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인 권한 확대해도 '눈치보기' 여전
적정 공기 화고하며 지속 개선 '절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4구역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발생한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오는 11일부터는 광주 동구·서구 등 2개 자치구에 '지역건축안전센터' 설립이 의무화된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지역 내 노후 건축물과 건축공사장의 안전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기관이다. 학동 참사 등 건축현장 안전사고로 건축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인구 50만 이상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치가 의무화됐다.
오는 11일부터는 설치기준이 더욱 강화돼 노후건축물·건축허가면적이 많은 지자체의 경우 인구가 적더라도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이에 광주에서는 동구와 서구가 처음으로 의무설치 지자체에 포함된다.
문제는 법적 기준에도 불구, 각 자치구가 아직까지 최소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운영 중이라는 점이다.
건축법은 각 지역건축안전센터가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를 각 1명씩, 최소 2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동·서구는 모두 건축구조기술사를 구하지 못하고 전문인력(건축사) 1명만을 두고 있다.
대폭 강화된 감리인의 권한도 실제 공사 현장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감리인이 건축주의 눈치를 보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는 학동참사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 해체공사에서는 감리인의 현장 상주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국토교통부는 감리인이 위험상황을 발견해 공사중지명령을 내린 경우 이에 관련한 손해가 발생해도 감리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공사 감독자로서의 감리인의 권한을 강화한 셈이다.
그러나 전국 건축허가 5만5천417건 중 4만4천1건(79.4%)는 건축주가 직접 감리인을 지정하는 상황으로, 감리인들이 향후 감리용역 수주를 받기 위해 적극적인 권한 사용을 망설이게 된다.
건설현장의 불법재하도급과 부실시공은 아직도 빈번하다. 감사원은 광주·경기도 소재 민간 건축공사 18개소를 감사해 이중 8곳에서 '콘크리트 강도 미달'을 확인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상·하반기 실태점검에서 전국적으로 209건의 불법하도급을 적발하기도 했다.
이준상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조직국장은 "대규모 건설현장 참사가 잇따른 후 안전에 대한 노력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많은 현장에서는 사람의 목숨보다 공기단축과 비용절감이 우선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발주·설계 단계부터 충분한 공사시간과 공사비용을 설정하도록 하고, 대규모 공사현장뿐 아니라 중소 공사현장에서도 안전조치가 시행되게 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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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반복않길" 학동참사 2주기 추모식 거행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참사 2주기 추모식이 9일 오후 참사현장에서 유가족과 강기정 광주시장, 임택 동구청장 등 학동참사시민대책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추모식에서 유가족이 오후 4시 22분에 맞춰 희생자를 기리는 묵념을 한 후 눈물을 닦고 있다. 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2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참사 재발을 막기 위한 추모식이 열렸다.광주시와 동구는 9일 오후 학동 4구역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현장에서 참사 2주기 추모식을 가졌다.이날 추모식에는 유가족들을 비롯해 강기정 광주시장, 임택 동구청장, 국회의원, 시·동구의원,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추모식은 참사 발생시간인 오후 4시22분에 추모 묵념을 하는 것으로 시작해 헌화, 추모사, 애도의 시간 순으로 진행됐다. 추모식장 뒤편에는 참사에 대한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로 안전문화 시민 공모전 수상작품이 전시됐다.광주 학동 붕괴참사 2주기인 9일 오후 추모식에서 유족들과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추모식 참석자들은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강기정 광주시장은 "고인과 유가족을 위한 가장 큰 애도는 광주를 더 안전한 도시로 만드는 일일 것이다"며 "시민의 눈높이에서 안전 사각지대가 없는지 늘 살피며 시민의 온전한 일상을 지켜내겠다"고 약속했다.임택 동구청장은 "아직 부족한 점은 많지만 앞으로도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대응하며 안심할 수 있는 동구를 만들어가겠다"며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공간은 반드시 조성되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학동참사 희생자 故김해찬씨의 친구 정소망씨는 "남겨진 이들은 사고 이후 2년 내내 후회와 슬픔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어떠한 보상도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처절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귀중함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한편 지난 2021년 6월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는 5층 규모 건물이 철거 도중 무너져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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