업단지조성사업의 경우 벼는 3천평(1㏊)당 120만원, 채소는 160만원, 과수는 180만원의 단지조성지원금을 지급해 타 작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그리 크지 않은 실정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쌀소비량 등을 감안했을때 쌀에만 집중하는 것 자체가 경제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안정적인 농가소득 창출을 위해서는 품목을 다양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전문가들은 인증제도를 소비자들이 신뢰를 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가 제대로 이뤄져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잔류농약검사 등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에서 농약 성분이 검출되는 사례가 나오게 되면 소비자들의 신뢰 자체가 사라지게 돼 보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비싼 돈을 주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정원 광주전남연구원 농어촌활력연구실 연구위원은 "친환경 농산물의 가치는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에 두고 있다"며 "아무리 생산을 잘하고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홍보를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도 인증제도에 대한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판로나 가격 부분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안정적 시장 위한 전용 판매경로 확보···고차산업 기반 마련도"
서정원 광주전남연구원 농어촌활력연구실 연구위원
전체 경지면적 중 친환경 5% 수준
선진국 수준인 10% 대로 저변확대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 확대 통해
치유마을 등으로 소득화해 나가야
"친환경농업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안정적 소득이 가능하도록 전용 경매 등 판로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지역마다 모든 농산물을 생산하기 어려운만큼 이를 수집하고 분산하는 기능을 갖추고 기준가격 역할을 해줘야만 안정적 소득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서정원 광주전남연구원 농어촌활력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친환경농업은 아직 저변확대가 이뤄져야 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 연구위원은 "2004년부터 로드맵을 수립하고 추진해온 전남은 다른 지역을 압도하는 수준이지만 전국 전체 경지면적 중 친환경이 차지하는 비율은 5%정도에 불과하다"며 "해외 선진국들의 인증비율이 10%가량 되는데 우리도 그 정도 수준으로 올라가기위해선 저변확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변확대가 이뤄져야 전체적으로 산업규모도 커질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친환경농산물은 물량이 적다보니 일반도매시장으로 출하될 경우 관행농산물보다 가격이 낮은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도매시장에 친환경농산물 전용 경매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품 구색측면에서 모든 농산물을 한 지역에서 생산하기 어렵가에 이를 수집하고 분산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기준가격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연구위원은 친환경농산물의 안정적 산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가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현재 유기라든지 친환경성을 담보하는 상품들은 가격을 높이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위해서는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품질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무리 생산을 잘하고 유통을 잘 거쳤더라도 잔류농약검사를 하다보면 한번씩 나오기도 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소비자의 신뢰자체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서 연구위원은 집적화 단지를 통한 규모화 역시 친환경농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집적화단지가 돼 있으면 생산하기도 용이하고 규모가 확보될 수 있는데 유통이나 조직화단계 마케팅 단계에서 거래 마진, 거래교섭룍이 생길 수 있다"며 "또 이를 관광이나 체험 등으로 연계하는 융복합산업으로 연관시킬 수 있다. 유기 환경 농법이 탄소배출량도 감소시킬 수 있어 탄소저감 차원에서도 시도해 볼만하다"고 제안했다.
서 연구위원은 현재 1차 생산에 집중된 전남의 친환경농업이 고차산업으로 가기 위해 가공산업 기반을 늘리고 경축전환농법의 실현과 6차산업화가 가능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남의 친환경 농업의 문제는 가공산업이 약하다는 것이다. 전체 유기가공품 생산업체 중 15.7%수준에 불과한데다 대부분 영세하고 낙후돼 있어 유기쪽에서 고차원산업하기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공공급식이 확대되면서 판로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가공산업의 확충은 고차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연구위원은 "농촌환경보전프로그램은 화학비료를 덜 사용하고 마을 경관을 개선하고 영농폐기물을 공동으로 수거하는 등 친환경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경축순환모델을 만드는 사업"이라며 "하지만 공익직불금제도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기재부에서 중지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촌환경보전프로그램을 통해 고령화가 심한 전남지역 마을의 경관을 개선하고 친환경농업과 연계해 체험이나 교육, 더 나아가 치유마을로 육성해 소득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전남의 친환경농업은 1차 생산 뿐만 아니라 가공, 서비스로 연계되는 고차원산업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