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27만9천명 중 13만6천명 '65세 이상'
허리 휘는 노년들 "60이면 팔팔한 청춘이제"
농촌 붕괴 막대한 사회적 손실 감당 어쩌나
#사례1
보성군 조성면 은곡리 은림마을은 전체 거주인구가 30명 수준인 자연부락이다.
이곳 은림마을에는 80년대생 1명, 그리고 60년대생 1명 등 40대와 50대가 각각 1명씩 있지만 다른 28명은 모두 65세 이상인 노인들이다.
최근 2~3명이 고향으로 다시 귀농하려고 준비 중이지만 이들 역시 이미 65세 이상인 은퇴세대로 93.3%에 달하는 마을의 고령화율(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을 93.9%로 높일 뿐이다.
특히 은림마을의 노인 인구 절반에 가까운 12명은 홀로 거주하는 독거노인인데다 이들의 나이도 80대를 넘기고 있다.
이제는 힘이 부쳐 벼농사는 짓지 못하지만 타지에 나가 있는 가족들 먹거리를 위해 짓고 있는소규모 밭농사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19년째 마을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이장 송기용씨(79)는 "내 나이가 80이 넘으면 우리 마을에 몇집이나 남을 것인가라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며 "새롭게 들어오는 이들이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이 계속되면 10년내에 몇집이나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례2
고흥군 포두면 오취리 오취마을은 218명이 거주하는 농·어촌 복합마을로 주민등록상 60대 이하 '젊은이'가 53명에 달해 은림마을보단 상황이 양호하다.
겨울철 김장에 쓰이는 '깐 굴'을 판매하는 젊은이들이 거주하기는 하지만 젊은층 중에는 취업 등을 이유로 주소만 옮겨놓은 '허수'인 경우가 많다.
30대 이하 27명 중 실제 거주하는 젊은이는 20대 3명, 10대 2명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해 이곳 역시 고령화율은 70%를 훌쩍 넘기고 있다.
오취마을 역시 독거노인이 전체 거주주민의 16%인 35명에 달하고 있으며 70대 이상 노인만 101명, 60대 이상인 64명까지 포함하게되면 전체 노인인구는 165명으로 확 늘어난다.
섬이었다가 간척지로 인해 육지가 된 오취마을은 다른 지역보다 온화한 날씨 등으로 최근 5년새 외지인과 고향으로 돌아온 경우까지 포함해 7가구가 새로 이사를 오는 등 소규모 인구 유입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식당, 식료품점 등 편의시설이 한 곳도 없는데다 좁은 길 등 정주요건이 좋지 않아 빈집이 21채에 달한다.
마을이장을 맡고 있는 정인섭씨(72)는 "그나마 우리 동네는 정주요건만 좋아지면 인구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하지만 전체 주민의 70%이상이 이미 노인들인데다 상당수는 국가에서는 나오는 노령연금 등으로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급격한 인구 유출 속 노령인구는 증가
초고령화사회를 넘어 초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전남지역 농촌의 젊은이는 20~30대가 아닌 60대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활동 은퇴 연령대이지만 농촌에서 청년으로 불린지 오래됐으며 70대 역시 농촌 마을에서는 '한창 일할'젊은 축에 속할 정도로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4월 기준 전남 인구 184만4천148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43만8천769명으로 전체 인구의 23.79%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준으로만 봤을때 전남의 인구는 초초고령화가 아닌 초고령화 수준(고령화율 20% 이상)이지만 전체인구의 56.9%에 달하는 5개 시(목포·여수·순천·나주·광양)의 고령화율이 최저 13.52%에서 최고 22.52%에 머물고 있기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령화율이 낮아진 것에 불과하다.
다른 16개 군을 볼 경우 도청소재지로 젊은 층 유입이 많은 무안(20.02%)과 광주 인근의 화순(27.12%),조선, e-모빌리티 등 산업기반을 갖춘 영암(27.02%)과 영광(29.46%)을 제외한 12개 군은 고령화율이 30%대를 훌쩍 넘기고 있다.
이 중 고흥은 유일하게 41.55%로 40%대를 넘었으며 보성 38.99%, 함평 37.10%,신안 36.89%, 곡성 36.65%, 강진 35.14%, 구례 35.03% 등으로 농촌으로 갈수록 고령화율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농가기준으로 봤을 때 고령화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국에서 경북(35만1천643명), 경기(31만312명)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27만9천94명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남의 고령화율은 48.8%로 전국 평균 42.5%보다 6.3%p 높다.
특히 70세 이상의 경우 36.1%(10만902명)로 가장 많았으며 60~69세도 26.4%(7만3천620명)로 두번째를 차지하는 등 전남 농촌을 지탱하는 인구의 62.5%가 60대 이상이다.
50대가 16.4%(4만5천854명)로 두자릿수를 기록했지만 40대 7.0%(1만9천510명) , 30대 3.6%(9천911명), 15~29세 6.1%(1만6천985명), 15세 미만 4.4%(1만2천312명)으로 40대 이하는 한자릿수에 그쳤다.
고령화율도 최근 15년새 급증한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2006년 35.9%(46만1천36명 중 16만5천397명)에서 2020년 48.8%(27만9천94명 중 13만6천228명)으로 13.1%p가 증가했다.
하지만 농가인구가 15년새 20만명 가까이 감소한데 비해 고령인구는 같은 기간동안 2만9천명이 감소했다. 이는 결국 농가인구 중 젊은세대의 급격한 유출이 농촌의 고령화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 획기적 대책 없인 농촌 붕괴 필연적
이같은 농촌의 현실은 10년내 급격한 농촌의 붕괴를 불러올수도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농촌의 상당수 소규모 마을인 자연부락의 경우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는데다 갈수록 나빠지는 정주여건 등을 해결하지 못하면 농촌지역의 연쇄적인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림마을처럼 과소화되고 극심한 고령화가 이뤄지고 있는 마을들이 늘어나면서 20호 미만 마을들이 전체 60%이상을 차지하는 등 사실상 농촌마을은 해체 수준에 이르고 있다.
우리 나라의 평균 수명이 83.3세에 달하고 있지만 현재처럼 열악한 정주여건이 계속되고 새로운 인구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10년내에 사멸하는 마을이 나올수 밖에 없다.
게다가 현재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귀농귀촌도 대부분 생산가능인구가 아닌 은퇴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노인집단화된 마을구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농촌의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젊은층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것이지만 농업의 산업적인 측면에서 봤을때 지속가능성이 낮은 현상황을 타파하기 전까지는 젊은층의 유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농업정책의 획기적 변환없이는 현재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국가균형발전과 장래 유지비용등을 고려했을때 현 구도를 타파하고 농촌을 육성하지 않으면 근 미래에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조창완 광주전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농촌의 문제는 어느 한가지 처방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은지 오래"라면서 "농촌을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과 대폭적인 지원이 없는 한 고령화는 피할 수 없으며 단지 고령화 속도를 좀 더디게 진행하게 하는 방법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철원기자 repo333@srb.co.kr
조창완 광전연 선임연구위원 "고민 없는 농촌정책 현실 완전히 꽝"
건강한 농촌되려면 생산가능 인구 역할 중요
젊은이들 돌아올 수 있는 과감한 정책 있어야
마을 간 연계 가능한 생활 거점 형성도 필수
"현재의 농업·농촌 정책은 완전히 실패한 정책입니다."
조창완 광주전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극심한 고령화에 처한 농촌의 상황에 대해 "어느 한가지 처방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는 넘었다"며 "농촌을 바라보는 대폭적인 사고의 전환과 지원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은 "우리 나라가 1960년대부터 공업화정책을 실시하면서 향도이촌이라는 말처럼 농촌인구들이 도시로 다 빠져나갔다"며 "지금 귀농귀촌 인구 중 상당수가 베이비부머 세대로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원대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은퇴세대들이 고향 등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의료, 문화시설 등 정주여건 마련을 위해 각 마을에서 30분 거리 이내에 이용가능한 거점 개발정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조 위원은 "자연부락이라고 불리는 농촌마을이 해체돼 가고 있는데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토 균형발전이나 장래 유지비용 등을 고려해보면 지금 현재의 마을구조라도 유지할 수 있다면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훨씬 낫다"며 "완전히 사람이 없는 곳에다 무언가를 하려면 그때는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강하게 규제하고 있는 1가구 2주택 문제도 농촌 측면에서는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 중 하나"라며 "도시민들이 농촌에 세컨더리 하우스를 가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는 것도 현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 위원은 근본적인 농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소득과 복지 등 양면적으로 해결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앞으로의 농업이 갖는 지속가능 측면에서 농업 자체가 돈이 되는 산업으로 먼저 바꿔져야 한다"며 "젊은이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대폭적인 지원을 먼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은퇴 세대가 다시 농촌으로 와봐야 결국 고령화 문제는 또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며 "건강한 마을 을 위해서는 생산가능인구들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젊은이들을 들어올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많은,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는 것 외에도 새로운 아이템을 가지고 창업을 하고 농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며 "하지만 돈벌이가 안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와 같은 지원정책만으로는 농촌이 획기적으로 살아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 위원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 비중이 3%도 안된다. 그만큼 정부가 농업을 바라보는 의지가 낮다는 의미"라며 "농민들이 줄곧 요구하는 5%이상은 돼야 전체적인 지원도 가능해진다. 중앙정부가 농업에 대한 마인드를 먼저 바꾸고 지금부터 훨씬 획기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추진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도철원기자 repo333@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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