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배구 조기종료' 진한 아쉬움 남는 AI페퍼스

입력 2022.03.22. 13:22 이재혁 기자
21일 여자프로배구 조기종료 결정
첫 해 기대이상 선전에 호평 받기도
창단 시즌 완주 못해..."팬들께 죄송"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김형실 감독이 지난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6라운드'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KOVO제공.

"팬들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천재지변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게 돼 유감스럽다"

외줄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하게 리그를 이어 가던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가 결국 코로나19의 벽을 넘지 못하고 조기에 막을 내렸다.

KOVO는 21일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 IBK기업은행 알토스가 코로나19와 부상선수 발생 등의 사유로 리그 정상 운영 기준(엔트리 선수 12명)을 충족하지 못해 여자부를 다시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면서 "이번 중단으로 누적 중단기간이 36일이 돼 코로나19 대응매뉴얼에 의거, 여자부를 조기 종료키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여자프로배구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김형실 감독이 지난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6라운드'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AI페퍼스 선수들이 득점을 올린 후 환호하고 있다. KOVO 제공.

이로써 야심찬 창단 시즌을 맞이했던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지난 3일 대전에서 KGC인삼공사와 경기를 마지막으로 홈팬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첫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AI페퍼스 김형실 감독은 "경기를 한다고 생각해서 선수들과 정상적으로 훈련을 마치고 나서야 (리그 종료)소식을 들었다. 팬들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운을 뗐다. 그는 "천재지변으로 인사조차 드리지 못하고 리그를 종료하게 돼 유감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끝까지 좋은 모습, 창단 팀의 끈질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성적은 정해졌지만 외인구단의 역할, 고춧가루부대의 역할을 보여드리지 못해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쉽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7번째 심장으로 2021-2022 시즌 여자 프로배구에 뛰어든 AI페퍼스는 역사적인 첫 시즌을 31경기 3승 28패 승점 11점 최종순위 7위로 마무리했다.

비록 최하위에 머물렀으나 AI페퍼스는 첫 시즌 예상외의 선전을 보이며 겨울스포츠에 목말라있던 광주 팬들에게 큰 귀감을 샀다. 시즌 전 '첫 승은커녕 한 세트도 따낼 수 없을 것'이라는 냉혹한 예상도 있었지만 AI페퍼스는 창단 첫 경기였던 지난해 10월 19일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부터 첫 세트를 25-16으로 따내며 배구계를 놀라게 했다. 또 당시 압도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연승행진을 펼치던 현대건설을 상대로는 2번의 세트 승을 따내 창단 첫 승점을 올리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했다.

머지않아 창단 첫 승리도 차지했다. 제물은 같은 은행구단인 IBK였다. AI페퍼스는 11월9일 1라운드 IBK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 25-21, 25-22, 25-23)으로 원정에서 축포를 쏘아올렸다.

홈 첫 승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해를 넘긴 1월 18일. 이번에도 역시 IBK가 제물이었다. AI페퍼스는 4라운드에서 만난 IBK를 상대로 이번엔 아예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세트스코어 3-0(25-18, 25-22, 25-21)셧아웃 승리를 장식했다. 이어 5라운드에서도 흥국생명에게 3-1(18-25, 25-22, 25-21, 25-14) 승리를 따내 3승째를 완성했다. AI페퍼스의 선전을 지켜보며 팬들은 "져도 좋다. 다치지만 말자", "지금처럼 신나게 플레이 해달라"라며 큰 호응을 보냈다. 하지만 선전과 기대도 잠시. 여자배구를 덮친 코로나19의 여파로 리그를 완주하지 못한 것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김 감독은 "적은 인원에도 한 시즌을 잘 견뎌준 선수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지난 시즌 동안 행복한 배구를 했다. 페퍼저축은행에서 어려운 시기에 7번째 구단을 창단해줘서 팬들과 광주시민들의 귀여움과 사랑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동안 팬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고 팀내 분위기만은 우리가 챔피언이었다. 첫 시즌 목표를 초과달성했고 다크호스가 된 탓에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돌아올 시즌이 한켠으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이쁘고 자랑스럽고 훌륭하고 대견하다"며 한 시즌을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

이재혁기자 leeporter5125@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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