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잇따른 사고로 '화약고' 오명

입력 2022.02.11. 16:33 김종찬 기자
여천NCC 8명 사상…1970년 이후 3천400여명
시민단체 “노동자 생명 지킬 특단의 대책 필요”
11일 오전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국가산단 내 입주기업 여천NCC 업체에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폭발사고 발생한 가운데 1t 규모의 열교환기 덮개가 떨어져 있다.

국내 최대 중화학단지인 여수산업단지에서 매년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폭발 등 각종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화약고'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여수산단은 위험한 화학물질이 곳곳에 쌓여 있는데다 시설 노후화 등으로 인해 안전 불감증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1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6분께 여수시 화치동 여수산단 내 여천NCC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열교환기 공기 누출 여부 확인을 위해 기밀테스트 작업을 하던 노동자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8명의 사상자 중 7명은 협력업체 소속이다.

앞서 지난 2001년 10월에도 여천NCC에서는 가스관 이음새 보수작업 중 수소가스가 폭발해 작업자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문제는 국내 최대 규모인 여수산단 화학공장 등에서 매년 수차례에 걸쳐 폭발·화재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1967년 준공된 여수국가산단에선 지금까지 386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50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다쳐 '죽음의 화약고'라는 오명이 늘 따라붙고 있는 실정이다. 화학물질 유출과 폭발로 인한 오염으로 여수산단 인근 주민들의 피해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에도 24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해 15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했다.

2021년 12월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이일산업 폭발사고 조사 과정에서도 수백건의 위법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 중 109건은 사법 조치됐고, 과태료 부과 대상인 법 위반도 280건이 적발돼 과태료 1억5천만원을 부과 받았다.

2000년 8월에는 호성 케맥스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7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같은해 LG화학에서 발생한 폭발로는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밖에 호남석화, 대림산업, 럭키화학, 한국 실리콘, ㈜한화 여수사업장 등 중·대형 업체에서 폭발·화재·유출사고가 잇따라 발생, 1970년 이후 3천400여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자 시민단체들은 특단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노총 여수시지부는 "여수산업단지에서는 작은 사고도 큰 재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산단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국가가 책임지고 노동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수=김종찬·이예지·강명수 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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