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호남의원들·전남도당 긴급성명
"망나니적 망언 사과, 즉각 후보 사퇴"
국민의힘은 '호남 공든 탑' 노심초사
민심 악화 우려 당내 경선 변수 주목
'전두환 찬양'으로 해석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최대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조짐이다.
호남에서 윤 전 총장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호남 구애를 계속해온 국민의힘 지도부는 곤혹스런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윤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 양강구도로 펼쳐지고 있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는 모습이다.
◆윤석열에 쏟아지는 비판
20일 호남지역 국회의원 전원과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이 긴급성명을 내며 비판에 나섰다. 전날 발 빠른 대응을 한 5·18단체와 민주당 광주시당의 비판에 이은 것으로 분노하는 호남의 분위기를 보여줬다.
민주당 소속 광주·전남·전북 국회의원 전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윤 후보는 즉각 호남 폄훼와 국민을 우롱하는 망나니적 망언에 대해 사죄하고, 후보직 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남도당도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경선후보의 퇴행적, 극우주의적 망언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윤 후보는 전두환 찬양 발언에 책임을 지고 즉각 후보직을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특히 이용섭 광주시장까지 비판에 가세하는 등 호남 전역이 윤 전 총장의 발언으로 들끓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긴급성명에서 "저열하고 천박한 역사관을 드러냈다. 전두환 찬양에 호남까지 운운하며 민주시민들을 모욕하고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윤 전 총장의 사죄를 요구했다.
비판은 여당 뿐 아니라 같은 당 대선후보 사이에서도 쏟아지고 있어 윤 전 총장을 궁지로 몰고 있다. 이들은 '잘못된 역사인식' '호남 모욕' '헌법정신 망각' 등 단어를 동원하며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이날 SNS에서 "어제 제가 하고자 했던 말은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전두환 독재 정권)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12·12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당시 신군부 실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사람"이라며 "저의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구 방문 중에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 대통령을 찬양한다'든가, '5·18에 대해 일반적 시각과 다른 역사 인식을 갖고 있다'든가 하는 것은 좀 과도한 이야기"라고 했다. '광주를 찾아 사과할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제가 그걸 가지고 호남인들을, 화를 내게 하려고 한 이야기도 아니고…"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호남에 쌓은 공 무너질라"…'실언 주의보'
국민의힘은 호남 지지를 얻기 위해 그동안 공들였던 탑이 무너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준석 대표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들어섰던 뒤로 호남 등 취약 지역에 대한 노력이 계속돼 왔고 제가 대표된 뒤에도 김종인 위원장 노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며 "대선주자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대선에 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우회적으로 윤 전 총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대신 이 대표는 21일 정운천 당 국민통합위원장과 여수·순천 등 호남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후보들은 윤 전 총장의 실언을 강력하게 성토하면서도 파장이 국민의힘 전체에 닿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 캠프 대외협력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에게 '전두환 발언' 관련해 사과를 위한 광주 방문을 건의할 뜻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 북구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막말 논란과 검찰의 고발사주에 대한 의혹까지 겹치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한 민심이 악화하고 나아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당심마저 흔들릴 경우 당 경선판도가 요동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돌아온 이낙연, 당분간 '강연 정치'로 윤정부 비판 주력할 듯 [인천공항=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년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24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6.24. chocrystal@newsis.com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년 만에 귀국해 '못 다한 책임을 다하겠다'며 적극적인 정치 활동을 예고한 가운데 당분간은 강연 정치로 윤석열 정부 비판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그간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면서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준비된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할 것으로 보인다.특히 귀국 일성에서 "못다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발언한 만큼 민주당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일정부분 역할을 할것으로 전망된다.최근 혁신위원회가 출범 한데다 당분간은 민주당 현안에 대한 언급은 자제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이재명 체제' 흔들기로 해석돼 당 분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청년층을 대상으로 '강연 정치'에 나서면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부각할 것으로 점쳐진다.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다음달부터 전국 대학가를 돌며 강연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출간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 책 내용을 중심으로 그간 연구해 온 외교 정책과 남북 관계 등을 이야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이 전 대표는 지난 24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대한민국은 여기저기가 무너지고 있다"며 "수출이 위축되고 경제가 휘청거린다. 민주주의도, 복지도, 뒷걸음친다. 대외 관계에 금이 갔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에 말한다"며 "모든 국정을 재정립하기를 바란다. 대외 관계를 바로 잡아주길 바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이외에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 및 현충원, 5.18 묘역 참배 등 일정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대표적인 친이낙연계인 윤영찬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금 정해져 있는 본인의 일정이나 스케줄은 전혀 없다"며 "일단 한반도의 미래와 생존 전략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강연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당분간 잠행하면서 민심을 살필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정치 일선으로의 복귀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전 대표가 귀국길에서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하게 발언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는 거다.실제로 그의 이전 정치 행보와 스타일로 미뤄 짐작할 때 공항에서는 인사 정도로 마무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나아가 당 원로들처럼 낙향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윤 의원은 "본인이 앞으로의 정치 행보에서 좀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 변화된 모습을 보이겠다 이런 각오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이어 "앞으로의 행보는 민주당을 어떻게 민주당답게 또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을 어떻게 다시 복원할 수 있느냐 이런 부분들에 맞춰질 것"이라며 "단순히 어떤 계파의 수장 또는 비명계, 이런 차원을 넘어서 민주당이 잘 되는 방향이 과연 무엇이고 다시 국민 눈높이에서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국민 속의 민주당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부연했다.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등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게 되면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낙연 역할론'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그 시점에 대해서는 친낙계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나온다. 이 전 대표로 인해 당 내홍이 불거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도 보여진다.이개호 의원은 이날 방송에 나와 이 대표 대안으로 이 전 대표가 거론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민주당의 승리라는 공동 목표를 향해서 각자의 행동 방식과 정치 양상, 정치적 행동에 의해서 함께 나가는 것"이라며 "서로가 대안이라고 얘기할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정치권 에서는 이 전 대표가 강연정치를 통해 현 정부를 비판하고 민주당이 처한 현실과 미래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히는 과정에서 국민들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융화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서울=강병운기자 bwjj238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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