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끝에 만난 망고···국내 아열대농업 희망 되다

입력 2022.07.21. 16:32 도철원 기자
영광 망고야농장
망고 농가 중 유일하게 묘목 생산·보급 가능
묘목 점유율 70%차지…독보적 위치 올라
연간 과실 80톤 ·묘목 2만5천주 생산·공급
2020년 국내 최초 애플망고 홍콩 수출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홍망고 품종을 육종한 영광군 망고야 농장의 박민호 대표가 20일 영광군 염산면 망고야농장 온실에서 갓 수확한 홍망고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영광 망고야농장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아열대성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열대과일로 불리던 아열대 작물이 국내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보다 다양한 작물을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런 아열대 작물 중 최근 선물세트 등으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는 품목이 있다. 바로 애플망고다. 그리고 그 애플망고 산업의 중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영광 망고야농장'이 서 있다.


◆시설 고추로 시작한 하우스…망고로 새로운 장 열다

수확하기 전 홍망고. 수확기가 되면 보라색에서 빨간색으로 변한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단일 농장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4.2ha)를 자랑하는 망고야농장은 처음부터 망고를 주력으로 하지 않았다. 박민호 망고야 농장 대표의 아버지가 '시설 고추'를 시작하면서 하우스 재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1996년 법인을 설립한 뒤 토마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하우스 재배를 시작했지만 IMF라는 암초를 만나 한차례 큰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고 이후 작목전환으로 선택한 파프리카 역시 처음엔 효자작목이었지만 국내 재배 농가가 급증하면서 또다시 위기를 맞아야만 했다.

고교 때부터 종자와 조직배양을 전공하는 등 농업에 뜻을 뒀던 박 대표는 대학 졸업 이후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미래지향적 작물 찾기에 몰두했다.

박 대표는 만감류 품종인 천혜향, 한라봉, 해금(골드 키위), 체리, 바나나, 샤인머스캣 등 다양한 품종을 시험 재배를 하다가 최종적으로 망고를 선택하게 됐다.

기존의 파프리카 재배를 설비를 활용해 작목 전환하기에 제일 적합한 품목이 망고라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가 망고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기존 관념의 역발상도 한몫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작목을 선택하기보다 ▲어려운 재배기술 ▲높은 진입장벽 ▲짧은 유통기한 등을 중점에 뒀다.

저장성이 좋은 작물은 가격 측면에서 농가들이 손해를 봐야 하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작물은 흔히 상품성이 없는 등외상품 물량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작물은 애플망고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애플망고는 시행착오 속에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망고야 농장은 현재 국내 6곳의 망고 육묘장 중 유일하게 수입산이 아닌 국내에서 묘목을 직접 생산하는 유일한 농장으로 국내 애플망고 묘목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과실 생산량의 8~10% 점유율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존재로 확고히 자리를 굳히게 됐다.

또 지난 2020년에는 국내 최초로 애플망고 0.2t을 홍콩에 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영광 망고야농장 직원들이 수확한 애플망고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연간 3천여명 방문 교육…보급에도 '앞장'

아열대 작물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빠지지 않는 '망고야 농장'은 신작물에 관심이 많은 농업인에게는 '핫플레이스'나 다름없다.

연간 3천여명의 농업인과 농업 관계자들이 농장을 찾아온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전국 각지의 농업기술센터에서 방문하고 박 대표 또한 그렇게 찾아오는 농업인들에게 현장 교육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저변확대를 위해서다.

현재 애플망고의 경우 1박스(3kg 기준)에 15만원선으로 소비자들로서는 쉽게 사기가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주요 거래처도 대형 백화점이나 고급 과일을 선물세트로 만들어서 온·오프라인으로 판매하는 업체 등으로 한정돼 있다.

박 대표는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가격이 지금의 절반 수준 이하인 4~6만원선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야 유통구조도 커질 수 있고 소비자들도 보다 부담 없이 망고를 즐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동안 과일 생산과 유통에 주력해왔던 박 대표는 저변확대를 위해 망고 가공식품 쪽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설 계획이다.

망고를 활용한 잼, 그리고 원액 그대로인 '리얼애플망고 주스'를 내년 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여기에 소규모 농가 재배 개별 출하·직거래 형태로 이뤄지는 유통망 대신 안정적 품질을 갖추고 공동출하가 가능하도록 공동선별장에 예냉·비파괴시스템(일명 당도측정기)과 과일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X-Ray시스템 구축을 내년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박 대표는 "국내산 망고라고 하면 비싼, 고급과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많은 분들이 맛과 향 등 수입 망고와 비교했을 때 차별성이 있기 때문에 구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유통 문제만 해결된다면 생산량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민호 영광 망고야농장 대표가 애플망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박민호 영광 망고야농장 대표 인터뷰

"제 목표는 망고를 대중적인 과일로 만드는 겁니다."

박민호 영광 망고야농장 대표는 국내 애플망고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아열대과수 최초로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신지식 농업인'에 선정됐으며 지난해 차세대 농어업경영인 대통령 표창을 받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청년 농업인이다.

지난 2010년 한국농수산대학교 채소학과 졸업한 이후 가업을 물려받은 박 대표는 기존 시설작물인 파프리카 대신 당시로서는 생소한 애플망고를 선택한 지 10여년만에 국내 아열대작물 성공사례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애플망고 분야의 권위자나 다름없다.

특히 박 대표가 운영하는 망고야농장의 가장 큰 가치는 과수 재배가 아닌 국내에서 직접 키워낸 묘목에 있다.

박 대표가 국내 애플망고 묘목 시장에서 차지하고 비중은 절대적이다. 수입 묘목 비중이 30%인 반면 박 대표가 공급하는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다.

박 대표가 묘목 보급을 중단하게 되면 애플망고 산업 자체가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청년 농업인 박민호(영광 망고야농장) 대표가 지난 20일 영광군 염산면 자신의 농장에서 무등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애플망고 전국 최대 단일 농장(4.2㏊)으로 독자적인 재배기술을 개발해 전국으로 보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그는 "망고라는 게 소나무 뿌리와 흡사해 옮김 몸살을 심하게 겪는다"며 "수입하는 과정에서 흙을 가져올수 없기 때문에 세척해서 들어온다. 들어올 땐 정상으로 보이지만 격리재배를 6개월에서 2년 동안 하다보면 고사율이 60~80%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나무를 받아서 재배에 들어가면 연차별로 고사가 되기 때문에 농가들이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국내에서 직접 키우고 공급하고 있다"며 "전국에서 수입 묘목 대신 100% 생산하는 곳 우리 농장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키울 묘목만 확보'하는 게 목표였던 박 대표가 매년 묘목 공급을 늘려가는 이유는 단 하나다. 국내 애플망고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다.

그는 "처음엔 돈이 없다 보니 나무를 키워서 팔고 다시 그 돈으로 나무를 키우는 방식으로 제가 필요로 하는 묘목 수량만 확보하고 중단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다른 지자체나 행정기관에서 부탁 아닌 부탁을 받고 있어서 맘대로 중단할 수 없다"고 웃었다.

박 대표는 "저변확대가 이뤄지면 소비시장도 커진다"며 "현재 100박스를 판다고 했을 때 가격이 절반 정도로라면 300박스를 팔 수 있다. 망고 생산량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현재 유통구조만으로는 대중화가 어렵다"고 했다.

애플망고가 고급 과일로 분류되다 보니 대형 백화점과 고급과일 전문업체 쪽에서만 주로 취급하는 '비싼 몸'이기에 순수입 구조도 다른 과일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보다 저렴하게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시장이 마련되는 것이 경제적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제주도 농가에서 국내산 망고를 처음 봤는데 그때 들었던 이야기가 고급시장에만 출하된다는 거였다"며 "사과와 같은 6대 과일은 아니지만 애플망고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과일로 만들고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목표는 망고 대중화"라고 강조했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영광=한상목기자 alvt71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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