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당 몰표로 정권 바뀌자 관가 ‘멘붕’
‘6·1 지선’서 광주 역대 최저 투표율 기록
“민주당 탄핵·현역 의원 심판” 자성 목소리
차기 총선 앞두고 중도 표방 ‘제3세력’ 나오나
[올해의 정치·행정 결산] ①정권교체와 지방선거
'검은 호랑이해'인 임인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 광주·전남은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사자성어처럼 변화무쌍했다. 5년만에 정권이 교체되고, 지방선거에서 광주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세계가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이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56년만에 무등산 정상이 반환됐다. 정권 교체로 '여소야대'가 된 국회는 정쟁(政爭)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 처리 기한(12월 2일)을 훌쩍 넘겼지만 아직도 타결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민선 8기 들어 광주시와 광주시의회의 힘겨루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본보는 올해 정치·행정 분야 주요 이슈를 선정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올해 치러진 '3·9 대선'과 '6·1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을 반으로 갈랐다. 또한 지역주의 현상도 뚜렷했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47.83%)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48.56%)가 맞붙은 '3·9 대선'은 0.73%포인트차로 당락이 결정됐다. 24만7천77표 차이다. '역대급 초박빙 대선'으로 기록된 지난 대선은 진보와 보수, 호남과 영남, 2030과 4050의 표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진보와 보수 진영은 '나라를 팔아 먹어도 바뀌지 않는다'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각각 30%로 추정한다. 이런 유권자 구조로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기려면 진보와 보수를 제외한 중도층 40%를 누가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이 펴낸 신입당원 교육용 자료집을 보면, 정치적으로 완고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국민의힘 지지)을 제압하거나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정할 정도다.
대한민국 유권자 구조와 다르게 광주·전남은 '오로지 민주당'이다. 특정 정당에 몰표를 주는 관계로 정권 교체로 인한 희비가 극명하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광주·전남 출신 인사들이 대거 정부 요직에 들어갔으나, 윤석열 정부에서 지역 출신은 찾아 보기 힘들 정도다. 윤 정부 초대 내각에 임명된 장관 중 광주·전남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이러다 보니 보수 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중앙에 연락할 사람 조차 없다는 한탄이 지역 관가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투표 성향을 탓하기 보다는 그동안 지역을 방치한 국민의힘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총선에 당선될 후보를 공천해야 하는데 '어차피 낙선'이란 인식 때문에 아무나 공천해 지역민들이 표를 주고 싶어도 줄 후보가 없었다는 것이다.
'3·9 대선' 개표 결과를 보면, 윤 후보는 서울, 경남, 부산, 울산, 대구, 경북, 충남, 대전, 세종, 충북, 강원에서 승리했다. 반면 이 후보는 광주와 전남, 전북, 인천, 경기에서 이겼다.
윤 후보와 이 후보의 대선 결과는 '6·1 지방선거'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광주와 전남, 전북, 경기, 제주 등 5곳에서 승리했다. 대선과 비교하면 인천과 제주만 바뀐 셈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를 지도에 당 상징색으로 표시하면 대한민국은 반으로 나눠졌다. 광주와 전남, 전북이 있는 곳은 민주당의 파랑색,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 지역은 국민의힘 빨간색이다. 지역주의 현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윤 후보가 광주에서 보수 정당 후보 가운데 역대 최고인 12.72%를 기록했으나 득표율 목표(20%)는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은 2030과 4050 세대간 표심도 엇갈렸다. 지방선거 직후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주최한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2030세대의 지지를 국민의힘에 내주면서 대선, 지선을 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시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전통 지지층과 이탈 지지층의 괴리가 심각하다"며 "(이탈 지지층을) 설득해 통합하는 리더십이 필요한데 민주당이 기능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6·1 지방선거'는 광주 정치권에 충격을 줬다. 역대 모든 선거 및 모든 지역 최저치인 투표율 37.7%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지역 1당'인 민주당에 대한 염증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광주 투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었다"고 분석했다. 일부 의원들의 '자성론'도 이어졌다. 윤영덕 의원(광주 동남갑)은 "광주는 지켰지만 민주당은 졌습니다", 이용빈 의원(광주 광산갑)은 "사과로 충분하지 않다. 투표율로 보여주신 시민의 쓰디쓴 회초리다. 말뿐인 쇄신은 가라는 호된 칠책이다"고 자성했다.
내년에는 전국 단위가 선거가 없으나 2024년 총선을 앞둔 해이기 때문에 지역 정치권은 바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총선에서는 광주·전남 18석 모두 민주당이 가져갔으나,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 현역 의원들의 당선은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선 패배와 지방선거의 낮은 투표율은 현역 의원 교체를 원하는 지역 민심이라는 분석도 나오기 때문이다.
당원 50%와 여론조사 50%로 치러질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당원 50%'에 해당되는 권리당원 모집은 사실상 내년 8월에 마감된다. 권리당원 등록 후 최소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투표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로 지역 정치권은 당장 내년초부터 '2024년 총선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중도를 표방한 '제3의 세력'이 차기 총선을 앞두고 출범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거대 양당의 정쟁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민심'을 담을 정당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2016년 녹색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이 연상된다. 하지만 2024년 총선은 2016년과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2016년에는 제3세력 구심점이 된 확실한 대권주자가 있었으나, 2024년에는 보이지 않는다.
바로 이런 이유로 설사 제3세력이 출범한다 해도 그 파장은 2016년에 휠씬 못 미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정치권의 격언처럼 앞으로 1년 5개월 가량 남은 차기 총선까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특정 이슈 또는 특정 현안이 총선 직전에 발생한다면 그동안의 노력과 관계없이 소위 '바람'이 불어 정치 지형을 흔들 수 있다. 제3세력 출범을 기다리는 세력들은 이 점을 바라고 있다.
서울=김현수기자 cr-2002@mdilbo.com
- 여야, 13일간 총선 레이스 돌입···'거야 심판' vs '정권 심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사거리에서 열린 '국민의힘으로 용산살리기' 지원유세에서 권영세 용산구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여야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4·10 국회의원 총선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각기 '거야 심판'과 '정권' 심판'을 명분으로 총력전을 시작했다.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와 함께 선거운동이 허용된 28일 오전 0시 서울 가락 농수산물시장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전 0시 행사를 거르고 오전 10시 대통령실 인근 용산역 광장에서 '정권심판·국민승리' 선대위 출정식을 진행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내 최대 규모 농수산물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며 "국민의힘은 땀 흘려 일하는 생활인을 대변하는 정당이고, 그런 분들이 더 잘살기를 바라는 정당"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이번 선거는 대한민국이 전진할 것인가 후진할 것인가, 융성할 것인가 쇠퇴할 것인가, 곤경해질 것인가 불리해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대단히 중요한 선거"라며 "그 전제로 범죄 세력을 심판하겠다. 그걸 넘어서야 민생과 경제를 제고해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한 위원장은 곧이어 같은날 오전 서울 한강벨트 등 수도권 격전지를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심판이 곧 민생이라고 역설하고 있다.한 위원장은 한강벨트인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 거리인사에서 "범죄자 세력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범죄자 세력이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조(이재명·조국) 심판해야 한다. 그것은 네거티브가 아닌 민생"이라고 강조했다.인 위원장은 한 위원장과 함께 가락시장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인 위원장은 같은날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5·18을 폭동으로 비하하는 것은 광주시민을 두 번 죽이는 것으로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며 호남 표심을 공략했다.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같은날 오전 7시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출근길 인사에서 "지금 정치가 잘못됐다면 바꿔야 하고, 정치를 바꾸는 일은 결국 국민들이 해야한다"며 정권 심판 동참을 호소했다.이 대표는 이어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선대위 출정식에서도 "지난 2년의 시간은 국민에게 하루하루가 절망 고통 그 자체였다"며 "윤석열 정권 심판 열차가 국민 승리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지금 출발한다. 윤석열 정권 심판은 대한민국 정상화와 민생 재건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이어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배반한 윤 정권에게 이제 주권자가, 민주 공화국의 주인이 심판할 때가 됐다"며 "민주당은 국민의 압도적 심판 의지를 확실하게 실천하는 유용한 도구가 되겠다"고 지지를 요청했다. 이 대표는 한강벨트인 서울 중·성동갑 등에서 지원유세에 나선다.민주당은 범야권 200석 전망을 일축하며 지지층 이완과 보수층 결집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범야권 200석' 전망에 "불가능한 얘기"라면서 "(과반인) 151석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민주당 주도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윤영덕 의원은 같은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은 시대적 과제"라며 "모든 걸 걸고 압도적으로 승리해 민주주의, 민생, 평화, 미래의 퇴행을 막아야 한다"고 지지를 요청했다.제3지대 정당들도 일제히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녹색정의당은 같은날 오전 0시 이태원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골목을 방문한 뒤 서울시청 합동분향소를 찾아 헌화했다.개혁신당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소방서를 찾아 지역 치안과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 등을 살펴보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새로운미래 지도부도 같은날 오전 0시 가락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후 대전 대덕구 박영순 후보 선거사무소 앞에서 선대위 출정식 및 출근인사를 진행했다.조국혁신당은 같은날 오전 조국 대표의 고향인 부산에서 출정식을 개최했다. 조 대표는 부산 해운대구 동백섬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부산에서부터 동남풍을 일으켜 전국으로 밀고 올라가겠다"고 선언했다. 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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