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헌혈자 '절반' 급감
보유량 3.1일분…의료차질 우려
"역대급 한파에 학생들 겨울방학까지 겹치면서 헌혈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어요. 통상 3월까지는 헌혈의 급감하는 만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합니다."
역대급 한파가 광주·전남지역 헌혈의집까지 들이닥쳤다. 겨울철에는 방학으로 단체 헌혈이 감소하는 데다 기상 악화로 헌혈의 집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혈액 보유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9일 오전 12시께 광주 동구 헌혈의집 충장로센터.
'전혈급구', '기념품 추가 증정' 등 헌혈 동참을 호소하는 안내문이 외벽 유리창을 뒤덮었다. 많은 사람이 건물 앞을 스쳐 지나갔지만, 30분이 넘도록 건물로 들어가는 이는 없었다.
헌혈의집 내부 전자문진실과 헌혈 전 검사실에는 대기자 한 명 없이 한산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만 텅 빈 대기실을 메우고 있었다. 번호표를 출력하는 기계에는 '일반·예약접수 대기인수 0명'이라는 글귀가 표시됐다.
채혈실에 놓인 15대의 헌혈 침대 가운데 5대를 제외하고 모두 비었다.
충장로센터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로 헌혈자 수가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하루 평균 헌혈자가 80~90명 수준을 이어갔는데 최근 방문자가 50명 안팎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헌혈을 마친 김모(32)씨는 "혈액 보유량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헌혈의집에 왔다"며 "같은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헌혈의집이 한산해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1분도 기다리지 않고 헌혈을 마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고 덧붙였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은 27일 기준 지역 내 혈액 보유량이 평균 3.1일분이라고 29일 밝혔다. O형 혈액이 2.3일분으로 가장 부족했고 AB형이 2.6일분, A형이 3일분, B형이 4.4일분 보관됐다. 26일에는 혈액보유량이 O형 1.8일분, AB형 2.4일분, A형 2.7일분, B형 3.9일분으로 더욱 낮았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적정혈액보유량은 5일분이다. 보유량이 3일분 미만으로 떨어지면 의료기관의 일반적 수술일정이 연기·취소되기 시작하며 1일분 미만일 경우에는 응급수혈 외의 혈액사용이 어려워진다.
광주전남혈액원 관계자는 "학교가 방학하고 시민들의 외부활동이 줄어드는 겨울철은 늘 혈액 수급의 고비다"며 "올해는 명절 이후 한파와 폭설이 심각해 수급난이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혈액이 부족하면 지역 내 사고 발생 시 적절히 대처하기 어려워진다"며 "생명을 살리는 헌혈에 지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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