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남획·개체 수 줄어
전남해양수산과학원, 2010년
국내선 처음으로 인공종자 생산
양식기술 특허등록 등 기술 보유
수산자원 회복 위해 매년 방류

전남 갯벌의 대표적 깃대 어종인 짱뚱어가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기괴한 생김새로 한때 하찮은 먹거리였으나 지금은 '갯벌의 신사'로 통한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짱뚱어를 보호하기 위한 현재 생태와 보호에 대해 알아본다.
◆ 전남 갯벌 '마지막 안식처'
순천과 보성·강진·해남·신안 등 전라도 갯벌에는 짱뚱어가 산다. 한때 여름철 보양식 정도로 여겨졌던 짱뚱어가 귀하신 몸으로 귀환해 위세를 떨치고 있다. 몸보다 유난히 큰 머리와 뭉툭 튀어나온 눈, 아래쪽에서 수평으로 열리는 주둥이, 세 갈래 지느러미는 호랑나비 날개 같은 색점이 박혀 펼치면 화려한 날개처럼 보인다. 그 모습이 보는 사람에 따라 '도롱뇽' 같기도 하고, 때론 무슨 괴물의 주인공 '이무기' 같기도 하며, '작은 용에 가깝다'는 이도 있다. 최근에는 '갯벌의 신사'로 통한다.
농어목 망둥어과인 짱뚱어는 몸길이 약 15~20㎝로 회청색으로 등 쪽은 짙고 배 쪽은 연하다. 지느러미가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주둥이는 위아래 납작하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갖고 있다. 머리 길이가 몸길이의 절반을 차지한다. 짝짓기 철인 5~8월 구멍에 알을 낳고 수컷이 알을 지킨다. 이 시기 수놈이 날개를 펼칠 때면 갯벌에 마치 꽃이 핀 듯 화려한 군무가 펼쳐진다.
전남 갯벌은 짱뚱어의 주 무대다. 순천과 보성·강진·해남·신안 등 전남 서남해안 갯벌에 넓게 분포돼 있다. 한때 짱뚱어는 군산 갯벌과 충청 갯벌까지 널리 퍼져 있었으나 기후변화와 남획으로 개체 수가 줄면서 전남 갯벌에만 둥지를 틀고 있으니 전남 갯벌이 짱뚱어의 마지막 안식처 노릇을 하고 있다.
전남 갯벌 여름 습지에서 새끼를 키우기 위한 짱뚱어의 노력은 집요하고도 처절하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자는 결코 용서치 않는다. 짱뚱어는 어린 새끼 개체(자어)일 때는 갯벌 표면의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인 부착 조류를 먹는다. 이렇게 식성이 바뀌면서 유순했던 성격도 바뀌어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상대는 기를 쓰고 달려드는 싸움꾼으로 변한다.
이런 공격성 때문에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짱뚱어 낚시꾼은 집을 지키기 위해 달려드는 짱뚱어를 갈고리로 사정 없이 낚아챈다. 이른바 '훑이기 낚시'다. '훑이기 낚시'는 작은 뻘배에 몸을 싣고 살금살금 짱뚱어에 다가가 미끼도 없는 낚시를 흔들기만 하면 짱뚱어가 용감히 달려드는 식이다. 인간들은 '훑이기 낚시'라고 간단히 말하지만 짱뚱어는 몸을 던져 가족과 영역을 지키려는 몸짓이다. 용감한 짱뚱어는 겨울이면 10월 초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잠을 잔다. 긴 잠을 자는 탓에 '잠둥어'라는 애칭도 얻었다.

용감한 짱뚱어는 전라도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어종으로 기억된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 짱뚱어 기름을 짜서 '초롱불'을 밝혔고 배고픈 시절 탕으로 만들어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순천·보성·벌교·신안 등 전남 갯벌 사람들은 지금도 보릿고개를 넘게 해준 짱뚱어의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오늘날 짱뚱어는 배고프던 그 시절 짱뚱어가 아니다. 마리당 1천500원을 호가하는 귀하신 몸이다. 맨손 어업으로 한해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려주는 짭짤한 효자 상품이다. '갯벌의 소고기'라 불리면서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그만이다. 주로 탕이나 구이, 전골로 요리된다. 타우린, 게르마늄, 마그네슘 등이 풍부해 항산화 작용과 노화방지 효과가 알려져 남획의 요인이 되고 있다.
허승준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연구사는 "전남 갯벌은 전국 갯벌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넓은 영역에 분포해 짱뚱어가 사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서 "대표적 깃대 어종인 짱뚱어를 보호하기 위해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이 앞장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남해양수산과학원 '종 보호' 비상
짱뚱어가 새롭게 조명되고는 있지만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종 보호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짱뚱어가 남획되면서 덩달아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의 짱뚱어 보호 발길도 바빠졌다. 전남 갯벌 대표 깃대 어종인 짱뚱어 보호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지난 2010년 짱뚱어 인공종자 생산 기술에 성공했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짱뚱어 인공종자 생산 기술에 성공한 이래 매년 10만여 마리씩 보성 일대 갯벌에 방류 중이다. 그렇게 방류한 짱뚱어가 100만여 마리에 이른다. 짱뚱어 보호에 나서 매년 10만여 마리씩 인공 종자를 방류해 오고 있지만 개체 보존에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올해도 5~6월 사이 벌교 갯벌에서 튼실한 어미를 포획해 인공 부화에 들어갔다. 포획된 우량 성체는 산란 유도를 위해 호르몬이 투여된다. 호르몬 투여는 대량 산란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인공 수정 후 부화까지 걸리는 기간은 대략 7~9일 정도로, 부화된 이후 몸길이 2㎝ 정도로 자라면 어린 자어로 갯벌에 방사된다. 올해도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10만 마리 이상을 부화시켜 보성 갯벌에 1차 방류하고 증식 결과가 좋으면 신안 지도 갯벌에까지 방류지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짱뚱어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종이 가끔 볼 수 있는 비단 짱뚱어다. 비단 짱뚱어라 불리는 이유는 눈알 주변에 황금색 테두리가 있기 때문이다. 남방 짱뚱어가 본명이지만 전남 갯벌에서 가끔씩 볼 수 있는 희귀종이다.

최근 짱뚱어 놀이터 전라도 갯벌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개펄층으로 이뤄진 전라도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전라도 갯벌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 된다면 세계 사람들이 명품 전라도 갯벌의 대표 깃대종 짱뚱어를 보기 위한 발길도 늘어날 전망이다. 그럴 경우 짱뚱어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고 갯벌을 가진 전남지역 자치단체들은 제2의 비상도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세계인들은 짱뚱어를 보고 '작은 용'을 떠올릴지 않을까 싶다. 호랑나비 같은 화려한 무늬에 세 갈레 지느러미, 갯벌을 살금살금 기어가다 잽싸게 솟구쳐 오르는 모습은 전라도 갯벌 말고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당당한 작은 용의 날개 짓이다. 하찮은 먹거리로 치부해왔던 짱뚱어가 금둥어로 자리잡기 시작했으니 격세지감이다. 귀하신 몸, 짱뚱어는 작은 용을 닮아가기 시작하더니 금둥어로 몸값을 높였다. 이제 더 이상 복날 천한 음식거리가 아니다. 전라도 갯벌을 대표하는 귀하신 몸으로 귀환한 짱뚱어의 변신이 반갑기만 하다.
박준택 해양수산과학원장은 "전국 갯벌의 42%를 차지하는 전남 갯벌의 보전과 효율적 이용을 위해 감소하는 다양한 갯벌 생물에 대한 지속적 연구와 자원 조성을 통해 어업인 소득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윤수기자 nys251085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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