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최고 등 잇딴 ‘5·18망언’ 여파
‘서진정책’ 퇴색 우려…내년 총선 우려
천하람 “국힘,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최근 '친윤·강성 보수' 색채를 띠는 김기현호(號)가 출범한 데 이어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5·18정신' 헌법 수록 불가 발언으로 지난 대선을 전후로 여당 지도부가 공을 들였던 '서진정책'이 무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다.
여권의 계속되는 '우클릭'으로 호남 민심은 물론 내년 총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중도층 이탈까지 우려되면서 국민의힘 총선 전선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020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무릎 사과' 이후 호남 민심을 끌어안겠다는 이른바 '서진정책'에 박차를 가했다. 이어 이준석 전 당대표도 '서진정책'을 주창하면서 수년간 호남 민심을 두드렸다. 이 영향으로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이 호남에서 보수정권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기현 당 대표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국민의힘이 시작부터 극우 본색을 드러내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서진정책'이 물거품이 됐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김 최고위원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관하는 주일예배에 참석해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고 말한 데 이어 다음날 국민의힘 추천으로 임명된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보여준 전향적인 태도의 진정성이 사라져버린 셈이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새지도부 출범 초반부터 시대착오적인 이념 공세를 펼치면서 호남 지역 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호남 지역의 민심을 잃는 것은 단순히 광주·전남 민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서울·수도권에 살고 있는 '호남 출향민'들과도 연관이 되는 만큼 내년 총선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따라 당내 일각에서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내년 총선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강성 보수 진영에서 환영할 만한 3·1절 기념사와 일제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을 내놓으면서 중도층의 거부감이 크게 작동한 데 이어 김 최고위원과 김 위원장 발언으로 여권에 다시 한 번 극우적 색채가 덧칠되면서 중도층 이탈까지 우려된다는 것이다.
여권 내 험지로 불리는 지역의 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총선을 1년 앞두고 당의 색이 '극우'쪽으로 가는 것처럼 비춰져 지역은 물론 중도층 민심까지 돌아설 우려가 크다"며 "걱정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말보다는 정책으로 지역에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은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광주·전남 등 격전지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뛰고 있는 당협위원장들은 답답하고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다"며 "김종인·이준석 체제 당시 펼친 '서진정책'으로 호남 유권자분들이 조금이나마 당의 노력을 알아봐주셨는데,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송구스러운 마음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이 이제는 과거에 좋지 않은 모습에서 탈피해 민주당과 건강한 경쟁을 하는 쪽으로 가길 기대한다"면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당내 쓴소리를 막지 말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 여야, 13일간 총선 레이스 돌입···'거야 심판' vs '정권 심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사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용산살리기' 지원유세에서 권영세 용산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여야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4·10 국회의원 총선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각기 '거야 심판'과 '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총력전을 시작했다.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함께 선거운동이 허용된 28일 오전 0시 서울 가락 농수산물시장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전 0시 행사를 거르고 오전 10시 대통령실 인근 용산역 광장에서 '정권심판·국민승리' 선대위 출정식을 진행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내 최대 규모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며 "국민의힘은 땀 흘려 일하는 생활인을 대변하는 정당이고, 그런 분들이 더 잘살기를 바라는 정당"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이 전진할 것인가 후진할 것인가, 융성할 것인가 쇠퇴할 것인가, 곤경해질 것인가 불리해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라며 "그 전제로 범죄 세력을 심판하겠다. 그걸 넘어서야 민생과 경제를 제고해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 위원장은 곧이어 같은날 오전 서울 한강벨트 등 수도권 격전지를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심판이 곧 민생이라고 역설하고 있다.한 위원장은 한강벨트인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거리인사에서 "범죄자 세력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범죄자 세력이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해야 한다. 그것은 네거티브가 아닌 민생"이라고 강조했다.인 위원장은 한 위원장과 함께 가락시장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인 위원장은 같은날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5·18을 폭동으로 비하하는 것은 광주시민을 두 번 죽이는 것으로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며 호남 표심을 공략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오전 7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출근길 인사에서 "지금 정치가 잘못됐다면 바꿔야 하고, 정치를 바꾸는 일은 결국 국민들이 해야한다"며 정권 심판 동참을 호소했다.이 대표는 이어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에서도 "지난 2년의 시간은 국민에게 하루하루가 절망 고통 그 자체였다"며 "윤석열 정권 심판 열차가 국민 승리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지금 출발한다. 윤석열 정권 심판은 대한민국 정상화와 민생 재건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배반한 윤 정권에게 이제 주권자가, 민주 공화국의 주인이 심판할 때가 됐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압도적 심판 의지를 확실하게 실천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지지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한강벨트인 서울 중·성동갑 등에서 지원유세에 나선다.민주당은 범야권 200석 전망을 일축하며 지지층 이완과 보수층 결집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범야권 200석' 전망에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과반인) 151석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민주당 주도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윤영덕 의원은 같은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은 시대적 과제"라며 "모든 걸 걸고 압도적으로 승리해 민주주의, 민생, 평화, 미래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고 지지를 요청했다.제3지대 정당들도 일제히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녹색정의당은 같은날 오전 0시 이태원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골목을 방문한 뒤 서울시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개혁신당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소방서를 찾아 지역 치안과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새로운미래 지도부도 같은날 오전 0시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후 대전 대덕구 박영순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선대위 출정식 및 출근인사를 진행했다.조국혁신당은 같은날 오전 조국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 출정식을 개최했다. 조 대표는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부산에서부터 동남풍을 일으켜 전국으로 밀고 올라가겠다"고 선언했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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