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치닫는 노정갈등···유혈진압 두고 "과잉" vs "정당" 팽팽

입력 2023.06.08. 16:28 강승희 기자
한국노총 경노사위 참여 중단…노정관계 파장
시민들 '80년대 생각나', '경찰은 참아야하나' 등
김준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 설치된 망루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제공.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과 함께 정권 심판 투쟁을 선언하면서 노정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와 정부 사이의 공식적인 대화 창구가 7년5개월만에 사실상 단절되면서 향후 노정관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노동계의 투쟁 증폭의 발단이 된 경찰의 유혈진압 사태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겁다.

노동계에선 경찰의 지나친 과잉 진압이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찰에선 정당한 대처였다고 맞서고 있다. 시민들 역시 유혈진압에 대해 과잉 진압이냐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냐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전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 불법 설치된 철제 망루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 진압을 막아선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은 경찰에 의해 머리를 짓눌린 채 바닥에 엎드려 뒷수갑이 채워진 뒤 연행됐다.

다음날에는 망루 위에서 농성하던 김 사무처장도 경찰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김 사무처장은 경찰 진압에 대항해 정글도나 쇠막대를 휘둘렀고 의자를 던지기도 했다. 경찰은 방패로 막으며 김 사무처장을 향해 진압봉을 사용했다. 이에 김 사무처장은 머리가 찢겨 피를 흘렸고 일부 경찰은 어깨 등에 부상을 입었다.

이틀간 두 명의 금속노련 간부가 경찰에 연행되는 과정이 담긴 사진과 영상은 언론과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등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집회 진압 과정을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집회·시위 강경 대응' 등 노동 개혁과 맞물린 '과잉 진압'으로 보고 있다.

금속노련은 "윤석열 정권과 경찰은 넘어서는 안 될 노동탄압의 선을 넘었다. 고용노동부를 앞세워 노동법 개악에 혈안이던 정권이 이제는 경찰을 앞세워 노동자들을 짓밟았다"며 "경찰은 포스코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광양에 내려온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을 폭력으로 무참히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백승선 민노총 광주본부 조직국장도 "(광양제철소 망루 고공농성은) 이명박 정권 때 서울 용산 철거민 사건을 연상시켰다"며 "애초에 윤석열 정부가 노동조합과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반면 광양 망루 고공 농성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측에서는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교통 방해 등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망루에서 내려라 여러 차례 방송했다"며 "바람이 많이 부는데 튼튼하게 고정되지 않은 망루에 현수막까지 달려있어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진압 과정에서 경찰 측도 부상자들이 발생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김 사무처장이 휘두른 쇠 파이프에 일부 경찰도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며 "'경찰의 물리력 행사의 기준과 방법에 관한 규칙 제정안' 등 원칙에 따랐으며 과잉 진압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진과 영상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경찰의 진압이 정당하다고 본 시민들은 '과잉 진압이 아니라 과잉방어가 바른 표현이다. 정글도를 휘두르고 쇠 작대기로 경찰 방패를 내리쳐 경찰관 손등이 찢어졌다던데, 노동자에게 내려가시죠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경찰은 불법 시위에서 위협을 당해도 참기만 해야 하나, 할 일했다', '불법은 강력하게 대처해서 뿌리 뽑아야 한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이 과했다고 본 시민들은 '저게 80년대랑 뭐가 다른가', '난간도 없는데 저런 식으로 제안한다는 게 말이 되나', '힘없는 시민들에게는 강하게, 권력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없이 너그러운 대한민국 클래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포스코 광양제철소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부터 400여일이 넘도록 임금교섭과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 중단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일이 길어지자 금속노련 간부들이 광양에서 29일 오후 9시부터 망루를 설치하고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강승희기자 wlog@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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