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짓값 절반 ‘뚝 ’병원비도 못대
“더 떨어진다는데…먹고 살 걱정”
"요것 가지고는 엿도 못 바꿔 먹어. 오후까지 모아가면 돈 만원 나올거여."
경기 침체로 폐지 줍는 어르신들의 생계가 위태롭다. 폐지 가격이 절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영하권 날씨에 온종일 폐지를 모아도 겨울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31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주택가. 60대 김씨 부부가 한파를 뚫고 수레와 리어카를 끌며 집을 나섰다. 집에서 10분가량 떨어진 주택가 공터에 리어카를 세워둔 이들은 각자 수레를 끌고 인근 점포를 돌아다니며 재활용품을 모아오기 시작했다.
3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수레에 모은 재활용품 분류 작업에 돌입했다. 박스는 일일이 펴서 차곡차곡 쌓았고 캔과 페트병은 따로 나눴다. 아침기온이 한자릿수를 맴도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노부부의 얼굴에 금세 땀방울이 맺혔다.
부부는 크고 두꺼운 박스가 보일 때면 "좋은 놈이 있길래 멀리서부터 들고 왔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재활용품을 모으고 분류하는데 만 2시간이 더 걸렸다.
언뜻 리어카가 가득 찬 듯 보였지만 김 할아버지는 "이 정도로는 턱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금 한 만큼 오후에 한 번 더 작업을 해야 그나마 돈이 된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작년에 직장을 그만둔 후부터 재활용품 수집을 시작했는데, 1년 사이에 파지값이 너무 많이 떨어졌다"며 "그래도 오늘은 오후까지 리어카를 채워가면 만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는 부부가 온종일 매달려도 버는 돈이 몇 천원에 그치는 날이 허다해 병원비를 대는 것도 버거운 형편이다. 올해는 경기가 악화돼 폐짓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돌면서 김씨 부부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졌다.
인근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최근 재활용품 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 '더 많이 떨어진다'는 소문이 돌아 불안하다"며 "우리 가게는 어르신들을 상대로는 거의 이윤을 남기지 않고 최대한 많은 돈을 드리지만, 그래도 현 상황에서는 어르신들이 가져가시는 돈이 많지 않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광주·전남지역의 폐골판지값은 1㎏ 당 89.8원이다. 157원이던 1년 전과 비교하면 55% 수준으로 급락했다. 1년 전에는 1㎏당 353원이던 철캔 가격도 339원으로 소폭 떨어졌다.
폐지수집 어르신들이 하루 종일 수집하는 재활용품은 보통 50~70㎏ 수준으로, 이 경우 7천원 가량의 돈을 받게 된다. 단순계산하면 시급이 1천원, 월급이 20만원 가량하는 돈으로 1인가구 최저생활비인 225만원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러나 치솟은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50원짜리 박스 한 장 한 장이 소중하다. 북구 중흥동에서 폐지를 수집하던 70대 양모씨는 "그나마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도 50대까지의 젊은 사람들 이야기다"며 "나이 든 사람들은 더운일 찬일 가리지 않고 폐지라도 모아야 밥값이라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고경애 서구의원은 "폐지 수집 어르신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지원할 수 있는 조례안이 5개 자치구에 생기긴 했으나 , 어르신들은 여전히 경제난과 교통사고 위험 등에 노출돼 있다"며 "노인 일자리 확대 등 사회적 지원을 늘리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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