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에 녹아든 철의 왕국 민초들의 삶

입력 2022.12.22. 16:43 나윤수 기자
[광주에서 대구까지 미리 달려본 달빛내륙철도]
㉛고령역<하>대가야시장
3대째 이어온 대장간 대표 볼거리
사람냄새 물씬나는 시장 자랑거리
점필재 후손인 선산 김씨 집성촌
개실마을 중심에 문충공파 종택
범접할 수 없는 역사와 기품 자랑
경북 고령군 쌍림면 개실마을은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후손인 일선(선산) 김씨들이 350여 년 전부터 일가를 이루고 사는 마을이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광주에서 대구까지 미리 달려본 달빛내륙철도] ㉛고령역<하>대가야시장

역사의 고장 고령은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장이다. 자랑스러운 조상을 지키는 마을이 있는가 하면 정겨운 전통시장과 전통 악기 가야금을 만드는 장인까지 고령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역사와 전통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을 찾는 길은 역사를 찾아 떠나는 재미와 감동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경북 고령군 대가야읍에 위치한 '고령대가야 시장'은 고대왕국 대가야가 자리 잡았던 고령 지역의 상설시장이다. 이곳의 명물 고령대장간의 이준희 사장이 쇠질을 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사람 냄새나는 정겨운 대가야시장

대가야는 철의 왕국이었다. 대가야읍 지산리 '대가야시장'은 철의 왕국 민초들의 삶이 녹아있는 전통시장이다. 대가야시장 오일장(4·9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그 북적거림이 예사롭지 않다. 오랜 전통시장답게 인근 대구에서도 찾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인기 높은 시장이다. 입구에 '아이조아 고령대가야시장'이라는 입간판이 커다랗게 서 있다.

시장에 들어서니 꽤 큰 규모다. 한켠에 '고령 대장간'이 보인다. 3대째 전통 대장간이다. 예전 가야국은 철의 왕국이었다. 철기를 굽던 모습이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펄펄 끓는 화덕에서 철을 끄집어내 두드리니 낫이며 호미며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꾼다. 망치로 철을 두들기는 모습은 대가야 시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때 고령시장 대장간이 6곳이나 있었지만 이제는 한곳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니 사라지기 전에 눈에 담아둘 모습이다.

대가야장은 예부터 제수용품이 유명한 곳이다. 제각각의 표정으로 깎는 재미가 쏠쏠한 시장이다. 단골이 많은 탓인지 사고파는 사람들이 서로 싫지 않은 표정이다. 그래도 최근 물가가 뛰어 상인들도 걱정이 크다고 한다.

시장 바닥은 김장철 새우젓 냄새와 고추장이 어울려 코를 얼큰하게 한다. 고령장 먹거리 소구레 국밥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먹거리다. 소의 가죽살이 소구레다. 최근에는 소구레를 떼어내지 못하게 하면서 소구레가 귀하신 몸이 됐다고 한다. 그래도 선지와 진한 멸치국수의 조합이 대가야시장의 명불허전 소구레 국밥이다.


◆300년 전통 지켜내는 점필재 후예들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개실마을은 300년 전통의 기품이 묻어나는 마을이다. 개실마을 찾는 것은 조선시대 전통 가옥에서 즐기는 역사향기 맡기다. 문충공 점필재 김종직의 종택이 있는 마을이다. 김종직 후손들이 집성촌을 이뤄 개실마을을 지켜왔다. 점필재는 조선 초기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상가요 교육자이며 시인인 영남학파의 거두다. 원래 점필재 김종직이 태어난 곳은 밀양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무오사화(1498년 연산 4년) 때 점필재가 부관참시 당하자 후손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일부가 개실마을에 터를 잡아 이곳에 은거했다. 50여가구가 집성촌을 이룬 것이 오늘에 이른다.

개실마을 길은 고샅이 인상적이다. 조선시대 고샅길이어서 외국인 눈에 신비롭게 비쳤는지 외국인들이 남겨 놓은 팻말들이 마을 입구에서부터 깔려 있다. 점필재 종택은 정면 4칸 측면 2칸의 맞배집 형태로 김종직 교지 등 유물이 남아 있다. 사당에서는 매년 점필재를 모시는 제사를 지낸다.

종택 가까운 남서쪽에 점필재를 기리는 도연재(道淵齊)도 볼 수 있다. 도연재는 고령 유림들이 김종직의 학문적 뜻을 기리고 유지를 이어받고자 건립한 재실이다. 도연재 앞에는 개실마을 5세 사적비가 있어 이곳이 유교 전통을 이어가는 유서 깊은 마을임을 보여주고 있다.

고령 가얏고 마을은 우륵 선생과 함께 가야금에 관한 각종 기념물과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테마마을이다. 사진은 가얏고문화관 앞 바닥에 그려져 있는 트릭아트로 용과 함께 가얏고를 들고 있는 우륵 선생의 모습.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우륵이 살아 숨 쉬는 가얏고 마을

우륵박물관은 가야금 전문 박물관이다. 가야금의 둥근 위판은 하늘을, 평평한 아래판은 땅을 상징한다. 가운데 속이 텅빈 공간은 하늘과 땅의 빈 공간을 뜻한다. 박물관 곁 대가야읍 정정공길에는 우륵의 집이 있다. 악성 우륵은 "낙이 불류 에이 불리 가위정야(樂而 不流 哀而 不悲 可謂正也)"라 했다. 이 말은 우륵의 잡지악에서 나온 말이다. 즉 "즐거우면서도 무절제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비통하지 않으니 정녕 바르다고 할 만하다"는 뜻이다. 중용의 도를 지켜 예술인이 빠지기 쉬운 감정의 넘침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정정골길 가야금 마을은 겨울 초입이지만 청아한 가야금 소리가 울린다. 입구부터 '가얏고 카페'가 있어 가얏고 마을에 들어섰음을 느낄 수 있다. 가얏고는 가야금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마을회관 내에 커다란 12줄짜리 가야금을 만들어 손님을 맞는다. 정정골은 가야금 소리가 정정하게 들리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로등도 청사초롱으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가얏고 마을회관에서는 가야금도 배울 수 있고 미니 가야금을 만드는 것에도 도전해 볼 수 있다. 정정골은 2007년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국가 시범 사업에 선정돼 가얏고 마을로 불리기 시작했다.


"1천 번의 손길로 대가야 혼 불어넣어"

김동환 고령 가야금 명장

김동환 고령 가야금 명장

"가야금은 5년 건조한 오동나무를 제목으로 200여가지 공정에 1000번의 손길을 거쳐야 깊고 청아한 자연의 소리를 내는 가야금으로 탄생합니다" 1988년 가야금 제작에 입문해 35년째 가야금을 만들고 있는 고령 가야금 명장 김동환(55)씨의 가야금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가야금 제작은 기다림의 미학이자 끈기의 과정이다"면서 "민족 고유의 소리를 재연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실은 우룩이 실제 가야금을 만들고 연주했다는 우륵 박물관내 가야금 체험관에 있다.

김명장은 가야금의 청아한 자연의 소리에 이끌려 고령 정정골 우륵의 소리를 재연하는데 앞장서 왔다. 그의 작업과정은 매순간이 수작업으로 지극한 정성이 더해진다. 그를 찾은 시간에도 명주실을 꼬아 현을 거는중이었다. 가야금은 기성품을 사다가 조립하는 것이 아니다. 원목에서 가야금한대가 탄생되기 까지 모든 과정이 오롯이 그의 손길을 거친다. 5년의 기다림 끝에 마지막 조율을 거쳐 장인이 보기에 소리가 마음에 들어야 비로소 가야금은 명장의 곁을 떠난다.

대뜸 가야금은 어떤 악기냐고 묻자 김명장은 주저없이 "가야금은 자연과 가장 가까운 소리를 내는 전통 악기다"라고 명료하게 답한다. 그도 처음 배울 때는 "가야금에 인생을 걸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가야금을 만들면 만들수록 우리 문화를 지킨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에 빠져들게 됐다"면서 "최고의 가야금을 만드는데 후회는 없다' 고 덤덤히 말한다. 가야금가격은 평균 1천만원대로 "요즘은 입시용으로 팔린다"고 귀뜸 한다.

그는 서울 출신으로 인간문화재 고흥곤씨로부터 가야금 제작을 전수 받아 2006년 우륵 막물관이 들어서면서 고령과 인연을 맺었다. 고령 가야금 명장도 달빛 내륙 철도에 대한 기대가 컸다. 달빛 내륙 철도가 완성되는 날 영호남이 힘을 합쳐 "대가야의 혼이 담긴 가야금으로 대연주회가 이뤄졌으면 한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나윤수 객원기자 nys251085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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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보해양조, MZ세대 입맛 사로잡을 '흑임자 막걸리' 출시
보해양조가 '설빙'과 콜라보로 출시한'설빙 흑임자 순희'막걸리. 보해양조 제공 보해양조가 디저트 카페 '설빙'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설빙 흑임자순희(750ml/5도)' 막걸리를 출시한다.지난해 4월 출시 당시 2주만에 홈플러스 막걸리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던 '설빙 인절미순희'의 후속 제품이다.28일 보해양조에 따르면 흑임자순희 막걸리는 설빙의 웰빙빙수 3종 중 하나인 '흑임자찰떡설빙'의 핵심 원료인 흑임자와 100% 우리쌀 순희 막걸리를 블렌딩해 개발했다.순희는 막걸리 특유의 텁텁함이 적어 깔끔함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여기에 구수한 흑임자가 더해져 한층 더 풍부한 맛과 향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에 낮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발효시키는 보해양조의 파스퇴르 공법을 이용해 12개월까지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지난해 설빙과 협업해 설빙 인절미순희 막걸리를 선보였던 보해는 단순히 소비자 호기심을 끄는 상품을 넘어서는 특별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기획 단계부터 설빙과 레시피에 대한 협의를 거쳤다. 그 결과 보해의 기술력에 설빙 인절미 빙수의 특성을 충분히 담아낸 설빙 인절미 순희 막걸리가 탄생했다.전통주 커뮤니티 '백술닷컴'이 발표한 2022 전통주 소비 리포트에 따르면 최근 MZ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가운데 주종별 판매 순위 1위가 막걸리로 나타났다.설빙 흑임자순희는 케이크와 와플 등 다양한 디저트에 활용되며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트렌드를 대표하는 재료인 '흑임자'를 더해 조부모 세대의 감성과 취향을 즐기려는 MZ들의 입맛을 또 한번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보해양조 관계자는 "설빙 흑임자순희는 단순히 재미를 위한 콜라보를 넘어 각 브랜드가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는 제품 간의 만남으로 탄생했다"며 "많은 분들이 설빙 흑임자순희 막걸리를 가족, 친구들과 나눠 마시며 특별한 맛과 즐거움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어 그는 "국내 최초로 선보인 탄산 저도주 '부라더 소다', 제품 라벨에 작품을 담은 '여수밤바다x기안84 리미티드 에디션'처럼 앞으로도 보해양조는 소비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설빙 흑임자순희는 전국 홈플러스 135개 매장에서 단독 판매된다. 가격은 1병(750ml)에 2천190원이며, 론칭 기념행사로 2개 구매 시 10%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도철원기자 repo333@mdilbo.com
지방소멸
'청년 머무는 전남' 위해 2.4조 쏟아붇는다
전남도가 지방 소멸 불안에서 벗어나 인구구조 회복을 위한 청년 중심의 정주여건 개선에 10년 동안 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특히 청년 문화센터나 청년공공임대주택 건립, 청년창업·활동 등 '청년이 찾는 전남'을 위한 사업에 집중 투자해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의 기초를 다진다는 계획이다.9일 전남도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지방소멸대응기금(이하 대응기금)과 시군비 등 2조4천억여 원을 마련해 지역 청년인구 유출과 청년 인구 유입 등 각종 지원사업과 정주여건 개선 등에 상당량의 기금이 투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광역기금 505억여 원에 기초기금 1천200억여 원, 기초기금 40% 수준의 시군비 등 매년 2천400억여 원이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투입된다.우선 올해부터 2025년까지 광역기금 883억여 원과 기초기금·시군비 900여 억원 등 1천800억여 원을 투입해 12개 사업에 사용된다.기금 사용 내용의 키워드는 '청년 지원', '정주여건 개선', '농산어촌 유학 활성화' 등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먼저 총 5개의 사업이 추진되는 청년 지원 사업 중 1순위는 청년문화센터 건립이다. 도내 22개 시군 중 공모를 통해 권역별로 4층 규모의 청년점포와 공유오피스, 공연장, 체육시설, 스튜디오 등 2곳을 건립하는데 400억원을 지원한다.2순위인 청년공공임대주택 건립 사업도 눈에 띈다. 구례군·고흥군·해남군 등 3곳에 130여 세대의 공공주택 건립에 360억원을 투입한다.구례군에는 공유사무실과 쉐어하우스, 원룸 등 3층 규모의 공공주택에 82억원을 지원하고, 고흥군 점암면 폐교 부지에 가족형 30호와 원룸형 15호 규모의 임대주택 45동을 건립하는데 127억을 사용한다. 해남군에는 해남읍 체육관 잔여부지에 청년들을 위한 연립주택 3동을 건립하는데 151억을 사용한다.3순위는 전남형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이다. 올해 5곳과 2023년 10곳 등 15곳을 조성하는 이 사업에 45억원을 투입하며, 대상지는 공모로 선정한다.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사업에도 100팀을 선발하는데 45억원이 쓰이며, 청년공동체 활동을 지원하는데도 200팀에 30억원이 사용된다.전남의 정주여건을 크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세대어울림 복합 커뮤니티 센터도 장흥과 완도, 신안 등 3개 군에 건립된다. 예산은 모두 240억원 수준.100억원의 예산이 예상되는 장흥의 커뮤니티 센터는 옛 장흥교도소 부지에 4층 규모로 신축해 공동육아 나눔터와 키즈맘카페, 여성 거점공간, 공유 오피스 등이 들어서고, 완도 커뮤니티 센터 역시 70억원을 들여 공연장과 청년센터, 놀이방 카페 등이 들어선다. 신안 안좌중 분교를 리모델링해 영유아부터 노인 층까지 전 세대가 두루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또 전남의 노동자들 만을 위한 기숙사를 조성하는데도 210억원을 배분했다. 화순 백신산업특구 근로자들을 위한 50실 규모의 게스트하우스가 특구 내에 지어질 예정이다. 신안지역 염전 근로자들을 위한 기숙사도 빈집 등을 리모델링해 3개 권역에 30동이 들어선다. 공모를 통해 농어촌 간호인력 기숙사도 건립한다.뚜렷한 인구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15개 군(무안·신안군 제외)과 순천시에 농산어촌 유학 활성화 사업을 위해 280억원을 투입한다. 농산어촌 유학마을 조성사업은 청년 인구 늘리기 와 함께 전남도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추진하는 또 다른 핵심 사업이다.사업비는 유학 오는 가족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새 주택을 짓거나 빈집을 리모델링하는데 쓰인다.전남도는 어린 자녀들을 자연환경이 뛰어난 농산어촌에서 키우려는 도시지역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만큼 향후 농산어촌 유학마을이 인구 유입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선양규 전남도 인구청년정책관은 "전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고령화로 인해 소멸 위기의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며 "농산어촌 유학마을이나 청년주택 등 청소년과 청년들이 찾고 머물 수 있는 생활 인프라가 구축되면, 지역을 떠나는 청년은 줄고, 돌아오는 이들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선정태기자 wordflow@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