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라와 강제동원 희생 故 최병연씨, 80년만 고국 귀향

입력 2023.12.04. 18:25 강승희 기자
태평양 격전지 최초로 신원 확인한 한국인 유해
고향인 영광서 추도식…유족, 선산 안치 예정
이 장관 "강제동원 피해자 유해 봉환 노력할 것"
4일 전남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일본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을 갖고 유해를 선산을 향해 옮겨지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너무 늦게 찾아온 아들을 용서해 주세요.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웠을 고국과 가족 품에서 영면하소서."

4일 영광군 영광읍 영광문화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태평양 전쟁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됐다가 숨진 피해자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 봉환 추도식이 열렸다.

추도식에 참석한 고 최병연씨의 아들 금수(81)씨는 80년 만에 유해를 모시게 된 것에 안도하면서도 타국에서 유명을 달리 한 아버지 생각에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은 태평양 격전지에서 목숨을 잃은 한국인 중 유일하게 신원인 확인된 희생자다.

미국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DPAA) 문건에 의하면 타라와 전투에서 사망한 한국인은 1천117명으로 파악되며,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최씨 외에는 아직 없다. 나머지 1천116구는 여전히 봉환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추도식은 유해봉헌과 내빈소개, 식전공연, 개회선언과 국민의례, 경과보고, 추도사, 헌화, 폐회와 유해봉송 순으로 진행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길고 긴 세월 고 최병연씨의 생사를 몰라 애태우셨을 유가족분들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강제동원 희생자분들의 유해 봉환은 국가의 책무이자 우리의 아픈 역사를 치유하기 위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4일 전남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일본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최병연씨의 유해봉환 추도식을 갖고 유해를 선산을 향해 옮겨지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mdilbo.com

최병연씨는 1942년 11월25일 태평양 타라와로 강제동원됐다. 이후 약 1년 뒤 사망했는데 타라와전투(1943년 11월20~23일) 중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2019년 미 DPAA가 발굴한 아시아계 유해에 대해 유전자 교차 분석을 진행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기적적으로 최씨의 신원이 확인됐지만 코로나19 상황과 국내 행안부·미 DPAA간 업무협의로 인해 80년 만에 최씨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4일 전남 영광군 영광문화예술의전당에서 일본 타라와 강제동원 희생자 고(故) 최병연씨의 유가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joi5605@mdilbo.com

추도식에서 금수씨는 "너무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작별해 기억은 거의 없지만, 어머니와 형님께서 문중 제사를 지내는 날 아버지께서 형님과 제 머리를 쓰다듬으시면서 다시 만날 때까지 어머니와 잘 지내고 있으라고 말씀하시고 태평양 전쟁터로 향하셨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끌려가신 곳이 태평양 작은 섬 타라와라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 수 있었다"며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아버지 돌아오시길 간절히 기다리며 철부지를 먹여 살리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셨던 어머니와 타국에서 전쟁의 공포와 가족의 그리움을 홀로 견디시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또다시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지난해 겨울 형님은 제게 아버지 유해를 선산에 모시기를 부탁하며 세상을 떠났고 홀로 남아 아버지를 맞이하게 됐다"며 "언젠가 하늘에서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님을 다시 만나 서로 꼭 끌어안고 이생에서 못 다한 이야기꽃을 피울 날을 그려본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을 통해 전날 국내로 봉환된 유해는 추도식 이후 영광 선산에 안치됐다.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4일 영광문화예술의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동원 피해자 유골 봉환을 촉구했다.

추도식에 앞서 ㈔일제강제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타라와를 비롯해 일제강제동원 희생자들의 유해 봉환을 촉구했다.

단체는 "일본 정부는 타라와를 비롯해 하이난섬,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 희생자 등 일제에 의해 동원돼 사망한 피해자들의 유골을 발굴해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조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려줄 것을 촉구한다"며 "전범국 일본은 무고한 조선인을 자신의 전쟁 야욕을 위해 사지로 끌고 간 것에 대해 마땅히 유족에게 사죄하고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고 상응하는 배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영광=한상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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