㉕거창역<하>명품 교육과 사과

[광주에서 대구까지 미리 달려본 달빛내륙철도] ㉕거창역<하>명품 교육과 사과
전국 지원 몰리는 거창고등학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선택하라
교사와 학생 높낮이 없는 인격체
사교육 없는 자율·기숙사형 교육
다섯 가지 붉은 먹거리 중에 하나
10도 이상 큰 일교차에 달고 아삭
게르마늄 지하수와 사질 토양도
1천821 농가 연 1천270억 수익
저출산 고령화의 직격탄을 맞은 영호남 지역에 달빛 내륙 철도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다. 영호남 주민들은 지방 소멸시대를 맞아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달빛 내륙 철도 경남의 중심지 거창군은 명품 교육과 사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지방 소멸시대를 맞아 대안으로 떠오른 거창교육의 현장과 사과 재배지를 찾아 그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특별하고 남다른 무엇 '인성교육'
거창에는 거창고등학교가 있다고 할 정도로 거창고는 군민의 자랑이다. 거창고는 지방 고등학교에서는 드물게 전국에서 학생이 몰린다. 그래서 거창 지역 학생들에게 정원의 20%를 우선 선발권을 주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거창고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확실히 뭔가가 있다. 우선 거창고 교육 목표가 눈에 들어온다. 거창고만의 독특한 '직업선택의 10계명부'부터 살펴보자. 10계명중 첫 계명은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다. 두 번째는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고 가르친다. "부모나 아내가 반대하는 곳으로 가라"는 9계명도 있다.
학교가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는 식으로 가르치는 학교는 거창고 말고는 없을 것이다. 직업 선택 10계명은 1980년대초 만들어졌다. 일찍이 인성교육에 눈을 뜬 거창고는 "비록 월급은 적지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라"고 40년 전부터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 존중하는 인격체일 뿐이다"
거창고는 농촌 개방형 자율학교다. 그런 만큼 경남의 소도시 읍내학교라는 불리한 여건에서도 자율을 고집한다. 거창고는 위기의 지역 소학교 교육 활성화에 작은 위안으로 삼을만하다. 거창고의 인성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것에서 싹튼다. 이 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사가 같은 테이블 식사를 하고 교무실 청소는 으레껏 교사 몫이다. 교사 화장실도 따로 없다. 적어도 거창고에서 학생과 교사의 높낮이를 구분할 공간은 없다. 서로 존중해야 할 인격체만 있을 뿐이다.
◆故 전영창 교장이 뿌리내린 철학
오늘날 거창고를 있게 한 선구자가 고 전영창 교장이다. 거창고는 1953년 설립됐다. 6·25전쟁 직후 어려운 시기에 교장으로 취임한 고 전영창 교장은 꿋꿋하게 자율교육을 신념으로 밀어붙였다. 전 교장은 서슬 퍼런 유신시대 군사 교육을 거부하는 강단을 보여주었고 5공화국 시절에도 교사 자율권 지키기에 앞장섰다.
눈여겨볼 점은 사교육 없는 입시 성적이다. 사교육 없는 불리한 현실에도 여느 도시학교 못지않게 입시 성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거기에는 교사들의 희생이 자리한다. 거창고는 기숙사형 학교다. 그래서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할 수 있는 질문반을 운영해 질 높은 야간 자율 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국영수 교사가 돌아가며 야간 자율학습 당번을 맡아 사교육 없이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거창고의 봄·가을은 예술제로 떠들썩하다. 예술제는 보통 3일간 열리는데 모든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정하고 진행한다. 올가을 예술제에는 합창대회와 연극제도 열었다. 예술제는 경쟁은 하되 1등 2등은 없다. 등수가 그들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같이 있어 좋은 친구들일 뿐이다. 매사 이런 식이니 학생들은 학교에 가는 것이 즐겁다.
거창고는 지방 소도시 학교라는 불리함에도 "학생이 다니고 싶은 학교"라는 거창한 목표만큼은 확실히 이뤄낸 학교다.

◆사과·한우·돼지·오미자·딸기 '5紅'
거창고가 교육의 명품이라면 거창 사과는 거창을 대표하는 맛의 상징이다. 거창군은 다섯 가지 붉은 먹거리 거창 5홍(紅)을 거창 붉은색 먹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먹거리 5홍은 사과를 비롯해 한우, 돼지, 오미자, 딸기 등 5가지 붉은 빛깔을 띠는 품목이다.
거창 5홍은 저마다 거창이 주는 지역적 특성을 먹고 자란다. 그중에서도 거창사과는 거창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1930년 거창읍 대동리에서 처음 심기 시작해 해방 후 대동리에서 본격 재배됐다. 1992년 거창군 고제면에서 600m 이상 고랭지 사과 재배길이 열렸고 1995년 거창 사과 축제가 열리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거창 사과는 10도 이상의 큰 일교차로 맛이 달고 식감이 아삭한 것이 특징이다. 고랭지에서 재배한 것이 맛의 비결인 것이다. 백두대간 산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게르마늄이 풍부한 지하수와 사질토양도 거창 사과 맛의 원천이다.
◆전국 1등이라는 자부심이 만든 과일
사과는 기후 온난화로 전국 어디서든 재배하는 과일로 변했다. 그러나 전통의 거창 사과는 거창사과라는 재배 농가들의 특별한 자부심과 긍지로 키워낸 산물이다.
우선 규모에서 압도한다. 2021년 현재 거창군의 사과는 1천821호 농가에서 1천 716㏊, 3만9천여t을 생산해 연간 1천270억원의 수익을 올린다.
지역 지킴이자 농민소득을 올려 주는 효자 품목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과는 (2017년 기준) 거창 과일 생산량의 절반 정도(48.6%)를 차지한다. 특히 추석 무렵 추석사과로 알려진 '홍로' 시배지(1987년)라는 장점을 내세워 이 시기에 판매를 집중한다.
지난 2007년에는 평양시 삼석 구역에 거창 사과 5천500주를 식재해 거창사과 맛을 북한에도 알렸다. 그 결과 2007년 '홍로'는 전국 단위 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선발대회에서 '후지'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전국 최초·최고 사과 재배 '자부심'… 귀농에는 최소 2년의 경험 필요
하완기 땀내기 농원 대표

"거창 고제면 사과는 평균 고도 500~800m에서 자란 사과라서 빛깔과 맛이 좋은 것이 특징입니다." 사과의 고장 거창군에서도 거창 사과 60% 정도를 점하는 고제면에서 사과 재배 30년 외길을 걷고 있는 '땀내기 농원' 하완기 대표의 거창사과 자랑이다.
거창 고제면 봉계리는 1992년 고랭지 사과를 처음 식재하는데 성공한 유서 깊은 사과 고장이다. 하대표는 이곳에서 사과농사를 천직으로 삼아 사과회사를 설립 운영 중이다. 하대표는 "사과는 일조량과 기온차가 맛에 영향을 준다"면서 "전국 최초로 고랭지 사과 재배를 성공시킨 고제면사과는 전국 최초 최고 사과를 재배한다는 농민의 자부심이 배어 있다"고 강조했다.
하대표는 거창군 고제면 봉계리가 고향으로 30년째 사과재배로 우직하게 고향을 지켜오고 있다. 그는 "사과재배가 예전같지 않다"면서도 "고제면 전통의 외형이 단단하고 빛깔이 진한 사과를 친환경으로 재배하려 한다"고 장인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 여기에다 지하수가 풍부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것도 고제면 사과 전통의 지속요인으로 꼽았다.
하대표는 1만8천여평 규모 사과밭에다 사과즙 공장까지 운영한다. 그는 현재 단골 고객과의 직거래를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거창 사과 전통을 지키는 하대표는 사과 재배로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조언도 서슴지 않는다.
"요즘 귀농자들은 정보도 많고 배운 것도 많아 다들 똑똑하다"면서 "그래도 사과 귀농으로 성공하려면 적어도 2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년을 강조하는 이유는 "한 해는 사과 재배법을 경험하고 다음에는 재배한 사과를 판매하는 법까지 한 사이클을 경험하라"는 것이다.
하완기 대표는 "사과 귀농의 현실적 어려움으로 초기 비용이 갈수록 많이 든다"고 말하고 "귀농을 결정하기 전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기술을 익히고 이웃과 교류를 넓혀갈 것"도 조언했다.
하대표의 한해 사과 매출액은 7억원 정도로 올해는 10억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하대표는 달빛 내륙철도에 대해서도 "사과농업인으로서 광주에서 대구까지 철도가 연결되는 것을 꼭 보고 싶다"면서 "영호남 농업인 교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달빛 내륙철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나윤수 객원기자 nys2510857@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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