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순창역 <중> 숨은 보물 낙덕정·고추장
정자 이미지조차 모나지 않고 후덕
오랜 소나무 배경으로 단아한 모습
훈몽재 '선비의 길' 낙덕정서 끝나
옹기그릇 하나에도 장인 솜씨 베여
나라님 건강 등 우리 식탁을 지켜온
귀하고 귀한 조상들 첨단 발효식품
[광주에서 대구까지 미리 달려본 달빛내륙철도] ⑫순창역<중> 숨은 보물 낙덕정·고추장
달빛 철도가 연결되면 가장 빛날 고장이 순창군이다. 수려한 산야에 풍부한 이야기꽃의 고장 순창은 영·호남 사상과 문화, 관광에 걸쳐 가교 역학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순창은 전라북도에 속해 있지만 달빛 철도가 연결되면 광주시와 담양군을 이웃으로 둔 덕에 빛쪽 광주와 달쪽 대구를 비추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순창군은 담양군과 도계를 이룬다. 순창군이란 명칭이 처음 사용된 것은 고려시대에 이르러서다. 멀리 마한시대때는 오산 (烏山),옥천(玉川)으로 불렸고 백제때는 도실(道實)이라 했다. 고 려시대 들어 순창현으로 남원부에 속하게 된다. 고려 명종 5년 (1135년) 감무를 두었고 충숙왕 1년 (1314년)에 순창군으로 승격했다. 현재 순창군은 순창읍을 비롯해 복흥· 쌍치·구림·팔덕·인계· 적성·동계·유등·풍산·금과면등 1읍 10면으로 이뤄져 있다.
◆선인들의 진지한 질문 '어떻게 살 것인가'
선비길에서 호남 유교의 뿌리를 더듬었다면 순창이 숨겨 놓은 보물 낙덕정과 고추장맛을 찾아 떠날 차례다. 낙덕정(樂德亭)은 전라북도 문화재 자료 72호로 복흥면 상송리에 있다. 낙덕정은 하서가 자주 찾던 곳이다. 김노수가 조상 김인후를 기리기위해 1900년에 낙덕암에 지었다. 낙덕정은 20세기 초반에 건립된 정자로는 보기 드물게 팔각 단층 양식이다. 오래된 소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계단을 오르면 8각정자가 단아한 모습을 드러낸다. 낙덕정은 즐길 낙(樂) 덕 덕(德)자를 써서 '덕을 즐기는 정자'라는 뜻이다. 하서의 인품을 드러내듯 정자는 모나지 않고 후덕한 이미지를 풍긴다.
훈몽재에서 시작된 '선비의 길'은 낙덕정에서 끝난다. 비록 길은 끝나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다. 이 길은 '하서 김인후의 선비길이요 '가인 김병로의 민주주의 길'이다. 가인 김병로는 하서 김인후의 15대 손이다. 하서의 절의정신이 가인 김병로에게 녹아 있음은 물론이다. 하서 김인후는 "훗날 인물이 낙덕정에서 나올 것이다"고 예언 했다. 그 인물이 가인 김병로라 해도 괜찮다. 소년 김병로도 어린시절 낙덕정을 오르며 하서를 닮고자 했을 것이다. 그가 끝내 초대 대법원장으로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초석을 놓은 인물의 반열에 오르면서 하서의 예언은 적중 했다. 낙덕정이 낳은 인물들은 세기를 뛰어넘어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
◆자연이 준 좋은 재료에 손맛까지 깃들어
순창 선비 세계에 발들 들였다면 이제는 그 유명한 순창 고추장 맛을 볼 차례다. 순창의 산과 강 들녘을 돌아다니다 보면 공기의 질부터가 다르다. 고추장은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공기,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 쬔 때깔 좋은 고추, 적절히 때를 맞춘 콩과 쌀이 만난 발효 조합이다. 거기에는 순창 장인들의 손맛이 깃들어 있다.
그래도 왜 하필 순창 고추장일까. 이 문제에 답을 얻으려면 전국 최대 규모의 장류 박물관과 발효 소스 토굴, 인근에 있는 고추장 민속 마을에서 직접 가서 맛을 봐야 한다.
순창군 순창읍 백산리에는 전국 최대규모 '순창 장류 박물관'이 지난 2007년 문을 열었다. 순창 장류 박물관은 고추장을 테마로 한 국내 최초 장류 박물관이다. 장류 박물관은 제 1공간 장의 역사, 제 2공간 장담그는 날, 제 3공간 세계속의 장등 3개 주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만 가도 옛 전통 그대로 장담그는 법을 배울수 있다. 찬찬히 관찰하면 전통 장과 고추장을 더 맛있게 담그는 법도 깨우칠수 있다. 박물관 입구에는 임금님 수라상에 앉아 곤룡포를 입어보는 호사도 누릴수 있다. 이래봬도 순창 장류 박물관은 코로나 이전해만 해도 매년 3만 6천여명이 찾는 순창의 인기 문화 공간이다.
◆세계 발효 집합소 '발효 소스 토굴'
발길을 '발효소스토굴'로 돌린다. 발효 소스 토굴은 국내 최대 규모 발효 소스 전시장이다. 들어서자 마자 "원 세상에! 이렇게나 발효 식품이 많았던가"고 놀라게 된다. 코스타리카, 스리랑카처럼 생소한 나라들의 소스 제품을 비롯 전세계 50개국 600여개의 발효 소스제품을 한 자리에 모아 발효의 세계로 인도 한다.
소스 토굴에서는 '승리의 기쁨 마요네즈'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최고급 와인 변신 '발사믹 식초'의 내력등 이전까지 몰랐던 식품 세계로 눈을 넓혀준다. 케찹이 유럽에서 온 것으로 알았다면 오산이다. 이곳에서 보니 "케찹은 중국 푸젠성의 사투리 '케치압'에서 유래 했다. 생선으로 만든 액젓형태로 유럽으로 건너가 유럽 발음 케첩이 됐다"고 친절히 무식함을 깨우친다.
소스 토굴 미디어 아트관에는 젊은이들을 위한 VR 가상현실 공간이 조성돼 인기 몰이중이다. 소스 토굴을 나서면 맛의 기본이 되는 우리 고추장이 얼마나 뛰어난 과학적 발효 식품인가를 확인했다는 뿌듯함이 남는다.
◆어릴 적 할머니 댁 방문하는 기분
박물관 주차장 맞은편이 고추장 민속 마을이다. 장류 박물관과 소스 토굴에서 이론적 토대를 쌓았다면 이제는 실전에 응용할 차례다. 백산리 고추장 민속 마을은 장인들의 삶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민속 마을에 들어서면 다양한 장독과 옹기부터 눈에 들어온다. 옛날 조상들이 사용하던 장독대와 소쿠리 같은 도구들이 어릴 적 외할머니 댁을 방문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옹기 그릇 하나에도 장인의 솜씨가 베여 있다. "옹기는 자연이 만든 숨 쉬는 그릇이다"는 이유를 조금 알 것도 같다. 순창 고추창이 탄생하기까지 옹기 제조기술이 뒷받침 돼야 함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수 있다. 추측을 확신으로 바꾸려면 옹기를 직접 체험 해 보면 안다. 옹기 체험관은 고추장 민속 마을 건너편 박물관 뒤편이다. 우선 옹기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다. 사람 키 만한 것에서부터 손에 쏙들어갈 앙증맞은 것까지 그야 말로 옹기 천국이다.
옹기 체험관에는 임금님께 진상가는 우마차를 재현해 놓았는데 정조대왕은 고추장을 특히 좋아 하셨다고 한다. 정조 임금도 지금 같은 입맛 없는 여름철이면 우리네처럼 고추장에 쓱쓱 밥을 비벼 먹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조금은 우습다. 정조 실록에도 나와 있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지 않는가. 어쩌면 우리는 너무 쉽게 접하는 까닭에 고추장을 별것 아닌 밑반찬 도우미쯤으로 취급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순창 고추장을 체험하고 나면 생각이 바뀐다. 고추장은 나랏님 건강은 물론 우리 식탁을 지켜온 귀하디 귀한 조상들의 첨단 발효식품이었던 것이다.
순창에 마지막 남은 고추장 명인 강순옥 (76) 대한민국 식품 명인 제 64호
"진짜 순창 고추장맛을 내려면 최고 품질의 소금, 고추와 콩, 쌀을 골라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순창 고추장맛을 지켜내 대한민국 식품 명인 제 64호로 지정된 강순옥씨 (76)의 순창 고추장맛 제대로 내는 비결이다. 그녀는 순창 고추장 전통을 지닌 대한민국 유일의 고추장 명인이다.
명인 강순옥은 고추장을 어디서 배웠는지 기억에 없단다. 그냥 어릴 때 고향 순창 구림면에서 어머니 할머니로부터 자연스럽게 물려받았을 뿐이다. 그러니 손에서 손으로 이어진 순창 고추장을 어깨 너머로 익혔다고 하는 것이 옳다.
"고추장으로 제 인격을 팔아왔다 자부합니다." 고추장 명인 강순옥씨는 장사 개념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마지막 남은 명인에게서 볼 수 있는 당당한 자부심이 넘쳐 난다. 그녀는 농협에서 최상품 '시큼 소금'이라는 천일염을 2~3배 가격에 구입해 이물질을 완벽하게 제거한후 최고 품질 고추와 콩, 쌀을 골라 순창의 적당한 바람과 기온에 실어 '강순옥표 메주'로 변신 시킨다. 그녀의 손맛이 더해져 탄생한 '강순옥표 순창 고추장'은 전국으로 팔려나가 국민 고추장으로 자리매김한다.
고추장을 맛있게 먹는 비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고추장은 발효식품이므로 용기에 다 채우면 안된다"면서 "용기에 고추장을 채울 때 반드시 2/3만 채워야 한다"고 신신 당부한다. 그녀는 아들, 며느리에게 고추장 담그는 법을 대물림하고 있다. 마지막 남은 순창고추장 명인에게 국가는 2016년 농림수산부 장관상, 2015년 대통령상, 2013년 IFFE 우수 발효식품 식약청장상, 국세청장상등 을 몰아줘 우리시대 장인을 아낌없이 격려 했다.
나윤수 객원기자 nys2510857@mdilbo.com
- 강기정·홍준표 "동서화합 철길 활짝 열자"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지리산휴게소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대구경북(TK)신공항 특별법 동시 통과를 기념하고, 향후 달빛고속철도(대구~광주) 조기 건설을 위한 예타 면제 특별법 추진과 2038 광주·대구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 유치의 뜻을 모았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광주대구고속도로(옛 88고속도로) 한복판에 있는 '영호남 우정의 비' 앞에서 동서화합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철길을 열자고 약속했다. '달빛동맹'으로 지역 최대 현안이었던 군공항 이전의 전기를 맞이한 만큼, 이 기세를 이어 나가 달빛고속철도 예타 면제를 위한 특별법 마련까지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광주시와 대구시는 17일 오후 전북 남원 지리산휴게소에서 광주·대구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어 2038하계아시안게임 공동 유치와 달빛고속철도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특별법 공동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이날 행사에는 광주와 대구 두 시장을 비롯해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더불어민주당 송갑석·이병훈·양향자·이용빈 의원, 국민의힘 김용판·이인선 의원 등 지역 정치권들이 대거 참석했다.광주시와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민선 8기 달빛동맹 강화 협약'을 맺고 군공항특별법 동시 국회 통과를 위해 지자체와 국회, 여야 정치권이 공조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양 광역단체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정부와 여야를 상호 설득하는 이른바 '쌍끌이 전략'을 펼치며,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이뤄냈다.특별법 제정으로 광주군공항 이전에 국가 재정 투입이 가능해지면서, 이전에 걸림돌이었던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기본적으로는 종전부지 개발 비용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해야 하지만, 국가가 부족한 이전 비용에 더해 융자까지 해줄 수 있도록 명시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또 광주시는 사업 추진의 안정성에 따른 사업대행자 적극 참여, 예비 이전후보지 주민의 수용성 및 유치 의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광주시와 대구시는 각각 지역의 최대 현안이었던 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를 '달빛동맹'으로 이뤄낸 만큼, 기세를 이어 달빛고속철도 조기 완공까지 이뤄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강기정 광주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전북 남원 지리산휴게소에서 광주·대구 공항특별법 동시 통과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두 광역단체는 이날 업무협약을 계기로 2038 하계아시안게임 공동 유치와 달빛고속철도 예타면제 특별법 공동 추진에 본격 나선다.이미 지난달 대한체육회에 '2038하계아시안게임 공동 유치계획'을 제출했으며, 아시안게임과 달빛고속철도를 연계 추진하는 공동 목표를 세웠다. 달빛고속철도는 영호남 6개 시·도, 10개 지자체, 1천800만 국민이 연계된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지역공약이다.광주시와 대구시는 달빛고속철도 조기 완공으로 2038하계아시안게임을 단순 체육행사가 아닌 영호남 1천800만 국민이 하나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이를 위해 2038하계아시안게임 광주-대구 공동 유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고, 달빛고속철도 노선 내 6개 시·도인 광주·전남·전북·경남·경북·대구와 정치권이 협력해 '달빛고속철도 조기 건설을 위한 특별법(가칭)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된 달빛고속철도는 현재 국가철도공단에서 사전 타당성조사 용역이 진행 중이다.경제성 논리를 넘어 영호남 교류와 협력의 통로이자 창구라는 점에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통한 신속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적극 호소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두 시는 시·도, 국회, 국토부 협의 등을 거쳐 하반기 특별법을 발의하고, 연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강 시장은 이날 "지난해 홍준표 시장이 광주를 방문해 함께 하늘길을, 철길을, 물길을 열자는 협약을 맺었다"며 "그 중 하늘길은 사실상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 열렸고, 욕심내서 달빛고속철도 예타 면제 특별법을 통해서 철길도 열자. 대구와 광주가 균형발전 지역으로 훨훨 날자"고 말했다.홍 시장은 "그동안 동서화합을 말로만 외치고 있었는데, 이번에 달빛동맹으로 광주와 대구가 한마음이 돼 지역의 가장 큰 현안인 군공항 이전 사업을 이뤄냈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이어 "우리나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남북으로만 소통 공간이 생겨 수도권 집중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동서가 힘을 합쳐 달빛고속철도를 특별법을 통과시키면 남북으로만 소통하던 구조를 동서를 연결하는 구조로 바꿔 지역균형발전, 국토균형발전이 저절로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 남원=이삼섭기자 seobi@mdilbo.com
- · [영상] '예쁜 산야·풍성한 이야기' 영호남 문화 잇는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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