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녹차 전쟁

입력 2021.03.09. 18:20 선정태 기자

보성군과 장흥군이 녹차를 둘러싸고, 정확히는 '떡 차'를 놓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두 지자체간 차 전쟁의 시작은 보성군의 '뇌원차' 복원으로 시작됐다.

보성군은 지난해 고려 시대 황제에 공납한 '뇌원차'를 복원했다.

왕실의 진다의식(進茶儀式))에 사용된 차, 죽은 신하에게 내리는 장례용, 거란에 보내는 예물용, 신하에게 내리는 하사용 등 고려의 최고의 명차라는 설명과 함께 뇌원차의 원형을 발굴하고 복원하는 일은 역사·문화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표방했다.

'녹차수도'를 표방하는 보성군이 커피에 밀려 점점 쪼그라드는 녹차 시장의 새로운 개척지로 '발효차' 시장을 새 분야로 개척하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보성군의 '뇌원차' 복원에 이웃 지자체 장흥군이 반발하고 있다. 장흥군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발효차인 '청태전'을 복원해 상당수 지역 다원을 중심으로 제작, 판매하고 있다. 청태전을 활용한 체험학습까지 진행하던 터다.

장흥군이 '청태전'으로 발효차 시장을 선점했지만, 보성군이 '뇌원차'를 복원해 발효차 시장에 참여하면서 경쟁의식을 느꼈나 보다.

뇌원차를 보성과 연관시키는 것은 억지라는 주장이다. 전남 남해안 지역에서 생산됐다는 기록만 있을 뿐, 생산지가 명확하지 않아 지금까지 단절됐는데, 이 미씽링크를 보성군이 자신들의 지역이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종국에는 보성군이 '뇌원차' 생산지로 주장하는 지역이 고려 시대에는 장흥군에 속했다고도 제기했다.

녹차 시장을 넓히기 위한 '청태전'과 '뇌원차'가 결국은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으로 변한 듯하다.

시각을 달리해, 찻잎을 찧어 말려 동전이나 사각형 모양으로 말린 '청태전'과 '뇌원차'의 형태를 보면 이들의 타켓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보이차'를 겨냥한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녹차의 인기는 사그라졌다. 커피에 밀려 줄어들어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녹차는 세계에서 후발 주자다. '아마존'에 진출하긴 했지만, 일본의 가루녹차, 중국의 저가 차에 밀려 성과가 썩 좋지 못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녹차시장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싸우기보다는 두 지자체간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작은 파이를 독차지 하기 보다 파이를 키우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지 않을까. 

선정태 지역사회부 부장 대우 wordflow@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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